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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더 끔찍해질' 세상을 견디는 법

이원영/편집디지털국장

'무라(村)'는 마을을 뜻하는 일본어다. 무라는 기존의 관습을 지키는 경향이 강하다. 마을의 관습을 따르지 않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이단자로 몰았다. '왕따'를 당한 사람은 무라 안에서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무라 안에는 무라의 관습을 철저하게 따르는 사람들만 공생한다. 이렇게 폐쇄적이고 집단적인 이익결집체의 모습을 갖춘 사회를 '무라사회'라 한다.

약과 검진을 남용하며 환자보다는 병원과 의사의 이익을 향해 질주하는 현대의료의 생태계를 질타한 나토리 하루히코(돗쿄의대 방사선과 교수) 박사는 의료계를 대표적인 '무라사회'로 규정한다.

"무라와 무라의 구성원은 기득권 수호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는다. 풍파 요소를 철저하게 억눌러 현상유지를 꾀한다. 무라에 불상사가 일어나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책임 추궁도 흐지부지 얼버무린다." 어떤가. 단지 의료계만이 아니고 정치.경제.법률.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무라사회가 똬리를 틀고 있음을 직감케 한다. 더 들어보자.

"무라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는 인간은 철저하게 배척한다. 무라의 인간은 이 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 그래서 자기만의 생각이 있어도 쉽사리 내놓지 못하고 무라의 가치관에 맞춘다. 무라의 규정을 충실하게 따르면서 결국은 생각도 하지 않고 주장도 안 하는 무라 사람이 되어 간다." 어떤가. 집단이기주의에 편승해 작은 이익을 얻는 데 만족하고 몰개성.몰개념으로 살아가고 있는 숱한 군상이 떠오르지 않는가.



인간들을 무라에 순종적으로 편입시켜 무라를 그대로 유지시켜 가려는 세력은 기득권층이다. 그들은 절대로 향유하고 있는 물질과 권력을 순순히 나눠주거나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기득권층은 가진 것을 지키려 하고, 자신들의 무라 구조에 저항하는 자들을 처벌, 왕따 등의 방법으로 배제시켜 이익을 지켜나간다. 무라는 변화.개혁.혁명 이런 것들을 지극히 싫어한다. 이익의 독과점 구조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와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배경도 따지고 보면 두 '아웃사이더'가 거대한 기득권 무라에 거침없는 공격을 하고 무라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에 침묵하던 유권자들이 열광하기 때문이다. 가장 두렵고 초조한 쪽은 역시 그동안 무라의 향기에 취했던 기득권 세력들이다.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는 폐쇄적인 무라사회는 희망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샌더스 돌풍은 그나마 미국의 가능성을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지성으로 꼽히는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가 신작 '언제나 당신이 옳다'를 냈다. 책의 부제인 '이미 지독한, 앞으로는 더 끔찍해질 세상을 대하는 방법'으로 그는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라고 조언한다. 타인의 생각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삶을 지배하라는 것이다.

그의 전망에 따르면 세상은 점점 살기 힘들어진다. 개인은 운명을 체념하고 속박받는 것에 대한 대가로 '보조금 같은 공공서비스의 이기주의적인 소비자'가 된다. 그는 묻는다. '체념할 것인가' '자기자신 되기'에 성공해 자존감을 가질 것인가. "당신의 앞날을 스스로 개척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자 한다면, 자기 자신을 존중하라. 이미 수립된 질서라 해도 다시 한 번 흔들어보라. 당신의 삶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험이라고 간주하며 살아라."

사는 것이 힘들게 느껴진다면 아마도 무라사회의 자그마한 떡고물에 안주해 자존감 없이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절망감 때문 아닐까. 무라사회에 아부하지 않고 통찰과 각성의 자존감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아탈리가 말하는 성공적인 인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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