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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산실 된 비결은 '자유의 바람이 분다'는 모토

스탠퍼드대 존 헤네시 총장

스탠퍼드 없는 실리콘밸리 없었다
구글의 성공에도 동문 큰 기여
2000년 이후 노밸상 배출 1위
한국은 믿기 힘든 역동적인 나라
규제마다 장단점, 문제는 균형
협업 연구해야 소득문제 풀린다


실리콘밸리는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 경제가 본받을 만한 중요한 롤모델이다. 실리콘밸리의 중심은 스탠퍼드대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대학이다. 최근 스탠퍼드대 존 L. 헤네시(63) 총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헤네시 총장에게 스탠퍼드대의 혁신 비결에 대해 물었다.

-'만약 스탠퍼드대가 없었다면 실리콘밸리도 없었다'는 말을 해도 되나.

"실리콘밸리와 스탠퍼드대는 동반 성장했다. 스탠퍼드대가 생겼을 때 실리콘밸리는 없었다. 개교 당시 이 지역은 과일을 생산하는 농장 지대였다. 구글 본부가 있는 자리만 해도 아시아계 미국인이 경영하는 농장이었다."

-지중해성 기후 등 주변 환경이 좋아 졸업생들이 다른 곳으로 잘 안 가려는 경향이 있다는데.

"그렇다. 사실 구글의 경우도 특히 창업 초기에 수많은 스탠퍼드대 졸업생이 입사했다. 구글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대학이 된 비결은 돈이 많았기 때문인가.

"돈 때문만은 아니다. 하버드대의 기금은 스탠퍼드대의 두 배다. 스탠퍼드대가 더 젊은 대학이라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교육 모델이 처음부터 달랐다. 하버드.예일.프린스턴은 유럽 대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많은 동부 대학과는 달리 우리는 처음부터 남녀공학이었고 아시아를 비롯해 해외 출신 학생 비율도 높았다. 또 처음부터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과감한 선구자 정신은 우리 유전자의 일부다."

-그러한 스탠퍼드대 모델을 상징하는 상징이나 문헌이 있는가.

"비공식적이지만 우리의 모토는 대학 문장(紋章)에 나오는 '자유의 바람이 분다(Die Luft der Freiheit weht; The wind of freedom blows)'는 말이다. 새롭고 다양한 생각, 자유로운 탐구를 추구하는 표현이다. 학교 설립자인 릴런드 스탠퍼드(1824~1893)만 해도 시카고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일이 잘 안 돼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후 기업인이 됐다. 학술적.기업가적 '자유'는 스탠퍼드대 역사에 전통으로서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우리 학생에게는 그들의 선배인 야후의 제리 양, 데이비드 파일로, 구글의 래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이 영웅이다. 그들은 세상을 바꿨기 때문이다."

-총장께서는 '실리콘밸리의 대부'로 불리기도 한다.

"과장이다. (웃음) 개인적인 창업의 기회도 있었고 창업을 도울 기회가 있었다는 것은 내게 특전이었다."

-총장으로서 부딪히는 벽.

"대학 공동체의 다양한 구성원들은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학부생.대학원생.교수.교직원.학부모.공무원, 지역사회 주민 등의 생각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 가능하면 가장 많은 사람을 정책결정 과정에 끌어들여 그들을 최대한 포용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힘들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많이 들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의견은 모두 가치가 있다. 꼭 그들의 의견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 정책 결정과 실행은 하향적(top-down)이 아니라 상향적(bottom-up) 과정이다." -잘 들어야 한다는 것 외에 이상적인 대학 총장의 자질은.

"학자 출신이어야 한다. 그래야 교수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다. 대학의 핵심을 안다. 가끔 이사회에서 교수가 아니라 기업가 출신을 총장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학교 행정이 덜 효율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총장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해야 하고 학생과 교수를 위해 봉사하는 일을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에너지와 열정이 캠퍼스에 흘러 넘치게 된다." -학부모와는 어떻게 소통하는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화가 잔뜩 난 학부모도 있지 않은가.

"대부분의 학부모는 '해피(happy)'하다. (웃음) 우리는 학부모가 자식을 스탠퍼드대에 떨궈 놓는 순간부터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학부모에게 자녀가 겪을 학창 생활에 대해 설명한다. 매년 '학부모 주간' 행사를 개최한다. 주기적으로 서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제일 중시하는 것은 학생들이 직접 부모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전화나 이메일로 학부모가 총장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나.

"그렇다. 매년 두 번 개최되는 학부모 자문위원회도 있다."

-한국적인 정서로 이해하기 좀 힘든 미국의 대입제도의 한 측면은 예컨대 부모가 스탠퍼드.하버드.프린스턴 동문이면 그 자녀도 부모의 모교에 입학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스탠퍼드대에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모두 일정한 자격과 능력을 갖췄다. 이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래서 응시 학생들이 스탠퍼드대와 어떤 가족 연고가 있는지 본다. 대학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연고가 중요하다. 과거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발견한 것은 동문 집안 출신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선 부모를 통해 우리 대학에 대해 잘 안다. 목표가 확실하다. 더 열심이다."

-2000년에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예술과 인문학 분야에서 성과를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무엇이 바뀌었는지.

"첫째, 인문학 분야 학과를 강화했다. 교수진을 강화했다. 둘째, 학생들이 재학 기간에 보다 많은 예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교수진 확보와 더불어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이 가능한 시설을 건립했다."

-창업을 위해 학생이나 교수가 학교를 떠나는 문제는 없는가.

"창업을 목적으로 학업을 그만두는 학생은 극소수다. 창업을 하더라도 졸업은 한다. 대학원 석.박사 과정 학생의 경우는 다르다. 구글 창업자들 같은 아이템이 있다면 학위 취득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창업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해도 스탠퍼드대는 학생들을 지원한다. 교수들의 경우 1, 2년 정도 휴직을 보장한다. 창업 경험이 있는 교수들은 더 훌륭한 선생이 된다. 연구실.실험실의 발견이 상품이 되는 과정을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는 교수 중 31명이 노벨상 수상자다. 동문 중에서는 8명을 배출했다.

"상당히 좋은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2000년 이후에는 그 어느 대학보다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했다. 물론 노벨상은 한 가지 척도에 불과하다."

-스탠퍼드는 독일.일본 등 해외에도 캠퍼스가 있다. 한국은 어떨까.

"미국과 다른 문화환경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학부생들에게 주는 게 해외 캠퍼스의 목표이기 때문에 한국 캠퍼스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은 믿기 힘들 정도로 역동적인 나라가 됐다.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대학의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든 규제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어떤 규제는 연구개발에 도움을 주지만 어떤 것들은 방해물이다. 그래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

-이번 여름에 총장에서 교수로 돌아간다고 들었다. 총장이라는 권좌에서 내려오면 일종의 '권력의 금단 현상'을 겪지는 않을지.

"(웃음) 총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내 선택이었다. 물론 총장 일을 하면 신나는 일이 많다. 흥미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지난번 학부모 행사에서는 기립 박수를 받았다. 그런 일들이 그리울 수도 있겠지만 내 본업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제 내가 항상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또 '헤네시 학자(Hennessy Scholars)' 프로그램도 운영할 것이다. 우리는 위대한 지도력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위대한 지도자 수가 부족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부터 뛰어난 학생들을 모아 혁신적인 지도자들을 스탠퍼드에서 양성할 것이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아이디어의 빈곤에 시달리기 때문에 지도자들은 '거짓말' 같은 공약도 많이 한다.

"그렇다. 전 세계적인 문제다. 특히 소득격차 문제가 심각하다. 소득 격차는 학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연구 문제다. 이론은 있지만 검증되지 않았다."

-총장으로서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legacy)은 무엇인가.

"총장이 됐을 때 나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그 누구에게도 약속하지 않았다. 장학금 지원을 확충해 저소득층 출신 학생들도 우리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노력했다. 교수들의 연구에 있어서는 학제 간 협업 연구에 지원을 집중했다. 기후변화, 평화, 안보, 세계 보건, 소득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제 간 협업 연구로 각 분야의 전문성을 모으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존 헤네시 총장은 …

1977년 스탠퍼드대 전기공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1986년 정교수, 1999~2000년 부총장을 거쳐 2000년 제10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2000년 존 폰 노이먼 메달 등 수많은 학술상을 받았다. 미국 국립공학학술원과 과학학술원 회원이다. 빌라노바대(전기공학 학사),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컴퓨터공학 석사·박사)에서 공부했다.


김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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