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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학자의 세상보기] 최씨고집?

만우절이 내일이라고 또 흰소리를 하는구나 하는 분이 있을까봐 나름 심각한 글임을 밝혀둔다. ‘최씨고집’이라는 말을 종종 들어보았을 것이다. 필자는 수도 없이 들었다. 이렇게 아무런 근거없는 사회적 편견은 하루바삐 사라져야 한다. 반만년 한민족의 역사를 통하여 최씨끼리만 결혼해온 것도 아니요, 집에서 가르치는 것도 아닌데 유독 최씨들이 고집스러운 성격을 유지하고 함양해왔을 수는 없는 것이다.

최씨고집 운운하는 사람한테 증명해볼 것을 요구하면 으레 ‘만나보면 알아’라며 대답을 회피한다. 당연히 최씨 중에도 다소 괴팍한 사람이 있겠지만 세인들은 필자같이 순한 최씨를 봐도 ‘속고집은 보통이 아닐걸!’ 라고 한다. 그저 남들만큼 조목조목 의견을 말했을 뿐인데도 ‘곱슬머리에 쌍꺼풀에…최씨 맞네’ 하며 용모까지 갖다 붙이는 일도 흔하다.

고집스럽기는 안강최(安, 姜, 崔)라는 말이 있다. 설사 최씨가 약간 고집스럽다 해도 안씨와 강씨 다음이란 말인데 왜 안씨고집, 강씨고집이라고 안하고 최씨고집이냔 말이다. 심지어는 성씨의 한자 모양에서 안씨는 뿔이 하나, 강씨는 뿔이 둘, 최씨는 뿔이 셋이라 최씨가 제일 고집쟁이라는 말도 한다. 유치해서 코웃음이 나올 뿐이다. 더 유치하기로는 ‘최씨는 코로 고춧가루물 한 주전자 마시고 물 밑으로 십리를 헤엄친다’라는 억지도 있고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사는 최씨가 한민족 최고 고집불통이라는 말도 있다.

'그런 최씨도 O씨는 못 당한다’는 식으로 걸고 넘어지는 경우도 많다. 보통 한씨, 권씨, 정씨, 황소고집 황씨 등을 거론하는데 알겠으니 최씨들은 좀 그냥 놔두었으면 좋겠다. 최씨가 최고집이면 소씨, 막씨, 대씨, 왕씨는 각각 소고집, 막고집, 대고집, 왕고집이다. 손씨는 내장(!)이 쏟아져도 손에 들고 십리를 간다는데 오죽하면 이런 말이 나왔을까. 그럼에도 최씨고집을 자꾸 거론하는 것은 최씨들이 너무 유순해서가 아닌지 싶다.



‘최씨고집’이란 통념이 고려말기 충신이었던 최영장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필자의 이름을 딴 최영장군은 정확히 700년 전인 1316년에 태어나셨고 73세에 이성계 일파에 의해 사형에 처해졌다. ‘최씨 앉은 자리엔 풀도 안 난다’는 말도 처형을 앞둔 장군이 남겼다는 유언 즉 “만약 내가 평생 동안 한 번이라도 사사로운 욕심을 품었다면 내 무덤에 풀이 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풀이 나지 않을 것이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실제로 최영장군의 묘는 풀이 돋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여 적분(赤墳)이라고 불려왔다. 비바람이 불면 자꾸 봉분의 흙이 흘러내려 자손들이 잔디를 입히려 애썼는데 어찌된 일인지 1976년에 사초(莎草)를 한 이후부터 풀이 돋아 현재는 풀이 자란다고 한다. 고양시에 있는 최영장군의 묘 주변엔 이상하게도 조선왕조의 묘가 많은데 왕들이 나들이 나오면 꼭 비바람이 불었다나…실제로 숙종과 영조, 그리고 고종이 곤욕을 치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그중 고종은 바람에 날려 호수에 빠진 것을 이항의라는 호위무사가 상투를 잡아 건져드렸다는 기록이 자세히 남아있을 정도이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장군의 우국충정이나 지형에 따른 특이한 자연현상까지 굳이 최씨고집이라고 갖다붙이면 곤란하다. 북한에서도 기념우표를 발급할 정도로 존경받는 고려의 마지막 충신을 시대흐름을 읽지 못한 ‘고집’스런 사람이었던 양 폄하하는 것도 유감스럽다. 조선을 건국하기 위해 최영장군을 제거했어야 했던 세력으로서는 장군을 깎아내렸어야 했을 것이지만 딱히 흠잡기 힘든 분이라 ‘최씨고집은 나쁘다’ 라고 해버렸는지도 모른다. 참, 옹고집전의 주인공이 최씨인 줄 아는 이가 많은데 옹고집은 황해도 옹진에 살았다는 성은 옹씨요 이름이 고집이었던 사람이다.

▶글 내용에 관한 문의나, 다루어졌으면 하는 소재제안은 youngchool@gmail.com으로


최영출 (생명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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