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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나는 신화] 여신이 만든 '시리얼'

왼쪽 사진을 보십시오. 여인이 왼손에는 포도송이와 곡식 이삭이 든 뿔 모양의 용기를 들고, 오른손에는 농기구를 들고 있습니다. 바로 로마 신화 속의 풍요와 농업의 여신 케레스(Ceres)입니다. 남성의 성기 모양을 닮기도 한 이 용기는 그 속에 든 곡식을 꺼내는 족족 다시 채워지는 이른바 '풍요의 뿔(코르누코피아)'입니다. 우리의 옛 이야기에 나오는 화수분이라고 할까요? 이 석상은 바티칸 박물관에서 볼 수 있지요.

케레스 여신의 상징인 과일바구니와 비슷한 상징을 지닌 여신이 또 있습니다. 과일의 여신인 포모나(Pomona) 역시 치맛자락에 과일을 가득 싸들고 있습니다. 포모나, 해마다 LA카운티의 농작물 박람회라고 할 카운티 페어가 열리는 도시입니다. 옛부터 이곳은 오렌지를 비롯한 과일 산지로 유명했지요. 그래서 도시 이름을 과일의 여신에서 따 왔습니다.

신들이 지닌 여러 상징 중에서 성기의 모양을 딴 풍요의 뿔이나 조개 등은 바로 풍요를 뜻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풍요의 신 프리아포스는 성기 자리에 아예 풍성한 과일들이 가득 매달려 있습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조개 껍질을 타고 바다 거품 속에서 솟아 올랐습니다.

자, 오늘의 주인공 케레스는 주신(主神) 제우스의 누이로 농사를 주관하고 있습니다. 이 여신 역시 다른 신들처럼 출신성분이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제우스의 누이가 아니라 고모라고도 하니 말입니다. 즉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와 레아의 딸이라는 것이죠. 어쨌든 케레스는 신화 속에서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지만 온화하고 인자한 미소 뒤에 종종 먹구름과 그늘을 동반해 화가 났다 하면 파업을 하곤 해서 그해는 흉년이 들곤 했답니다.



엔젠가 플루톤이 지상세계를 순시하러 나왔다가 에로스의 화살을 맞고서 난데없이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 때 그가 보고 있었던 상대가 케레스의 딸 페로세포네였습니다. 플루톤은 페로세포네의 마음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다짜고짜 그녀를 납치해 저승세계로 데리고 가버립니다. 케레스 여신은 갑자기 사라진 딸을 찾으러 하늘과 땅을 누비고 다녔으나 아무도 딸의 행방을 귀띔해주지 않았습니다. 설마 알았다고 해도 플루톤의 다혈질 성격을 아는지라 그럴 수 없었던 것이죠. 이에 분노한 케레스는 딸이 행방불명된 곳인 시칠리아 섬의 쟁기와 그것을 끄는 황소의 다리를 모조리 부러뜨립니다. 대지와 농사의 여신이 분노하자 씨앗은 싹을 틔우지 않았고, 옥토는 황무지로 변해버렸습니다.

그 무엇보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 시리얼(Cereal)도 바로 이 여신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우유에 말아먹는 대용식 이름으로 자리잡기 이전에 벼ㆍ보리ㆍ밀 등 곡식이 되는 작물 등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하늘이 허락해야지 가능한 이 일들에 농업의 여신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어떤 이름을 붙일수 있겠습니까?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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