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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초판본에 끌리는 독자 마음 읽었죠"

김동근 소와다리 대표
'하늘과 바람과… ' 15만부
'진달래꽃' 10만부 등 돌풍
"책은 그 자체로 소장가치
스마트폰엔 없는 매력 있어"

가히 열풍이다. 초판본의 인기가 한국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1955년 증보판을 복원한 시집이 출간 두 달 만에 판매 부수 15만부를 돌파했다. 지난해 11월과 지난달 출간된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1925년)과 백석 시집 '사슴'(1936년)의 초판 복간본 역시 각각 10만부, 2만5000부씩 팔렸다. 세 권의 책 모두 1인 출판사 소와다리에서 나왔다. 2000~3000부만 팔아도 '성공'으로 칠 정도의 불황에 시달리는 출판계에서 경이로운 기록이다. 초판본 돌풍의 중심에 서있는 김동근(39) 소와다리 대표를 만났다.

-왜 초판본 복간에 나섰나.

"'헌책방에서 오래된 책을 일부러 수집하는 사람도 있는데 복간본 보려는 사람이 왜 없겠냐'란 판단에서였다. 2013년 '피터래빗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왕자' '나생문' 등 10여 종의 초판 복간본을 만들었다. 저자 사후 50년이 지나면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돼 제작비가 덜 든다는 점도 계산했다. 사무실도, 직원도 없이 나 혼자 집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400~500권씩만 팔려도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그 정도는 나가겠지 했는데, 모두 4000~5000부 이상 팔렸다."

인하대 일어일본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의 첫 직장은 반도체 회사였다. 김 대표는 "영업 업무를 맡았는데 매번 똑같은 제품을 들고나가 가격 흥정만 한다는 게 재미없었다"고 했다. "출판은 늘 '다른 제품'을 만든다는 게 매력적"으로 보였다. 일본문학 전문 출판사로 옮겨 5년 동안 근무했고, 2011년 독립해 '소와다리'를 차렸다. 그동안 출간한 책은 외국어학습서.시조 필사책.종이인형책 등 50여 종이다.

- 왜 독자들이 초판본에 열광하는 걸까.

"초판본 독자들은 책의 내용보다 책 자체에서 감성을 자극받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마음이 움직이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개발했다. '진달래꽃'은 '경성에서 온 소포'라는 콘셉트로 속달접수인이 찍힌 경성우편국 봉투에 넣어 팔았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1955년 증보판 복간본에 1948년 초판본 복간본과 윤동주 시인의 육필 원고를 부록으로 끼워줬다. 이런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도 출판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김 대표의 초판본 복간 과정은 비교적 단순하다. 초판의 영인본이나 복사본, 이미지 파일 등을 구한 뒤 사진 촬영과 스캔, 포토샵 작업 등을 거쳐 복간본을 만든다. 김 대표는 "'진달래꽃'은 도서관에서 영인본을 구했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초판 원본을 소유한 독자가 복간본을 만들어 달라며 보내온 복사본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초판본 바람에 대한 출판계 내부의 반응은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다. 한 출판사 대표는 "초판본은 맞춤법도 다르고 한자가 많아 읽기 불편하다. 그런데도 초판본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을 보면 책이 팬시용품처럼 취급받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반면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20대 젊은 독자들이 초판본을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갖고 싶어서' 사는 게 사실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책의 매력을 접하게 되면 결국 읽기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판 시장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한다. 책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장식용.선물용.소장용 등 책의 효용은 무궁무진하다. 스마트폰이 못 만들어내는, 책만의 가치가 분명히 있다. 종이책의 위기라고 하지만 독서는 고급 취미로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그 영역을 공략할 노하우를 찾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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