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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기획연재]미국의 오늘을 찾아서 (3)

미 대선 진행되면서 피아간 상처의 골 깊어 간다
반대편 진영 이해하려는 노력없는 게 문제

메리 왈즈와 헤리 주드 부부는 변호사다. 60대인 그들은 각종 봉사활동과 정치활동에 앞장서는 진보적인 시민들이지만, 분노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을 위대하게 재건설 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 정치에 참여하고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긴 해도, 우리와 저들을 나누는 극단적인 사상에는 동조하지 않는다. 정당 선거위원회에서 자원봉사하는 그들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메리 왈즈는 주하원의원으로 재직한 경험이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400명의 주의원으로 구성된 뉴햄프셔 주의회에서 받았던 연봉은 수백불 정도였다. 정치는 주민들을 위한 봉사를 위한 직책이라는 것이 이들 부부의 생각이다.

지금은 클린턴 지지자이지만 주하원의원 재직 당시에는 공화당원이었다. 요즘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특히 회자되는 구호는 ‘잃어버린 미국을 찾자’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에게는 그냥 이기자는 구호일 것이고, 몇 몇에게는 미국의 강대한 힘을 되찾자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몇 몇에게는 이민자들의 증가와 문화 다양성으로 사라진 미국 특유의 청교도 정신을 되돌리자는 함성일 수도 있다. 메리 왈즈씨가 가장 존경하는 공화당원인 캐런 와드월스는 “미국이 잃어버린 것은 존경심이다. 나는 미국이라는 국가가 앞으로 되찾아야 할 것은 국민들과 세계인들로부터의 존경심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SNS로 사람들의 목소리와 의견들이 매 초마다 넘쳐나는 시대다. 하지만 그 격은 너무 낮아졌다. 대화와 토론은 감정에 휩싸인다. 제대로 된 생각들은 자극적인 의견에 묻혀 금방 사라진다. 분노하고 비하하는 언어와 생각들이 SNS를 지배한다.

우리는 진정 분노하고 있나? 정치인들은 더이상 좋은 일과 희망 따위를 제대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공포, 불안, 분노로 보통 사람들을 내몰고 있다.

이같은 의견은 뉴햄프셔 대학 기숙사에서도 엿들을 수 있다. 공화당원인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의 CNN 후보 토론을 시청중이다. 학생들은 정치가 흥미로우면서도 실망스러운 드라마 같다고 이야기한다. 진보적인 대학 풍조에 그들 대학생 공화당원들은 이단아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이들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성장해 간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젊은 공화당원들은 민주당 토론회를 즐긴다면서 “어떤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 같은 작자를 지지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분노에 이성을 잃었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그의 사상과 계획 따위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스스로 풀이했다.

이들은 버니 샌더스와 힐러리 클린턴의 토론을 흥미롭게 지켜본다. 버니의 열정과 힐러리의 수완에 감탄하기도 한다. “미국인들은 자기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해 잘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아요. 제 생각엔 그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라고 토론회를 함께 시청한 뉴햄프셔 주하원의원 조 스위니(공)가 말했다.

개인 대 조직, 전체 대 부분의 건전한 대립은 미국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이 결과로 다양한 문화와 풍조, 민족과 인종이 모자이크처럼 미국을 이루고 나라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EU라는 큰 틀에서 각 나라의 정체성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 유럽인들이 보기에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갈등은 유럽의 그것보다 넓고 깊다.

폴 가버씨는 75세다. 올 대선이 어쩌면 그가 참여할 수 있는 마지막 투표라고 생각하고 있다. 공화당으로 자랐지만 지금은 열렬한 좌파주의자로 버니 샌더스를 지지한다. 하지만 클린턴이 경선에서 이긴다면 선거에서는 당연히 클린턴을 위해 투표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8년간 오바마 대통령의 각종 개혁정책의 발목을 잡은 공화당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경선이 가까워 올수록, 유세현장은 공개심리치료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공화당 후보의 유세에도 민주당 후보들의 유세에서도 분노와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의 외침이 들리고 후보들은 때로는 격양된 표정으로, 때로는 천사의 미소로 그들을 이꼴고, 달래며 지지를 이끌어낸다. 하지만 유세현장을 찾은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은 대부분 그 곳에 오기 전에 갖고 있었던 후보자들의 호불호를 한 두번의 대면으로 바꿀 생각이 없다. 분노는 넓고 질문을 크다. 대선이 가까워 질 수록 상처는 벌어지고 감정의 골은 깊어 간다.


박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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