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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나는 신화] 멘토…스승 외길 20년

언어의 가장 큰 속성은 사회성과 역사성이죠. 새로운 언어가 생기기도 하고, 어느 날 유행처럼 새로이 쓰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매개체로 미디어가 큰 역할을 합니다. 몇 년 전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서 쓰기 시작해 전국민이 보통명사처럼 쓰기 시작한 단어가 있습니다.

'멘토(Mentor)', 어렴풋이 스승 쯤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로만 알고 계시는 말입니다. 그는 그리스신화의 오디세이왕의 절친입니다. 오디세이는 트로이왕자가 일으킨 전쟁에 그리스 동맹으로 참전한 섬나라 이타카의 왕입니다.

그에게는 어린 아들 텔레마커스(Telemachus)가 있었습니다. 장차 대를 이어갈 그 아들의 훈육을 맞아줄 그 누군가가 필요했습니다. 언제나, 살아서나 돌아올 수 있을런지 전장으로 나선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는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동료였던 알시무스(Alcimus)의 아들로서 인품과 학식이 뛰어난 친구 멘토가 그 적임자로 여겨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멘토는 장차 아타카의 왕으로 자랄 왕자의 스승으로서 최선을 다합니다. 오디세이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무려 20년이 걸립니다.

오디세이의 지혜로 이끌어낸 '트로이 목마'로 이긴 트로이전쟁이 10년 걸렸습니다. 이 전쟁 와중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신전을 유린한 과오로 섬나라인 고국으로 돌아가는데 또 10년이 걸립니다. 포세이돈이 바다의 괴물들을 이용해 괴롭힌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오디세이는 그 길고도 지난한 여정을 마치고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어떤 자동차 제조사는 자사의 미니밴에 그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해석되네요.

트로이 전쟁이 끝난 지도 이미 오래 전, 왕자는 어느덧 활솜씨로도 유명한 청년으로 장성합니다. 부친이 언제나 돌아올까 기다리던 그는 이미 귀향한 이웃 나라 동맹국의 왕과 장수들에게 아비의 행방을 탐문하러 떠납니다. 궁전에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소문이 난 오디세이의 왕비를 차지하려 몰려든 지방의 영주들로 들끓고 있었습니다.

왕비 페넬로페(Penelope)는 오디세이의 수의 한 벌만 지으면 그들 중 한 명과 혼인을 하겠다고 약속했죠. 하지만 그녀는 밤만 되면 지었던 수의를 모두 풀어 다시 짓곤 하며 그들의 구애를 거절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유래된 '페넬로페의 베짜기'는 결코 끝나지 않는 일을 뜻합니다. 페넬로페 역시 수절과 정절을 상징하는 말이죠. 이에 반해 적국의 왕자 파리스를 따라 나선 헬레네(Helene)는 음, 그 반대를 뜻한대죠. 물론, 이야기 속에서 그렇다는 얘깁니다.

텔레마커스가 아비를 찾아 나선 길에 스승 멘토도 동행합니다. 오디세이가 들렀다가 그 섬의 주인 칼립소가 그를 사랑해서 몇 해를 머무르게 했던 바로 그 섬에 도달합니다. 텔레마커스 역시 칼립소의 신녀 유카리스(Eucharis)와 사랑에 빠져 소기의 목적도 잊어버립니다.

위 사진의 장면이 바로 그것입니다. 왼쪽 나이 든 이가 스승 멘토입니다. 그는 지금 텔레마커스에게 본래의 목적을 상기시켜 유카리스와의 이별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이 조각상은 티토 안젤리니의 작품으로 나폴리의 카포디몬테 박물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어쨌든 멘토의 지극한 훈육에 감명을 받았던지 후세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신뢰가 가는 조언자', '스승', '현자' 등의 뜻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의 제자란 뜻으로 '멘티(Mentee)'란 말도 만들어졌구요.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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