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당신을 좋아해요…체 게바라도 환영했을 것"
시민들 "USA" 외치며 환호
오바마, 가족과 구도심 관광
오늘 반체제 인사들 만나
20일 오후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을 타고 입국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찾은 국제적 관광지 아바나의 구시가지. 포석이 깔린 스페인풍 거리에 빗속에 우산을 받쳐 쓴 오바마 일행이 나타나자 경찰의 통제 속에 멀찍이 떨어져 있던 쿠바인들이 "USA" "오바마"를 외쳤다. 한 남성은 "쿠바 방문을 환영합니다. 당신을 좋아해요"라고 소리쳤고, 건물 발코니에 나온 한 여성은 오바마 일행에게 박수를 쳤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에 손을 들어 인사하는 노 타이 차림의 오바마 대통령에게 환호가 이어졌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도착했던 이날 호텔 바텐더로부터 가정집에 이르기까지 도시 곳곳에서 오바마 얘기가 계속됐다"고 전했다.
쿠바와의 우호 관계를 새로 만들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바나 2박3일은 '1호 가족'의 관광으로 시작됐다. 구시가지 관광에는 미셸 여사와 딸 말리아.사샤는 물론이고 장모 매리언 로빈슨까지 동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쿠바의 미국 대사관 직원들을 만나 "1928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이 쿠바에 왔을 때 전함을 타고 사흘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3시간 만에 왔다"며 "에어포스 원이 쿠바에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보다 더 밝은 미래를 위한 비전을 만들고 쿠바 국민들과 직접 접촉하며 양국 국민들의 새로운 연대를 만드는 역사적 방문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쿠바 국민들도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으로 반세기 넘게 이어진 쿠바 봉쇄가 끝나면서 경제가 활력소를 얻고 헤어진 가족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이름을 사미르라고 밝힌 한 남성은 CNN방송에 "오바마는 떠나기 전 무언가 좋은 일을 하길 원하는 것 같다"며 "교류할 기회가 더 많아지고 무역이 확대되면 일자리를 찾을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쿠바 외무부의 미국 담당관인 호세피나 비달은 "(쿠바 혁명을 도운) 체 게바라가 살아있었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했을 것"이라고 까지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일반 국민들 뿐만이 아니다. 그간 공산주의 정권하에 50여년간 억압 받아온 쿠바의 반체제 시민단체 인사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번 방문을 통해 "급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마지막날인 22일 직접 만남을 갖고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 인권은 오바마가 이번 방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껄끄러워했던 문제다.
쿠바 국영 언론사의 한 기자는 "2주전 소셜미디어에 오바마 대통령과 관련된 어떤 글도 올리지 말며 외국 언론도 접촉하지 말라고 지시 받았다"며 뉴욕타임스에 언론 검열을 귀띔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수시간 전 아바나 시내에서 열리던 인권단체인 '백의의 여성들'의 반정부 시위는 경찰의 봉쇄로 중단됐다. 정치범의 가족들인 여성 시위대는 전단을 뿌리다 현장에서 체포돼 가택 연금을 당했으나 21일 대부분 풀려났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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