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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웃게 만든 그녀 박세리, 떠난다

올 시즌 끝으로 은퇴 선언

왼어깨 뼈 닳아 습관성 탈골 고통
아름다운 마무리 위해 9개월 재활
17일 개막 JTBC파운더스컵 출전


"언니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박인비) "너무 오랜만에 투어에 복귀하니 어색해." (박세리)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JTBC 파운더스컵 개막을 앞둔 16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 파이어 골프장. 연습 라운드를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향하던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걸음을 멈추고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박세리가 대회에 출전한 것은 지난해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이후 9개월 만이다. 허리 부상으로 고생한 박인비를 염두에 둔 듯 박세리는 "건강이 최고니까 아프지 말라"는 덕담을 건넸다.

박세리는 지난해엔 2개 대회에만 출전했다. 크고 작은 부상 탓에 일찍 시즌을 접었고 시즌이 끝난 뒤엔 재활에 힘썼다. 그러나 아직도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박세리는 "지난해 말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보니 왼쪽 어깨 끝 쪽의 뼈가 거의 닳은 상태라고 했다. 습관성 탈골 증세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박세리는 올시즌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지난 겨울 최선을 다해 준비를 했다고 밀했다.

그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이른 아침 코스에 나와 18홀 연습 라운드를 했다. 오후에 물리치료를 받은 뒤 한 시간 넘게 연습 그린에서 퍼팅 훈련을 했다. 박세리는 "9개월 만에 걸어서 18홀 플레이를 했다. 체력이 떨어진건 아닐까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힘들진 않았다. 잔디를 밟는 느낌 자체가 무척 좋았다. 이래서 골프선수는 잔디를 밟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퍼트 감각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상태지만 지금은 다시 클럽을 잡고 볼을 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1998년 LPGA투어에 데뷔해 통산 25승. '골프 여왕'으로 화려하게 군림했던 박세리는 이제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LPGA투어와 공식 인터뷰를 갖고 은퇴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즌이 끝나는 하반기가 아닌 복귀 첫 대회에 은퇴 선언을 하는 이유는 남은 한 대회, 한 대회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박세리는 "이제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보다 마무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 20년 가깝게 투어 생활을 하면서 즐거움도, 괴로움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한 대회를 마칠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들 것 같다"고 했다.

박세리는 가장 아쉬운 대회로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피레이션(옛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꼽았다. KPMG 우먼스 PGA 챔피언십 3승(옛 맥도널드 챔피언십·1998, 2002, 2006)을 비롯해 US여자오픈(1998)과 브리티시 여자오픈(2001)에서 우승했지만 ANA 인스피레이션에서만 우승하지 못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세리는 "무엇보다 바라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다. 나 대신 (박)인비가 달성해줬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4월초 열리는 ANA 인스피레이션은 박세리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박세리는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백전 노장 카트리나 매튜(47·스코틀랜드), 브리타니 린시컴(31·미국)과 동반 라운드를 펼친다. 박세리는 "후회없는 경기를 하겠다. 그동안 정말 많은 사랑을 받으며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팬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서비스를 하고 싶다"고 했다.


피닉스=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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