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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학자의 세상보기] 인공지능(1) 잘했다 이세돌 반갑다 알파고

지난 몇일간 벌어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결은 바둑동호인은 물론 필자같이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도 손에 땀을 쥐게 한 명승부였다. 어렴풋이 기억하는 홍수환-카라스키야 대결 (1977년)이나, 영화보다도 더 극적이었던 한-일간의 세계선수권 야구경기 (1982년)에 못지 않게 드라마틱했고 더욱더 의미심장하였다. 그만큼 많은 것이 걸려있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바둑을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 피아노와 함께 매우 아쉬워하는 바이다. 장기, 기타, 테니스 등은 대충 혼자 배웠는데 어느 정도 즐길수 있게 되기까지의 진입장벽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막 네 살이 된 늦둥이가 조금 더 크면 같이 장기와 체스를 할 생각이다. 체스는 나부터 배워야 하므로 체스마스터라는 프로그램도 구해놓았다.

체스와 바둑에서와 마찬가지로 미래에는 인간과 로봇, 또는 로봇과 로봇간의 달리기 경주나 테니스 경기도 벌어질 것이다. 일단 체스에서는 컴퓨터가 인간을 극복한 상태이다. 1989-1997년 사이에 체스 역사상 최강이라는 러시아출신 카스파로프와 IBM사가 개발한 슈퍼컴퓨터들이 세차례에 걸쳐 격돌하였다.

IBM의 첫 체스컴퓨터 ‘깊은 생각(Deep Thought)’은 1989년에 카스파로프에게 도전하였다가 0대4로 완패하였다. 1996년에는 딥 블루 (Deep Blue)가 재도전하여 한 경기를 따내는 기염을 토한다. 1997년에 IBM이 들고나온 딥 블루는 훨씬 더 강력하였고 팽팽한 접전 끝에 결국 2승3무1패의 전적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그 카스파로프가 이번 세기의 바둑 대결을 앞두고 이세돌의 선전을 기원하는 트윗을 올렸다는데 아마 ‘동병상린’ 반에다 ‘너도 한번 겪어보렴 ㅋㅋ’하는 마음 반 이었을 것이다.



딥 블루가 거둔 체스판의 승리는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1997년 당시엔 ‘체스는 전투 (Combat), 바둑은 전쟁 (War)’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인간이 고안한 게임 중 가장 복잡하다는 바둑은 컴퓨터로 프로그램하기에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사실 체스와 바둑은 차원이 다른 게임이다. 체스에서 인간을 이긴 딥 블루는 그냥 슈퍼컴퓨터이다. 막대한 양의 체스게임 데이타 베이스를 매수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서 최상으로 여겨지는 수를 찾는 단순한 방식이었다. 슈퍼컴퓨터와 인간이 체스판에서 격돌한지 거의 20년 만에 인간에게 도전장을 던진 알파고는 인공지능 (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이번 이세돌-알파고 대결이 그렇게 많은 이의 관심을 끈 이유, 우리 인간들이 조금은 걱정스럽게 인간대표인 이세돌을 응원하게 한 것은 상대가 인공지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인공 (Artificial, Man-made)’부분은 큰 문제가 될것이 없다. 왠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지능’부분이다. 인간을 특별한(우리 생각에)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지능인데 그것이 위협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인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한중일과 대만에 한정된 바둑의 대중화를 위해 씩씩하게 도전을 받아들여 멋진 경기를 보여준 이세돌9단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낸다. 그가 거둔 1승4패의 전적 중 1승은 매우 값진 승리이다. 바둑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을 상대로 거둔 마지막 승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파고의 승리도 결국은 인간이 거둔 승리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줄곧 그래왔듯 한번 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다음편에 계속).

▶글 내용에 관한 문의나, 다루어졌으면 하는 소재제안은 youngchool@gmail.com으로


최영출 (생명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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