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시 생각하는 도산의 '주인 정신'
이장훈/전 흥사단미주위원부 위원장
도산은 과거의 인물이 아니다. 그의 업적은 과거의 일이지만 인격과 사상은 아직도 우리 민족에게 남아 있는 위대한 유산이다. 지금 한국과 주변 국가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서 도산이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민족의 분단은 고착화돼 가고 남북간 갈등은 전쟁의 문턱에까지 이르렀다. 최근에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골이 더 깊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동북아시아 정세는 더욱 불안해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민족으로서 통일국가를 이뤄야 한다는 절대적인 사명을 갖고 있다.
한국은 민주화에 이어 정보산업의 발전으로 세계 강대국으로 발돋움 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주의가 팽배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가치관을 심어 줌으로써 장차 나라를 이끌고 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우게 해야 한다. 또 인성과 창의성에 바탕을 둔 교육으로 청소년들의 품격을 높이고 세계와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
지금 지구촌은 자원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핵 전쟁의 위협 등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 인류 문명의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도산의 합리적이고 민주적이며 헌신적인 리더십이 더 생각난다.
도산은 60 평생을 민족의 독립과 번영만 생각했다. 둥근 돌이나 모난 돌이나 다 쓰임새가 있다고 강조하고, 분열된 조직과 이념을 조화롭게 화합시키고자 노력했다. 또한 단체와 사업을 일으켜 힘을 길러 민족의 미래에 거름이 되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건전한 인격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 순국 78주기를 맞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도산의 주인 정신이다. 철학자 안병욱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도산에 의하면 주인정신은 독립정신과 책임정신이다. 우리는 오대주인(五大主人)이 되어야 한다. 첫째로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이요, 둘째는 내 가정의 주인이요, 셋째로 나의 마을의 주인이요, 넷째로 내 직장의 주인이요, 끝으로 내 나라의 주인이다. 일제시대에 우리는 나라의 주인 구실을 못하는 가짜 주인이었다. 주인 구실 할 줄 아는 주인이 참된 주인이요, 진짜 주인이다. 한 집에 주인이 없으면 그 집은 남에게 빼앗기고 만다. 우리는 당당한 독립 능력과 용감한 책임정신을 지니는 주인다운 주인이 되어야 한다."
주인 정신이 한국인 모두의 가슴 속에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 이 정신이 바로 도산이 그토록 강조했던 무실, 역행, 충의, 용감의 정신이다. 고국을 떠나 미국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숨결이 흐르는 조국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지금의 한인사회를 있게 한 원동력은 이민 선조들의 피와 땀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도산의 애국, 애족, 애민의 철학과 삶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그의 뜻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도산이 항상 강조했던 '훈훈한 마음, 빙그레 웃는 얼굴'로 품격있는 한인사회를 만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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