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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향연…프레즈노 62마일 구간, 블로섬 트레일로 가볼까

미 최대 과수원 밀집지역
200여 과실수 일제히 만개

"고요한 경치를 바라보는 즐거움이 아직 끝나지 않고…새 깃 모양의 잔을 주고 받으며 달빛 속에 취한다."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 이태백이 복숭아ㆍ배꽃 만발한 정원에서 연회를 벌이던 봄날 밤이 이랬을까. 달은 기울어 그믐이 모레건만 봄처녀 분홍치마처럼, 배추나비 하얀날개처럼 복숭아ㆍ배꽃이 봄밤을 환하게 밝힌다. 실바람에도 사르륵 사르륵 내리는 꽃잎에 홀로 마음이 설렌다.

이곳은 블로섬 트레일(Blossom Trail)로 유명한 프레즈노의 한 과수원, 몇 시간째 카메라 받쳐놓고 하늘을 우러르고 있다. 오래전부터 생각해 오던 꽃과 별들의 트레일을 찍어보려는 중이다. "하늘엔 별들이 꽃처럼 내리고, 언덕에 꽃들이 바람에 날릴 때…" 어쩌면 꽃과 별들은 천상의 궁합인가.

프레즈노 동남쪽 과수원 밀집지대에 총 62마일 구간의 블로섬 트레일이 과일이 아닌 꽃들로 제철을 만났다. 아몬드ㆍ자두ㆍ살구ㆍ사과ㆍ오렌지ㆍ배 등 무려 200여 가지의 과일나무들이 일제히 형형색색의 꽃들을 피워 올렸다.

블로섬 트레일이 자리한 센트럴 밸리 일대는 과일과 채소ㆍ견과류 등 전국 최대의 곡창지대로 손꼽힌다. 호두는 전국 생산량의 99%, 자두 97%, 마늘 95%, 시금치 71% 등 어떤 작물은 다른 지역에선 상업적으론 아예 기르지조차 않고 있다. 살구ㆍ아보카도ㆍ아몬드ㆍ무화과ㆍ피스타치오ㆍ복숭아 등은 전국 어느 곳보다도 압도적인 생산량을 자랑한다. 그렇다보니 매년 2월 중순부터 3월 하순까지는 그 화려한 봄의 향연을 즐기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사진을 찍느라 차 안에서 밤을 보낸지라 밭 고랑에서 기지개를 켜니 어느 새 밭일에 나선 인부들이 분주하다. 긴 사다리를 들고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며, 가지 하나하나 엮으며 둥글게 묶고 있다. 궁금해서 물었더니, 머잖아 과일들이 열리면 가지들이 무게를 못이겨 꺽어질텐데, 그 전에 미리 묶어두는 것이라고.

지도를 따라 천천히 꽃길을 따라간다. 분홍색 밭을 지나면 흰색 다음은 분홍색, 어떤 곳은 이미 연두색 새싹이 돋아 꽃보다 더 예쁘기도 하다. 어떤 곳은 노란 유채꽃이 어우러지거나, 이름 모를 야생화가 길가를 장식한다.

특별히 방문객들을 위한 팻말이 없으니, 좀 섭섭하기도 하지만 한편 그래서 더 편하기도 하다. 오솔길처럼 구비구비 돌아가는 맛은 없지만 시원스레 뻗은 길 양쪽으로 얼마든지 차를 세우고 쉬어 갈 수 있어서 좋다. 내려서 사진도 찍고, 봄기운도 만끽하고.

트레일 중간중간에는 옛 마을들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한때 '세계 최장의 수로'가 있었던 생어(Sanger)에서는 지난 주말 '블로섬 트레일 10K 마라톤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벌목한 목재를 계곡 아래 이곳까지 실어나르던 킹스 리버(Kings river)를 그렇게 불렀다.

한인들에게 독립문으로 잘 알려진 리들리(Reedley)도 빼 놓을 수 없는 곳. 독립 운동가들이 종사했던 복숭아 과수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명한 이곳의 특산물이다. 당연히 독립문 공원(196 N.Reed Ave. Reedly) 방문은 블로섬 트레일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이번 주 초에 엘 니뇨가 비바람으로 심술을 부린 탓에 꽃들이 걱정이다. 어쩌면 절정을 넘겼는지도 모르겠다. 봄의 향연에 참가하려면 이번 주말 서둘러야 겠다.

▶가는길:LA에서 5번을 타고 북상하다 99번으로 갈아타고 베이커스필드를 지나 킹스버그(Kingsburg)에서 내린다. 여기까지 대략 190마일에 3시간 소요. 여기서부터는 지도를 참조한다


글·사진=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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