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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나 받았던 스트레스, 자칫 화병으로 남을 수도”

포터랜치 개스누출 사고로 인한 정신적 피해는?

스트레스는 일종의 적응장애
의식주 변화는 스트레스 원인

개스누출 사고로 정신적 피해
불안하고 짜증 계속되면 위험

정신 문제는 초기치료가 중요
법적 보상받으려면 기록 남겨야


한인들도 많이 살고 있는 포터랜치 지역 개스누출 사고가 귀가해도 안전하다는 조치(3월13일까지)가 취해지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4개월 이상 불안정했던 환경으로 정신적, 정서적인 후유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정신과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환자들을 40년 넘게 보아 온 조만철 정신과전문의는 “특히 미국인들과 달리 한인들에게는 우리의 정서적, 문화적 배경에서 오는 화병이 후유증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실제 후유증 환자가 많은가.

"이번 개스누출 사고와 연관된 환자들을 개인적으로는 치료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임 등을 통해서 이같은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서 알고 있다. 노스리지 지진이라든가 LA폭동의 피해 한인들의 경험을 근거로 할 때 이번 개스누출 피해 한인들에게 나타나는 모습들이 너무도 유사하다. 그래서 트라우마와 스트레스 장애 전문의로서 우려가 되는 것이다."



-이 증세들도 PTSD인가.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즉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진단 기준은 그 사람이 생명의 위협을 받았는가에 있다. 이번 개스 누출은 독성 성분으로 인해 두통, 어지럼증, 불쾌감, 재채기, 기침, 목과 눈의 이질감, 구역질, 가려움증과 발진 등 신체 전반부분에 증세를 일으켰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음의 위협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로 인한 정신과적인 증세들을 볼 때는 확실한 스트레스 증후군이다. 따라서 적응장애로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어떠한 증세들인가.

"개스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발표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마음에 안정이 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잠이 깊게 들지 않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짜증이 많아졌고 뭔가 좀 안 된다 싶으면 참을성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신경이 예민해져 부부끼리 또 자녀나 직장에서도 충돌이 잦아진다.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무엇인가 할 때 조바심이 난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되었고 술도 평소보다 많이 한다. 불안하기 때문에 뭔가 의존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일종에 적응장애에서 오는 증세들이다. 본래 우울증세가 있거나 자신의 잘못과는 무관하게 정부 혹은 큰 회사(단체)의 실수로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가능성이 큰 것은 당연하다."

-어떤 점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되었을까.

"의식주에 위험한 변화가 왔을 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것이 인간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자신의 거실 의자에 앉아서 커피 한잔에 아침 신문을 읽지 못하게 된 것일 수도 있고 정원 손질을 할 수 없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은 자신만이 갖는 행복감이 있다. 일종에 일상적인 반복 속에서 주는 습관화되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작은 만족감인데 이것을 누릴 수 없게 될 때 불안감과 동시에 불만감이 형성되고 이것이 일종에 '화(anger)'로 나타난다. 불편할 때 짜증이 나는 이치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만일 그것이 내 잘못과는 상관없이 타인과 인할 때 화는 더 심해진다. 또 그 타인이 내가 혼내 줄 수 없는 즉 적당한 반격을 해서 나의 화남을 표현할 수 없는 대상일 때 화는 울분으로 응어리가 지는데 이것이 우리 한민족들이 말하는 '울화' '화병'인 것이다. 정부와 개스회사는 나로서는 쉽게 울화를 터트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것이다."

-지금 주민들에게 공개적인 사과도 했고 더 이상 개스유출도 없고 나름 보상을 해주고 있는데도 스트레스가 되는 이유가 뭔가.

"우리의 몸과 정신은 일단 한번 스쳐 지나간 흔적은 그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 대신에 이번 경우는 스트레스 후유증세라고 하는 것이다. 일단 우리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외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때에 아무 문제 없다며 거짓말을 했다거나 호텔 등 지정된 임시거주처에 지낼 때 언제 사태가 끝날지 모르는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을 겪으면서 이미 열을 받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지금 주변 상황을 볼 때 그동안 비어 놓았던 집 안팎에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무엇보다 한인들로서는 더욱 불안과 갈등을 겪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백인 이웃들의 사건 대처 모습들이다. 그동안의 피해상황에 대해 마땅한 보상을 받으려고 법적인 대응을 하는데 한인들로서는 방법을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불안하면서 짜증이 나는 것이다."

-이것이 화병인가.

" LA폭동 한인피해자를 상당했을 때 자신의 증세를 표현해보라고 했더니 그 중 70%가 '화병'이라 답한 것이 기억난다. 정도 차이겠지만 비슷한 상황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좋나.

"폭동 피해자를 상담하는 정신과와 심리학과 의료진들이 발표한 당시 리포트를 보면 상담자 중에서 평소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던 사람 중에 70%가 한 달 안에 항우울제를 더 이상 먹지 않았다. 먹어도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항우울제도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보다는 민첩한 대응을 하지 않은 당국을 비난하는 시위대에 동참함으로써 자신의 내적인 울화가 다소 가라앉았다고 했다. 화가 났을 때는 부순다거나 하는 등의 액션을 그 대상에게 해줘야 없어진다. 그렇지 못할 때 안에서 응어리로 뭉친다. 정신과적으로 볼 때 이것은 언젠가는 엉뚱한 쪽으로, 그것도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까지 해를 주는 파워로 터지기 때문에 그 이전에 해결해 줘야 안전하다고 본다."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야 하나.

"만일 집으로 돌아와 정상생활을 하는데도 내적인 불안감, 초조감, 짜증 등 적응장애 증세가 있는 사람은 치유 없이 두면 악화되어 불안증, 공포증, 공황장애, 우울증, 사회불신증, 강박증, 건강염려증, 피해망상증, 술.담배, 도박 의존 등으로 악화되는 증세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녀의 경우는 말로 표현을 못 하고 불안한 행동과 퇴행성(엎지른다거나 넘어지는 등) 행동과 난폭함, 자다가 놀라 깨어나는 등의 스트레스 증세를 보일 수 있다.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나중에 법적인 보상을 받으려면 반드시 치료기록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아울러 알려주고 싶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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