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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2016] 끝나지 않는 아카데미 '백인 잔치'

이경민 / 사회부 차장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8일 막을 내렸다. 여느 때처럼 세계 영화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진 지상 최대의 영화축제였지만, 올해만큼 시상식을 둘러싼 잡음이 많았던 해도 없었다. '백인 잔치' 논란 때문이다. 2년 연속 남녀주조연상 후보 20명 가운데 유색인종이 단 한 명도 포함돼 있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후보 발표 직후부터 아카데미를 향한 매서운 비난이 쏟아졌고, 일부 흑인 감독과 배우들은 시상식 참석을 거부했다. 시상식이 열리는 동안 시위를 벌인 이들도 있었고, 같은 시간 흑인 영화인들끼리 따로 모여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카데미 입장에선 억울한 구석도 없지 않았을 거다.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회장으로 3년째 연임 중인 셰릴 분 아이작스 회장 입장에선 더욱 그랬을 법하다. 아이작스 회장은 취임 이래 누구보다 앞장서 아카데미 회원 구성에 다양성을 꾀하고자 부단히 힘써왔던 주역이다. 후보가 발표되기 이미 한참 전에 흑인 코미디언 겸 배우 크리스 록을 11년 만에 다시 사회자로 초빙하기로 결정해 시상식의 얼굴로 내세웠지만, 이 같은 사실은 주목조차 받지 못했다. 아카데미 회원들 가운데는 '피부색을 떠나 뽑을 만한 후보가 없었을 뿐'이라고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아이작스 회장과 아카데미 측은 부랴부랴 오는 2020년까지 여성과 소수계 회원 비율을 2배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비난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같은 '백인 잔치'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USA투데이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개봉 예정인 주요 영화 184편의 '다양성 점수'는 평균 C수준이다. 할리우드 주요 제작, 배급사 20곳 중 파라마운트, 워너 브라더스, 20세기 폭스사 등의 경우 2016년 개봉 예정작의 인종적, 성별 다양성 측면에서 F, D, C- 등의 초라한 점수를 받았다. UCLA 인종문제연구소가 조사한 최근 자료를 보면 2014년 극장개봉된 영화 중 백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의 비율은 87.1%에 달한다. 제대로 된 유색인종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 자체가 없는데, 유색인종 배우들이 연기력을 뽐낼 기회가 있을 리 없다.

이는 카메라 뒤 제작 현장을 백인들이 지배하고 있는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UCLA가 할리우드 주요 영화 제작진의 인종 비율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색인종 감독의 비율은 12.9%, 작가의 비율은 8% 뿐이다. 주요 영화사 중역 급의 인종 비율도 백인이 94%, 배우들의 활동을 담당하는 에이전트들 가운데도 백인이 90.8%라는 통계가 있다. 유색인종 배우의 성공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할리우드는 창의력이나 기획력, 기술력 등 많은 면에서 '세계 최고'란 말이 아깝지 않다. 좋은 이야깃거리만 있다면 언어와 국경을 가리지 않고 소재를 찾아 나서고, 재능있는 배우, 감독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모시기 경쟁'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뉴 미디어 환경과 글로벌 시장에 가장 민첩하게 반응해, 전 세계 관객을 대상으로 한 히트작 만들기에 열을 올리는 곳이 바로 할리우드다. 이같은 '백인 잔치'가 계속된다면, 손해를 보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할리우드란 것을 그들이 모를 리 없다.

아카데미도 마찬가지다. 몇 년 후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거대한 다양성의 축제가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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