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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삶의 마라톤 42.195Km

김준혜/뉴스타 부동산

옛날부터 ‘우수, 경칩이면 대동강 물이 풀리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이 깨어난다’는 말이 있다. 우수(雨水)는 24절기의 하나로, 동풍이 불면 언 땅이 녹고 눈이 비가 되어 내리며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는 뜻으로 날씨가 많이 풀려 봄기운이 돋고 초목이 싹트는 절기다.

정월의 중기이며 입춘과 경칩 사이에 있어 그야말로 수달이 물고기를 물고 다니고, 기러기들이 돌아오고, 눈 덮인 산그늘에도 조금 성급한 대로 진달래가 움트는 시기이다.
 
계절의 변화를 우리가 사는 경제에 대입해 본다. 최근 일련의 경제지표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느끼는 경제 사이클과 24절기의 순환주기는 각기 파장과 파고가 다르지만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최저점을 지나왔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매일 조금씩 파산하는 주변의 얘기를 들으며 ‘누구네는 이미 가게를 그냥 닫고 나왔다더라’, ‘이 집사네는 모기지는 못 내도 거기서 몇 개월을 버티면 그래도 손해를 줄일 수 있다더라.’ 등 가정경제를 책임진 소시민들에게는 실로 듣기에도 으스스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소비는 위축되고 외식도 씀씀이도 줄어 집도 보험도 자동차 업계도 모두 위축됐다.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하지만 다하지 않는 어둠이 없듯이 경제도 나름의 성장동력을 찾아가면서 긍정적인 면으로 바뀌고 있다. 호시절은 아니더라도 그동안 졸라맨 허리띠를 조금은 풀어놓을 기회였으면 한다.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한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에 접어든 요즘은 더욱 실감 나는 말이다. 혹자는 명쾌한 로드맵을 가지고 굳건하게 생의 한가운데로 달려가지만, 주위에 이런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굴곡진 삶을 살면서 쉽게 잊기도 하고 잊히기도 한다. 힘든 시절을 지나온 이들이 살아가는 보통의 삶이다.
 
나도 그랬다. 산 전체를 가늠하고 단숨에 올라가려면 일순간 압도되어 포기하기 쉬운 것처럼 더러 힘들 때는 앞사람이 올라가는 발뒤꿈치만 보고 따라간다. 전체를 조망하기보다는 딱히 힘들면 땅만 보고 구간 구간 올라가는 이른바 흐름과 관성의 무심한 등산 방법이 훨씬 효과 있고 실제적일 수 있었다.
 
극한의 마라톤을 조바심만으로 단숨에 뛸 수 없듯 구간 구간 나눠 왼발은 오른발을, 오른발은 다시 왼발로 이어지는 무한 반복의 관성으로 뛰어가는 것도 한 요령이 될 수 있었다.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삶이 즐거움이라는 유희만으로 구성된 무용이 아니어서 고통과 희생을 요구한다면 그리고 그 고통분담이 조금이라도 힘겨운 씨름판이라면 한번 무심히 나누고 쪼개어 접근해보자. 옛 분들이 그렇게 하여 힘든 삶의 무게를 각기 입춘, 우수, 경칩, 청명, 곡우 등 각기 보름씩 배분하여 24절기로 나누고 쪼개어 삼백 예순 날을 견뎌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절기가 바뀌니 나도 거둬들일 가을 들녘을 위해 어김없이 밭 갈 채비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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