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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데스밸리에서 '남북통일'의 싹을 보다

'원쑤의땅' 세뇌받았지만
아름다운 공동체 체험해
외로운 이민삶 서로 돕자

지난 주말 제가 회원으로 있는 LA푸른산악회 팀에서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꿈같은 풍경을 뒤로하고 세상 속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그 순간을 영원히 가슴 속에 간직하고 싶어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며 운명을 개척하는 힘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철저히 교육받으며 자랐고, 남한사람들은 미제국주의 앞잡이며 조선인민의 가장 철천지 '원쑤'라고 골수에 사무치도록 교육받고 살았습니다. 그러기에 오늘날 이 새로운 자본주의 미국생활에 잘 정착하여 저의 남은 인생을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정다운 가족이 되어주시는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신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발언과 행동도 서슴지 않는 실수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저처럼 힘든 인연 만난 것을 탓하지 않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옛 것은 모두 죽음의 계곡 속에 묻어버리고 새생명의 황홀한 느낌과 깨끗한 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서도록 도와주신 산악회 회장님과 회원님들, 진심으로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데스밸리에서 자연이 인간을 위해 베풀어준 신비의 온천에 온몸을 담그며 정신과 마음, 육체를 치유하는 행운을 누리면서 창조주를 생각했고 인간들이 사회공동체를 통해 서로 돕고 살아나가도록 되어진 원리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안중에 없고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한다는 개인주의로 가득 차고 돈밖에 모르는 황금만능의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인간의 따뜻함이 아직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함께 여행하고 한솥밥 먹으며 돈독한 우정을 쌓고 서로 돕고 위하는 마음 씀씀이를 체험하면서 인생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사실 작년 9월 처음 산악회에 합류할 때까지만 해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전혀 다른 체제 하에서 살아왔고 이미 이 사회에 정착된 삶을 살아가는 남한 출신 한인들과 한 공동체에서 어울린다는 것이 많이 두려웠습니다. 심지어 어울리는 과정에서 내가 북한 출신이라고 멸시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여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날이 감에 따라 함께 팀원으로 어울리고 선입견을 없앨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 하늘 아래 사람이 살아 숨쉬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사랑과 기쁨과 슬픔이 있는 똑같은 인간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인들도 그 누구나 마음 속에 정든 고향땅과 사랑하는 부모형제, 일가친척과 친구들이 있는 고향땅을 그리며 외로움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은 저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이민자로서 함께 정서를 공유하며 저 자신도 이 사회의 일원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게 됩니다.

반세기 이상 남과 북이 갈라져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원수라고 세뇌교육을 받으며 자라왔지만 이 자본주의 땅 미국에서 인간미 넘치는 아름다운 공동체생활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가져봅니다.

이민생활의 외로움에 지친 남과 북에서 온 우리 모두에게 힘과 용기, 희망과 사랑을 주는 가족이 되고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머지않아 이루어지게 될 남북통일의 그날도 그려보게 됩니다.

▶필자 황수지씨는 2005년 탈북,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2009년 망명 신청으로 미국에 입국해 LA한인타운에 살고 있다. 재작년 시민권도 받았다.


황수지·탈북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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