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주인은 가고 '옛날'은 남다…이스테이트 세일

한 집안 집기 통째로 팔아
주말 나들이, 흥정 재미도

거라지 세일은 들어봤는데, 이스테이트 세일은 뭐냐구요? 집 한채를 통째 판다는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집만 빼고 그 집에 든 모든 기물을 팔아 치우는 것을 말합니다. 이베이, 크레이그리스트 등 중고 물품을 팔고 사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날이 갈수록 성업중인 가운데서도 꾸준히 인기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전 주인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만져보면서 흥정하는 재미도 남다른 그래서 주말 나들이 삼아도 좋을 이스테이트 세일로 안내합니다.

지난 토요일 아침 8시 칼라바사스, 세일 시작 시간에 맞춰 서둘렀건만 이미 근처엔 주차할 곳이 마땅찮다. 조바심치며 집 앞에 다다랐더니, 10여 명이나 줄을 서 있다. 다가가니, 앞으로 가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란다. 순서 27번, 둘러보니 많은 이들이 이름을 올리고 차에서 입장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노인들과 아주머니, 중년 남자 등 다양하다. 자주 만나는 사이들인지 서로 인사를 나누며 쇼핑목록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대개 주말 3일간 이뤄지는 세일로 오늘이 첫날이어선지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늘 열리는 이곳은 닉슨 대통령 재임시절엔 온두라스 대사로, 포드 대통령 시절엔 콜롬비아 대사로 활약하는 등 40여 년간 미국의 외교관을 지낸 필립 산체스씨의 저택이다. 세일을 진행하는 회사측에서 보낸 메일에는 판매될 물건들의 목록과 사진들이 풍성했다.

관심이 가는 물건들이 있었지만, 가격도 알 수 없고, 게다가 내 차지가 되리란 보장도 없으니, 맘 편히 갖기로 한다. 몇 달 전에는 빈티지 오디오를 마음에 두고 갔다가 바로 내 몇 명 앞의 사람이 의기양양하게 그 물건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헛물만 켰더랬다. 아쉬운 마음에 얼마에 팔렸냐고 물었다가 괜히 입맛만 한참이나 다셨다. 예상가격보다 훨씬 쌌던 것이다.

오늘은 그간의 여염집과 달리 오랜만에 나오는 거물급 세일이니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 드디어 차례에 맞춰 입장, 죽 둘러본 뒤 거실로 향했다. 이미 많은 이들이 물건들을 챙기느라 난리다. 조금 전까지 이 집 식구들이 사용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여 있는데, 이 아수라장이라니. 잠시 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거실엔 주인이 편안히 휴식을 즐겼을 안락의자, 평생 사 모았을 기념품들이, 주방에는 은접시 세트를 비롯한 온갖 주방 집기들이 주인이 어느날 홀연히 사라진 것처럼 그대로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옛 유행가처럼 주인은 가고 '옛날'만 남았다. 손때 묻은 유물에서 그의 숨결이 느껴질 것만 같다.

일단 마음에 둔 그림을 찾았더니, 메인 침실에 걸려 있다. 콜롬비아 작가가 시골 마을의 풍경을 그린 것으로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원색이 어우러져 이미 며칠 전부터 내 맘에 꽂혔었다. 그런데, 350달러란 거액의 가격표가 붙어 있다. 마음을 접고 소품이나 둘러보려 다시 거실로 나왔다. 대형 그림들과 거실의 치장이 주인의 취향을 말해준다. 오랫동안 남미생활을 한 탓인지 남미 작가의 작품들이 많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작품들이 1만 2000달러부터 7000~8000달러 짜리가 흔하다.

한쪽 벽에 붙어 있던 닉슨, 포드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든 백악관 문서들은 그새 주인을 찾아갔다.

'진품명품' 건질 수도 있어
마지막날…값 절반 이하로


중년의 한 남자는 벽에 걸린 괘종시계만 몇 개를 안아들고 있다. 흡족했던지, 자신은 골동품 트레이더라며 그 물건들을 되팔거라고 떠벌인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나처럼 이 물건 저 물건 눈길 가는대로 집어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특정한 종류만 겨냥해서 고르는 이들도 많다. 어떤 이는 진위를 가리려는지 큼지막한 돋보기를 들고 그림의 표면을 훑고 있다.

나는 주인이 페루 리마에서 샀을 조롱박 조각 한 점과, 도자기 인형을 집어들고 이미 가격표가 붙어 있긴 하지만 직원에게 값을 물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10% 할인을 해준다. 값을 치르고 집 주인의 행방을 물었더니, 몇 해 전 대사가 죽은 뒤 팔순 중반인 미망인이 얼마 전 아들 집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면서 집은 매물로 내놓고, 내부의 집기들을 통째로 처분해 달라고 했겠지. 아무리 소중한 물건이라도 자신의 추억이 깃들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 생각하니,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부모의 유물을 처분해 버리는 자식들의 처사가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일요일 아침 10시, 어제에 이어 이스테이트 세일을 찾아 나섰다. 마침 집 근처인 데다 마지막 날인지 산보 삼아 아내랑 길을 잡았다. 집 앞에 선 자동차 두 대에도 가격표가 붙어 있다. 이미 몇 차례 손님들이 다녀간 터라 파장 분위기다. 벽에 붙은 유화가 눈에 들어오길래 작가의 이름을 스마트폰에 검색했더니, 그 이름으로 된 부고 기사가 뜬다. 그래서 직원에게 물었더니, 이 집 주인이 그린 것으로 몇 달 전에 돌아가신 뒤 그 자식들이 처분을 의뢰했단다. 생전에 그림을 사랑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은 하지 못했단다. 나란히 걸려 있는 작품은 같이 작품활동을 한 친구의 그림으로 그는 성공을 해서 비싼 값으로 팔린다고 덧붙인다.

왠지 이웃 주민이 직접 그린 것이라 애착이 가서 값을 물었더니, 10달러란다. 세상에. 액자를 내려 뒤를 보니, 1972년 5월에 밴나이스의 화방에서 액자를 했는데, 액자값만 21달러 50센트라고 적혀 있다. 소품 한점을 더해서 20달러에 '명작'을 건져서 기쁘다.

오후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칼라바사스 대사 저택으로 나섰다. 어제 몇 마디 나눴다고 직원이 아는 체를 한다. 350달러짜리 그림이 아직 있음을 확인하고, 이방저방 기웃거리다가, 큰 관심 없는 척하며 다시 값을 물었다. 150달러, 하루만에 200달러가 내렸다. 100달러를 불렀더니, 앓는 소리를 하며 125달러를 부른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냉큼 그림을 집어 들었다.

글·사진=백종춘 객원기자

jcwhite3019@hotmail.com

--------------------------------------------------------------------

이스테이트 세일 Tip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는다

주인이 직접 하는 거라지 세일과 달리 이스테이트 세일은 전문 업체가 맡아서 한다. 이 전문 업체가 진행하는 세일 내용들을 이 사이트에서 정리해서 이메일로 보내준다. 자기 집에서 거리를 정해주면 그 반경에 드는 세일 정보를 알려준다. 사이트 가입은 무료. www.estatesales.net

-관심 물건에 대한 공부를 하고 간다

업체가 보내준 사진을 통해 1차적 접근을 하고, 현장에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물건의 내력을 알아본다. 이베이 사이트 검색을 통해서는 대략적인 가격 정보를 얻는다. 가격이 비쌀 수도 터무니 없이 쌀 수도 있다. 전문업체라지만 모든 물건을 알아 볼 수는 없지 않은가.

-특정 분야만 파고들면 용돈 벌이도

뜻하지 않게 '진품명품'을 건질 수도 있다. 주인이 어느날 세상을 등지거나 해서 가족이 대신 처분을 의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 물건의 내력을 누구도 알지 못해 가끔씩 기사화되는 일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것. 특정 분야만 노린다면 노하우와 지식이 쌓여 진흙 속 진주를 찾을 수도 있다. 이 물건들을 이베이나 크레이그 리스트에서 판매,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좋은 물건은 신경전이 필수

첫날이라면 당연히 좋은 물건을 고를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많이 몰리는 만큼 가격 조정 폭은 적어진다. 첫날은 정해 놓은 가격에 사야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칼자루는 손님쪽으로 옮겨진다. 기껏해야 사나흘 안에 팔아치워야 하다보니, 마지막 날에는 70% 할인이 예사. 그러나, 그 물건이 날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있으리란 보장은 없으니, 바로 자신과 신경전을 벌여야 한다.

-대부분 현금 거래

대부분 현금 거래로 이뤄진다. 리턴이나 반품은 불가. 비싼 물건은 얼마간 지불하면 '홀드'를 해주기도 한다. 불필요한 오해방지를 위해 핸드백도 반입이 금지된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