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비아<에어비앤비 창업자> "정부 땅에 주차공간…서울, 미래 공유도시 시작"
잠금 풀린 휴대폰 관객에게 주며"낯선 이는 위험하단 편견 극복을"
우버 창업자 캘러닉은 규제 비판
"과거 사설 택시 규제 없었다면
지금 주차장 자리 공원 됐을 것"
"미래 공유 도시는 우리에게 고립(isolation)과 분리(separation) 대신 공동체(community)와 연결(connection)을 가져다줄 거다. 한국의 서울은 이미 그것을 시작했다."
'공유 경제'의 대명사인 에어비앤비(Airbnb) 공동창업자 조 게비아가 공유 경제의 미래를 언급하며 서울을 예로 들었다.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세계인의 지식 나눔 축제 TED 콘퍼런스 둘째 날 강연에서다. 게비아는 "서울이 정부 소유지를 거주자 주차 공간으로 제공하고 방을 찾는 학생과 집주인을 연결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공유경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 게비아가 브라이언 체스키와 함께 창업한 숙소 공유 서비스 회사다. 집을 가진 사람과 숙소를 찾는 여행객들을 연결해주는 일종의 '온라인 민박 정보' 서비스다. 이용자가 191개국에서 하루 78만5000명에 달한다. 자신들이 직접 소유한 호텔 방은 한 칸도 없지만 지난해 말 기업가치가 255억 달러(약 30조원)로 세계 1위 호텔 기업인 힐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게비아는 이날 강연에서 공유경제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러곤 그 핵심을 신뢰 구축으로 삼았다. 그는 TED 참석자들에게 "휴대전화를 꺼내 잠금 설정을 푼 뒤 왼쪽에 앉은 사람에게 건네주세요"라고 했다. 자신의 스마트폰도 객석에 앉은 사람에게 건넸다.
참석자들이 순간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자 그는 웃으며 "자신의 집을 다른 사람에게 내주는 심정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낯선 사람은 위험하다는 편견(stranger-danger bias)'을 극복해야 한다는 얘기다. 디자이너 출신인 게비아는 "에어비앤비 사용자들이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디자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충분한 사용자 후기(리뷰), 집주인과 여행객이 주고받을 수 있는 메시지 박스 제공 등을 예로 들었다.
게비아가 강연을 마치자 또 다른 대표적 공유경제 기업인 우버(Uber)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무대에 올랐다. 우버는 자가용을 가진 사람과 택시를 찾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차량 공유 업체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달 누적 이용객 10억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기업가치가 680억 달러(약 80조원)로 자동차업계의 '공룡'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혼다 등을 제쳤다. 하지만 한국에선 불법 택시 영업 논란 끝에 일반인 상대 영업을 중단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캘러닉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이날 강연에서 우버와 같은 '공유 교통수단'에 대한 규제를 비판했다. 그는 과거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운행하다 사라진 사설 택시 '지트니(Jitney)'를 예로 들었다. 지트니는 5센트짜리 동전을 가리키는 은어다. 20세기 초에는 5센트만 내면 지금의 택시처럼 다른 사람의 차를 얻어 탈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지트니'는 등장한 지 5년여 만에 정부 규제로 사라졌다.
캘러닉은 "공유 교통수단이 사라진 뒤 사람들은 제각각 자가용을 사기 시작했고 그 결과 교통 체증과 공해가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미국인들은 연간 70억 시간을 길에서 버리고 있고 그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1600억 달러에 달한다면서다. 그는 "규제가 없었다면 지금의 주차장 자리는 공원이 됐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 기회를 잃어버렸지만 기술이 새로운 기회(우버)를 줬다"고 강조했다. 구글 등이 개발하고 있는 자율 주행 자동차에 대해선 "필요한 기술이긴 하나 도입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TED=기술(Technology).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의 영문 머리글자로 세계 각국의 지식인들이 학문의 벽을 뛰어넘어 창조적 아이디어를 나누는 모임이다. 중앙일보는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6년 연속 TED에 초청받았다.
밴쿠버(캐나다)=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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