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상의 보석이야기] 카네기 멜런 대학 며느리의 명품백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죠다쉬라는 브랜드의 청바지가 크게 유행했다. 당시 물가로는 꽤 비싼 고가품이었는데 어떻게든 하나 장만해서 입고 싶었다. 멋있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이걸 못 입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촌스러운 애로 여겨지는 분위기 탓이 컸다.한국사람들은 유독 남을 많이 의식한다.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한국 속담도 있지만 지금도 이 같은 습관은 변함이 없는 것같다.
내가 코리아타운 매장에서 한국분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고가의 명품을 파느냐 아니면 명품과 똑같이 만들어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상품이 본인의 취향에 맞고 유니크하면 구입하는 보통의 미국인들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나만의 독특함을 표현할 수 있는 보석을 구입하는 미국인과 달리 한국사람들은 남이 해서 보기 좋은 보석을 선호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사람들은 운동으로 균형잡힌 몸매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입고 차고 들고 신고 다니는 것들이 매우 유사하다. 마치 어떤 부류에 속하려면 가져야 할 필수품이 정해진 것같다.
팜 데저트 매장을 운영하던 10여년 전 어느 날, 칠십대쯤 되어보이는 백인 여성이 찾아왔다. 운동으로 균형잡힌 몸매도 아니고 옷을 잘 입은 것도 아닌, 집에서 음식하다 나온 아줌마처럼 굉장히 평범해 보이는 백인 할머니였다.
쇼케이스를 유심히 둘러보다가 반지 하나에 멈춰서더니 꺼내 보여 달라 했다. 그리곤 반지 모양을 자기 취향에 맞게 일부 변형시켜 만들어 줄 수 있는지를 물어 왔다.
며칠 후, 주문한 반지를 찾으러 온 그녀가 써준 체크를 받아들며 나는 깜짝 놀랐다. 샌드라 멜런 본인의 이름이 적혀 있는 체크는 멜론 뱅크에서 발행하는 체크였다. 그녀는 카네기 멜런 대학으로 유명한 멜런가의 며느리였던 것이다.
그녀는 보통 본인의 자가용 제트기를 이용해 여행하지만 가끔씩 시간이 맞지 않으면 일반 여객기를 탈 일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팜 데저트 우리 매장을 찾아왔고 부담없이 하고 다닐 칵테일 링을 맞춘 것이다.
전통적인 미국 부자 가문의 며느리라 한껏 치장하고 최고가의 백이라도 하나 들고 다닐 것 같지만 그녀는 손녀가 정성스럽게 직접 만들어 준 손 주머니를 들고 다닌다. 그리곤 볼 때마다 그 손 주머니 자랑을 어찌나 하든지 이 할머니 정말 멜론가의 며느리가 맞나 의심해 본 적도 있다.
내가 코리아타운에 매장을 오픈하고 몇 달 안 되었을 때의 얘기다. 육십대지만 오십대 정도로 보이는 한 여성이 들어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야말로 어디 한곳 흠 잡을데 없이 완벽한 밸런스였다. 균형잡힌 완벽한 몸매, 백옥같은 피부, 세련된 헤어컷 그리고 몇년은 기다려야 하나 살 수 있는 최고가의 가방, 보석, 시계 등등.
부유한 사람을 많이 봐온 나도 감히 똑바로 쳐다보기 어려울 만큼 그녀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웠다. 우리 매장에 여러 번 왔지만 한번도 흐트러짐 없이 항상 완벽한 외양을 유지했고 이런 외모를 유지하려면 하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할까, 그녀의 남편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후에 주위에서 들은 얘기로 그녀는 착하고 젠틀한 남편과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살았다 한다. 그러다 굉장한 부자를 사귀게 되었고 그러자 남편을 버리고 지금의 부자 남편과 재혼해서 호화롭게 살고 있다는 얘기였다.
보석상에 올 때마다 늘 평범한 차림인 미세스 멜론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좋은 옷 좋은 보석이 많을텐데 왜 차려입고 다니지 않느냐고. 그녀는 씩 웃으며 말했다.
"파티나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아니고 동네 상점 가는데 잘 차려 입고 가서 뭐하게”
보석상식36.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20세기 전만 해도 다이아몬드는 제한된 공급량으로 인해 왕족이나 귀족 그리고 소수의 부자들만 소유할 수 있는 특권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우스 아프리카에 엄청난 양의 다이아몬드가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유통회사인 ‘드 비어스(De Beers)’에서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d is forever’라는 슬로건과 함께 광고를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1947년의 일입니다. 이 광고는 예상을 뒤엎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오늘날 다이아몬드를 보석의 대명사로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지금도 드 비어스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카피로 일년에 2억 달러의 광고비를 쓰고 있습니다.
실제 다이아몬드는 드 비어스의 광고처럼 영원하지만은 않습니다. 여러분이 갖고 계신 다이아몬드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흠이 생길 수 있습니다. 광고만 믿고 아무렇게나 다루지 마세요.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다이아몬드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HARRY KIM (K&K FINE JEWELRY) kkfinejewelry@gmail.com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