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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 굵으면 당뇨병·심장병 위험 낮다

'건강의 척도' 허벅지 근육

'차범근 31인치, 장미란 28인치, 이동국 28인치, 박지성 26인치, 이상화 23인치…' 허리둘레 같은 이 수치는 모두 이들이 전성기 때 잰 한쪽 허벅지 둘레다. 운동선수에게 이는 훈장과도 같다. 잘 발달한 허벅지 근육은 힘과 순발력의 근간이 된다. 허벅지 근육이 운동선수에게만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일반인에게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허벅지 근육과 둘레는 건강 상태를 좌우하고, 질병의 예방 능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전문가들이 허벅지 근육을 '건강의 척도'라고 부르는 이유다.

류장훈 기자

허벅지 근육, 몸 균형 지탱의 중심

허벅지 근육이 어떻게 신체 건강을 좌우하는 지표가 될까. 우선 근골격계에서 허벅지 근육이 갖는 의미가 크다. 허벅지 근육의 위치와 기능 때문이다.

허벅지 근육은 기본적으로 아래로는 무릎관절을 구부리고 펴는 기능, 위로는 고관절의 늘리고 수축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두 관절을 동시에 아우른다. 이 과정에서 허벅지 근육은 두 관절, 특히 무릎관절에 작용하는 충격을 완화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관절에 작용하는 충격을 흡수하는 것은 오롯이 근육 몫이다. 허벅지 근육은 신체의 하중이 무릎에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도록 최소화한다.

그런데 허벅지 근육이 약화되면 그 자체만으로 무릎에 통증이 생긴다. 허벅지 근육이 제 기능을 못해서다. 슬개골(무릎뼈)이 움직이는 방향과 힘의 전달에 이상이 생겨 슬개골과 대퇴골(넙다리뼈)이 맞물리는 균형이 깨진다. 하체의 중심이 흔들리는 것이다.

허벅지 근육이 약해지면 다른 질환이 없어도 무릎 통증이 생긴다. 깨진 균형은 도미노처럼 퍼진다. 고관절의 외전근이 약해져 대퇴골이 안쪽으로 틀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무릎의 부담과 통증은 더욱 가중된다. 퇴행성 관절염이 앞당겨지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다. 허벅지 근육 약화로 통증이 생기면 운동하기 어렵고, 근력은 더욱 약해져 무릎을 받치는 힘이 약해지고, 관절이 닳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를 보면 허벅지에 근육이 없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는 근육이 약해져 무릎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면 신체 상호 균형이 깨져 허리와 발목의 퇴행까지 동반되는 2차적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허벅지 근육에서 비롯되는 나비효과인 셈이다.

에너지 소모 떨어져 대사 악영향

다음은 대사작용 측면에서의 중요성이다. 기본적으로 근육은 몸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기관이다. 몸 근육의 70%가량이 하체(허리 이하)에 존재하고 35~50%가 허벅지에 있다. 허벅지는 그야말로 근육을 상징하는 곳이다. 허벅지 근육이 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잖은 이유다.

허벅지 근육이 감소하면 대사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당연히 에너지 소모 기능이 저하된다. 그러면 몸은 남는 에너지가 지방으로 축적돼 비만으로 이어진다. 지방은 근육과 혈관.내장.간 등에 쌓인다. 기계는 기름을 칠하면 잘 돌아가지만 몸은 반대다. 기름이 끼는 곳에 문제가 생긴다. 혈당이 높아지고 콜레스테롤 대사가 떨어져 수치가 올라간다. 고혈압.당뇨병.뇌경색.심근경색 등 혈관질환의 경보음이 울리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줄어드는 근감소증이 생기는데, 나이가 들수록 활동량이 떨어져 근감소 효과가 크다. 노인에게서 혈당.혈압과 관련된 질환이 잘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예방의학연구소는 12년6개월간 건강한 남녀 2800명을 대상으로 분석하고, 허벅지 둘레가 60㎝(약 23인치)보다 작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높았다고 발표했다.

'운동=유산소' 인식 버려야

근육은 풍선과 같다. 바람을 꽉 채워 넣기는 어렵지만 빠지는 것은 일순간이다. 근육도 마찬가지다. 사용하지 않으면 바로 눈에 띄게 사라진다. 이상민 농구감독이 대학선수 시절 발목을 접질려 입원한 지 한 달 만에 허벅지 둘레가 8㎝(약 3인치)나 줄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일반인 역시 수술 후 1~2주의 회복기간에 운동을 못하는 것만으로 허벅지 근육이 빠져나간다. 하체를 위주로 근육 강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운동 하면 유산소 운동부터 떠올리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 몸매 관리에만 집착해 근육운동을 기피하는 것도 문제다. 허벅지를 건강하게 하려면 유산소 운동과는 별도로 근육 강화운동을 해야 한다.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근육 강화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근력운동은 보디빌더나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몸매를 가꾸기 위한 근력운동이 아니라 생존과 질환 예방능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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