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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회를 너무 사랑하기에 떠납니다"

한국으로 떠나는 유진소 목사 인터뷰

ANC온누리교회 유진소 목사가 한국 부산의 대형교회인 호산나교회로부터 청빙을 받았다. <본지 1월30일자 a-1면> 그는 빠르면 오는 3월 한국으로 떠난다. 유 목사는 한 교회를 20년간 섬겼다. 그는 긴 시간 ‘떠남’을 고민했다. 5일 ANC온누리교회에서 유 목사를 만났다. 딱딱한 인터뷰 질문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편하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레 그의 속마음을 듣고자 했다.

(유진소 목사가 개척한 ANC온누리교회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 딱 20년째다. 기분이 어떤가.


"3월이면 20주년이다. 개척 때도 그랬지만 '롤모델'이 되는 교회가 됐으면 했다. 조금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다른 교회를 깨울 수 있는 그런 교회를 마음에 품어왔다"

-그래서 '롤모델'이 됐는가.
(그는 교회 운영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며 'reasonable(합리성)'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 중 하나로 목회자의 사례비를 꼽았다.)


"요즘 교회의 추한 부분 중 하나가 목사의 사례비다. 목회자들이 너무 상식에 안 맞게 많이 받는 게 문제다. 우리 교회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모든 목회자의 사례비를 동일하게 책정했다."

-공개할 수 있는가.

"물론이다. (웃음) 나는 사례비로 2300달러를 받는다. 주택보조비로는 1400달러를 받는다. 이건 나를 비롯한 우리 교회 전임 목회자라면 모두 똑같이 받는 돈이다. 거기에 나는 담임 목회자여서 활동비로 1000달러가 더 지원된다."
(그동안 종교담당을 맡아오면서 대형교회 목사가 사례비를 선뜻 공개하기는 처음이다. 대부분의 교회에서 목회자의 사례비는 '대외비'다.)

안 떠나면 교회는 변화없어…본보기가 되는 목사 되고자

한인교계 1.5세가 중심돼야… 다시 와서 이민 교계 섬길 것”

다민족 교회는 답 아닐 것… 이민교회는 가족 중심 돼야


-한국행에 아쉬운 여론이 많다.


"롤모델의 역할로 마지막 방점을 찍는 게 '떠남'이었다. 리더십의 교체다. 오늘날 이민교회에서 얼마나 많은 교회가 원로목사와 후임 사이의 갈등으로 고통을 겪나. 나는 내가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교회에 있어서는 안 된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나.

"이민교회는 1세 목회자가 하기 힘든 어떤 한계 같은 게 있다. 영어가 많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언어 문제가 그랬다. 그래서 2011년에 1.5세인 김태형 목사를 세워 '공동목회'라는 시스템으로 갔다. 그러나 그때부터 내 스스로 갈등이 시작됐다."

-어떤 갈등인가.

"이 교회에서 어느새 나는 중요한 인물이 됐다. 쉽게 말해 ANC온누리교회 하면 '유진소 목사'였다. 교인들도 내가 강단에 올라오면 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컸다. 이게 우리 교회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교회는 새로운 출발과 변화가 필요했다."

-청빙은 변화의 사인이었나.

"고민하며 기도하는 가운데 사역을 놓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한국에서 청빙 요청이 온 것이다."
(유 목사의 청빙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오는 28일 한국 호산나교회에서 공동의회 투표가 마무리돼야 최종 결정된다.)
-더 큰 교회로 이동이란 비판도 있는데.


"사실 교회 규모로 보면 별 차이는 없다. 그리고 나는 이제 55세다. 호산나교회 정년이 65세다. 10년 정도의 시간만 주어졌다. 난 잃을 게 없지 않나. 한국교계가 어려운데 이럴 때 목사로서 본을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더 가슴이 뛴다."
(유진소 목사는 1960년 생이다. 하지만, "부친이 호적에 늦게 올리는 바람에 법적으로는 1962년생"이라고 했다.)
-왜 청빙을 받았다고 보나.


"그 교회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 들었다. 안정을 추구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다음 지도자를 잘 세우는 역할을 요구하는 게 아닐까. 이곳에서 김태형 목사를 공동목회자로 세웠던 것처럼 말이다."
(호산나교회는 전임인 홍민기 목사가 4년이 채 안돼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을 한 상태다.)
-이민교계에선 다소 섭섭해 한다.


"교인을 사랑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목회 재미가 없어서도 아니다. 난 이곳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칠 수 있고 이 교회를 너무나 사랑한다. 그래서 여기를 떠나는 것이다. 내가 있으면 변화하지 못한다."

-이민교회는 어떤 곳인가.

"모두가 타국의 문화라는 경계선을 넘어선 사람들이다. 그래서 진취적이고 신앙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 반면, 영적인 뿌리는 약하다. 조금만 상처받으면 떠나니까 '내 교회'가 없다. 한편으론 그게 바로 이민자의 삶 아닌가."

(그래서일까. 이민자인 유 목사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음악 공부를 하는 아들도 미국에 남는다. 그는 "완전히 정리하고 떠나는 게 아니다. 다시 돌아와 가르치는 사역을 통해 이민교계를 돌아다니며 섬길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이민교회가 나가야 할 방향은.


"다민족 교회는 답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낯가림이 많다. 싫은 게 아니라 불편한 것이다. 이민교회가 폭발적으로 부흥하는 시기도 지났다. 이민자가 줄지 않나. 대신 어렸을 때 이민와서 이제 30~40대가 되는 한인 1.5세들을 잡아야 한다. 영어가 되도 그들은 다시 뿌리 때문에 한인교회로 돌아온다. 즉, 이민교회는 이제 가족 중심의 교회로 가야 한다."

-후배 목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요즘 젊은 목회자들은 '어젠다'가 너무 많다. 그 어젠다가 현실 가운데 자꾸 깨져서 힘든 거다. 난 늘 '기본'의 개념을 중시한다. 그냥 성경공부하고, 성도를 섬기고 그 목회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다. 교인이 너무 없으면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이고, 교회가 지원이 가능해지면 전임으로 섬기면 된다."

-어떤 목회자로 기억되고 싶나.

"요즘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말만 하지 실제로 하나님을 두려워할 줄 모른다. 난 하나님 앞에서 목사도 부끄러워할 줄 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또, 목회에는 기본적인 상식과 룰이라는 게 있다. 그 안에서 역할에 충실했다는 목사라는 말을 듣고 싶다."



글, 사진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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