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묻고 기자들이 답합니다] 로버츠<합리적 보수> 대법원장·케네디<중도> 대법관 '캐스팅 보트'
강경 보수 토마스 등 3명 '위헌' 의견 확실시
히스패닉 소토마요르 등 4명은 '합헌' 기울 듯
4월 말까지 변론 끝내고 늦어도 6월 중 판결
A. 연방대법원은 미국 최고의 사법기관으로 사법부를 총괄합니다. 대법원장(Chief Justice)과 8명의 대법관(Associate Justice)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대통령이 지명하고 연방상원의 동의를 받아 취임합니다. 스스로 사임 또는 은퇴하거나 범죄 행위로 탄핵받지 않는 한 헌법에 의해 종신 임기를 보장받습니다.
현재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앤토닌 스컬리아.앤서니 케네디..클래런스 토마스.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스티븐 브라이어.새뮤얼 얼리토.소니아 소토마요르.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이 활동 중입니다. 성별로는 남성 6명 여성 3명입니다. 대법관을 임명한 대통령의 소속 정당에 따라 구분해보면 공화당이 5명 민주당이 4명입니다.
성향으로 구분하면 보수는 로버츠 대법원장과 스컬리아.토마스.알리토 대법관 진보는 긴즈버그.브라이어.소토마요르.케이건 대법관 이렇게 4대4로 양분됩니다.
케네디 대법관은 흔히 경제 문제는 보수 사회 문제는 진보적인 판결을 내린다고 평가받습니다.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끄는 법원의 캐스팅 보트로 사실상 '실세'로 알려져 있습니다. 언론이 특정한 사건의 대법원 구술 변론에 대해 보도할 때 유난히 케네디 대법관이 어느 진영에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에 집중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동성결혼 합헌 판결에서도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로버츠 대법원장은 꽤 보수 성향이지만 그나마 다른 보수 성향의 대법관에 비해 부드럽고 협상에 더 적극적이라는 평을 받습니다. 본인이 잘못 결정한 판례를 뒤집고자 할 때는 점진적으로 뒤집어나가는 걸 선호하기도 합니다. 정치적 보수가 아닌 말 그대로 과거 및 전통을 존중하는 보수주의적 대법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바마케어 의무가입 조항과 연방정부 보조금에 대한 위헌 소송에서 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케네디 대법관과 더불어 스윙 보트 중 한 명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스컬리아 대법관은 토마스 대법관과 함께 강경 보수로 평가됩니다. 30년 가까이 재임하면서 대법원 보수 의견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토마스 대법관은 흑인이지만 현재 대법관 중 가장 강경 보수로 평가되는 인물입니다. 얼리토 대법관은 판사로서의 지적 능력은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정부 및 경찰의 편을 적극적으로 들어준 패턴 때문에 도마 위에 오르곤 합니다. 성차별주의자 및 인종차별주의자로 구성된 동문 클럽의 회원이었다는 것이 밝혀져서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이들 세 대법관은 이민개혁 행정명령에 위헌 의견을 제시할 게 확실시됩니다.
반면 긴즈버그 대법관은 현직 대법관 중 진보 의견의 기둥으로 평가되는 인물입니다. 뉴욕 출신 히스패닉인 소토마요르 대법관도 확실한 진보 계열로 분류됩니다. 대학의 소수계 우대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없었다면 자신은 여기에 없었을 거라면서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진보 성향인 브라이어 대법관은 경찰 공권력 사용 등 일부 이슈에 대해서는 보수 성향 대법관들과 의견을 함께하기도 합니다. 케이건 대법관은 로버츠 대법원장과 더불어서 화합을 주도하는 대법관 중 한 명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케이건 대법관은 대체로 만장일치인 의견을 집필한다고 합니다. 두 사람도 이번 이민개혁 행정명령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에 동참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보수'와 '진보'로 대법관의 성향을 분리하는 건 부정확하다"는 발언을 인터뷰에서 수차례 하면서 '정치적' 성향의 따른 분류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핫 포테이토'라고 불리는 민감한 이슈들은 십중팔구 대법관의 성향에 따른 5대4로 결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대법관의 성향이 판결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민개혁 행정명령의 경우 진보와 보수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케네디 대법관과 로버츠 대법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그 운명이 갈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진보 성향을 보이고 있는 케네디 대법관과 합리적 도출을 이끌어내고 있는 로버츠 대법원장의 손에 470만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체류자의 운명이 걸려있는 것입니다.
사실 대법원이 정치적인 집단이라고 여겨지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뜨거운 이슈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대법관 인준 청문회가 그 중 하나인데 상원의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에 맞춰 투표를 하는 게 대부분이다 보니 인준 절차도 정치 싸움이 되고 그로 인해 대법원 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큰 이유는 대법관들이 로클럭(law clerk.재판연구원)을 고르는 방식입니다. 진보 성향(또는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이 민주당(또는 공화당) 대통령이 지명한 판사 밑에 있었던 로클럭을 고용하다보니 자신의 성향에 맞는 관점으로만 사건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강경 보수로 여겨지는 토마스 대법관은 20여 년간 고용한 로클럭 84명 모두가 공화당 대통령이 지명한 판사 밑에서 로클럭을 했습니다. 또 다른 강경 보수 성향인 스컬리아 대법관도 2005년 이래로 민주당 대통령이 지명한 판사 밑에서 로클럭을 한 이를 고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법원이 사건의 심리를 하기로 결정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2개 이상의 연방항소법원이 하나의 케이스를 놓고 정반대의 판결을 내릴 때입니다. 연방법에 대한 두 가지 반대되는 판결이 나올 경우 법적 혼란을 종결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고이유서(writ of certiorari)가 접수되면 반대편 당사자는 물론 각종 단체나 개인들도 상고 이유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참고인 의견서(amicus briefs)를 제출합니다.
대법원의 구술 변론 일정은 대개 1년 단위로 미리 정해지고 대법원 웹사이트에 공개됩니다. 해마다 10월 1일에 개정하여 다음해 6월 말까지 재판이 계속 이어지고 7월부터 9월까지는 휴정기입니다.
구술 변론은 4월 말을 기점으로 끝나며 남은 기간에는 판결 선고 및 다음 개정기에 어떤 사건을 들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민개혁 행정명령의 위헌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은 늦어도 6월 말 안으로 나오게 됩니다.
한편 대법원의 변론은 변론 자격을 허가 받은 변호사들(Supreme Court Bar)만 할 수 있고 그것도 1년에 80~100회밖에 안 열리기 때문에 전 세계의 변호사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는 미국의 변호사들 중 대법원에서 변론할 수 있는 사람은 '당대 최고의 법률가'로 꼽힙니다.
서승재 기자
seo.seungja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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