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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파소? 우리는 라스베이거스로 간다!

한인 봉제공장 10여 곳 이미 이전
렌트비 스퀘어피트 당 30~40센트
인건비도 시간당 8.25달러로 낮아

LA다운타운 봉제공장들의 엑소더스(exodus)가 심화하고 있다. 텍사스주 엘파소에 이어 이번에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가 한인 봉제공장들의 새 이전지로 부상했다.

엘파소의 경우 지난 9일 LA에서 '바다로'라는 봉제공장을 운영하던 최대성 사장이 첫 번째로 이전을 단행한 후로 아직 다른 소식이 없다. 한인봉제협회장도 맡고 있는 최 사장은 당시 재봉기 140대를 보냈다. 이에 비해 라스베이거스는 지난 연말과 올 연초에 걸쳐 소리소문없이 10여 개 업체가 이전을 했고, 이미 작업대 설치까지 마치고 영업을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쪽은 잠잠해진 엘파소 쪽과 달리 현재도 이전을 준비 중인 업체가 여러 곳이다.

엘파소 이전이 지난해 7월부터 떠들썩하게 진행됐던 것에 비해 라스베이거스는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더 많은 업체가 옮겨 가고 있는 셈이다.

한인업체들이 주로 옮겨간 곳은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 30분 정도 북쪽의 노스 라스베이거스로 창고와 공장 건물들이몰려 있는 곳이다. 라스베이거스로 이전한 업체들은 비교적 소규모로 재봉기 30~40대 정도를 돌리는 집들로 알려졌다.

관광과 컨벤션,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봉제공장 입주가 다소 어색하지만, 이전을 준비 중한 한 봉제업주에 따르면 주거비와 공장 렌트비가 싸고, 인건비나 종업원상해보험(워컴)도 낮아 LA에서보다는 비즈니스 하기가 한결 수월한 편이다. 이 업주는 "LA에서 차로 4시간 거리라 13시간이나 걸리는 엘파소까지의 물류를 감안하면 오히려 라스베이거스가 낫다"고 말한다.

엘파소나 라스베이거스 모두, 주거나 렌트비는 LA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공장 렌트의 경우 엘파소나 라스베이거스 모두, 스퀘어피트당 30~40센트 선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엘파소가 연방 최저인 7달러25센트, 라스베이거스는 8달러25센트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는 워컴이 3% 미만으로 엘파소의 6% 수준보다 훨씬 저렴하다.

다만,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과연 봉제인력, 특히 숙련공을 구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있다. 이미 재봉기를 돌리고 있는 업체들에 따르면 숙련공은 다소 부족하지만 최저임금 인력만큼은 충분하다고 한다.

엘파소의 경우 처음부터 시 노동국, 투자유치 관련 비영리단체인 보더플렉스와의 접촉을 통해 일이 진행된 만큼 인력수급이 유리하고 세제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예를 들어, 엘파소에서 봉제공장을 차리기 위해 전기공사를 한다고 할 때 5000스퀘어피트 당 1만 달러가 든다면 그 중 5000달러는 환불을 받게 된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라면 그런 혜택이 없다. 라스베이거스 이전은 처음부터 '각개전투'로 시작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인 탓이다.

또 다른 우려도 있다. 카지노다. 한 의류 매뉴팩처는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믿고 봉제를 맡겼는데 주인이 수시로 카지노를 드나든다면 난감할 것 같다"며 "과연 일감을 엘파소로 보내야 할지, 라스베이거스로 보내야 할지 판단이 안 선다"고 말했다.

LA봉제공장의 타주 이전은 아직 초기단계다. 하지만, 시간당 최저임금이 이미 10달러로 올랐고, 워컴도 14% 수준이나 되는 LA에서는 더 이상 사업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LA는 노동법 단속이 심해 봉제공장의 타주 이전은 가속화할 조짐이다. 다운타운에 1600~2000개 이상 되는 한인 봉제공장은 평균 30명 정도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봉제공장은 커팅, 세탁, 염색, 트림, 스톤 공장 등과도 연계해 있다. 게다가 식구들까지 감안하면, 다운타운 봉제공장 이전은 LA 및 인근 도시 일자리 10만여 개 이상이 빠져나가는 큰 일이다. 공장 이전이 본격화하면 한동안 타운 및 한인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엄청날 것이란 전망이다.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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