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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HolyTalk]"시력 잃은 건 누구?"…"어둠 속에서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복음주의 대표 신학자 패커
실명 소식에 기독계 슬픔
"하늘 암시, 그래서 설렌다"

더 이상 세상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우리는 시력을 잃은 것일까.

최근 미국 유명 기독교 단체인 '가스펠코얼리션(The Gospel Coalition)'이 한가지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J.I 패커 박사(리젠트칼리지 교수.사진)가 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것이다. 그는 마틴 로이드 존스, 존 스토트와 함께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금세기 최고의 신학자로 꼽힌다.

패커 박사는 1926년 생이다. 시력 상실은 단순히 노화에 따른 결과일까. 그의 실명 소식이 알려지자 기독교계는 슬픔에 잠겼다. 하지만, 패커 박사는 되레 평온하다. 정작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보이는 것'을 언급했다. 그건 '죽음'에 대한 행복한 고찰이다.

패커 박사는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지만, 어두움 속에서 다른 것들을 더 선명하게 보게 됐다"며 "그 앞에서 나는 신(하나님)의 목적과 섭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그만큼 마지막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할까. 패커 박사는 이를 '끝'으로 가는 여정이 아닌 "신이 인간을 더 나은 세계로 이끌기 위해 준비하는 방법"으로 정의했다.

죽음 앞에서 그 누가 겸허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인간은 스스로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삶의 시작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건 인간이 인생의 끝 역시 선택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래서 탄생과 죽음은 하늘에 속한 신비한 섭리다. 종교는 처음과 끝의 의미를 그렇게 이해하고 수용한다.

패커 박사는 죽음과의 조우를 직감하며 차분히 지난 인생을 돌아봤다. 그는 성경구절(욥기 1장21절)을 언급했다.

패커 박사는 "주신 이도, 거두신 이도 그 분(God)이다. 인간이 삶의 모든 것을 주관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것"이라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지혜는 신의 섭리를 겸손히 인정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인간은 자꾸만 가시적인 세속의 가치를 좇으려한다. 그런 인간에게 불가항력의 죽음은 묵직한 의미를 전달한다. 끝은 평소 삶에서 보이지 않던 가치를 선명히 보게 하는 힘이 있다.

패커 박사는 실명에 대해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하늘이 알려주는 일종의 암시일 것"이라며 살짝 웃었다. 미소엔 눈으로 볼 수 없던 가치를 비로소 볼 수 있다는 설렘이 담겼다.

보지 못하기 때문에 보이는 역설은 오히려 질문을 던진다. 조용히 눈을 감고 물어보자. 인생에서 시력을 잃은 건 정작 누구일까. 볼 수 있는 우리인가, 볼 수 없는 패커 박사인가.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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