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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상의 보석이야기] 전문가에게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코리아타운 프라자에 매장을 오픈하기 전 나는 인사 차원에서 그리고 입점 후배로서 이웃 보석상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내가 누구라는 소개와 함께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말을 건넸는데, 웬지 상대방은 이런 상황이 생소한지 무척 당황하는 걸 느꼈다. 물론 같은 업종이 들어오니 내심 마음이 편치 않았을게다.

내가 팜 데저트에 처음 매장을 오픈하고 얼마 안되었을 때 이웃 보석상들이 줄줄이 찾아와서 인사를 건넸다. 어떤 보석상은 본인이 세공 기술자라 소개하며 급한 수리가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하고, 어떤 이는 본인이 많은 다이아몬드를 보유하고 있으니 손님이 찾으면 연락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이는 자기 소개도 없이 무작정 물건을 보여 달라하더니 물건을 살펴본 후 자기가 이웃 보석상임을 밝히는 무례한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보석상임을 밝히지 않고 손님으로 가장해 물건을 둘러본 후 사라지는 이웃도 있었다.



그래도 13년간 그곳에서 일하면서 대부분의 보석상들과는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았고 경쟁자로, 친한 이웃으로 지냈다. 그리고 수상한 사람이 들어오면 서로에게 연락해 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보석의 특성상 보석상들이 모든 종류의 보석을 취급할 수도 없고, 모든 보석을 다 잘 알 수도 없다. 의사들이 신체 모든 부분을 다 잘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면 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같은 업종이니 경쟁자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보유하고 있는 보석들이 제각각 달라 모양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쥬얼리를 가공한 기술자의 실력이 다 다르고, 들어가는 내용물의 질 또한 천자만별이다.

이런 속사정을 잘 아는 손님들은 이곳 저곳을 다니지않고 믿을 수 있는 곳을 단골로 정해서 다닌다. 그래서 다른 업종과는 달리 보석은 경쟁이 생각보다 치열하지 않다.

코리아타운에 와서 한국 분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다이아몬드 가격을 비교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 팜 데저트에서는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질문이다. 구체적인 스펙 (예를 들어 1.51캐럿, 칼라 E, 흠은 VS1)을 말해주며 이런 것이 얼마냐고 묻는다.

어떤 분은 이런 다이아몬드를 다른 매장에서 보았는데 당신은 얼마에 팔거냐고 대놓고 묻기도 한다. 나는 본적이 없는 물건이라 가격을 말해 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 다른 곳은 말해 주는데 당신은 장사하기 싫으냐, 물건이 없구만, 당신 GIA 나온 거 맞느냐, 다른 매장에서 받은 가격이 싼 건지 비싼 건지만 가르쳐 달라는 등등 다양하고 집요하게 물어온다.

내가 가격을 낮게 말해주면 다른 매장의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할 것이고 내가 비싸게 말해주면 나는 도둑놈 취급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질문에 나는 입을 닫아 버린다.

다른 매장에서 본 다이아몬드와 내가 갖고 있는 것은 동일한 것이 아닌데 보지도 않고 어떻게 가격을 말해 줄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그곳에서 보신 게 마음에 들면 그걸로 정하라고 말한다. 물론 손님을 잡기 위해 내게 유리한 쪽으로 말할 수도 있지만 나의 그런 행동은 보석상으로서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정직하고 객관적인 사고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본다.

가격 비교 문의 다음으로 많이 받는 질문은 본인이 보는 앞에서 보석 셋팅을 해 줄 수 있는 지에 대한 질문이다. 비싼 돈을 들여 장만한 보석이 행여 바뀔까 하는 걱정에서 물어보는 질문이다. 그리고 간혹 우려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나 또한 잘 안다.

하지만 매장과 공장을 같이 운영한다는 것이 보석상 입장에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비용도 문제지만 유독 물질을 취급하기 때문에 시에 허가를 받는 일 또한 쉽지 않다.

그러나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방법 외에 여러가지 다른 방법으로 손님에게 셋팅 전후의 보석이 본인 것임을 확인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미경으로 흠을 확인 시켜 준다던지, 보석의 크기를 셋팅 전후로 측정해 본다던지 하는 방법이다.

코리아타운으로 매장을 이전한 지 일년 반이 되었다. 과거와 비교해 한인들의 생활수준, 의식수준이 몰라 보게 향상되었다. 과거에 소박한 반지 하나로 만족했다면 지금은 보석다운 보석을 원하고 디자인 또한 미국사람 못지않게 세련된 것을 원한다. 과거에는 가격 위주로 쇼핑을 했다면 지금은 품질에 더 신경을 쓴다.

보석상들도 예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손님을 대할수 없게 되었다. 온라인의 발달과 SNS 등으로 손님들 또한 다양한 경로로 본인이 사고자 하는 보석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님을 대할 때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정확한지 한번 더 확인해 보고 그래도 모른다면 솔직히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보석상식 34] 노란색의 반란

불과 20년 전만 해도 엘로우 다이아몬드는 화이트 다이아몬드에 비해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값도 꽤나 저렴해서 같은 크기라면 화이트에 비해 삼분의 일 심지어 그 밑으로도 얼마든지 구입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바뀌니 지금은 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물론 가공업체들의 마케팅도 한몫을 했지만 중국 경제의 성장으로 황금색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탓입니다. 더불어 과거에는 진주 축에도 끼지 못했던 골든 진주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사람팔자 시간문제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석 팔자도 시간문제인 것 같습니다.

HARRY KIM (K&K FINE JEWELRY)
kkfinejewel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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