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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아기 시술 '3전4기' 새해 첫둥이 딴딴이<태명> 얻었죠

불임 극복한 40대 부부

2016년 1월 1일 0시 정각, 한 병원의 분만실. 정적을 깨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병신년(丙申年) 새해 첫 아이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아이는 9.3파운드(4.26㎏)의 건강한 남자 아이였다. 이를 지켜보던 아이 아빠 정기철(41)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직한 혼잣말로 "수고했어. 이제 됐어"라고 되뇌었다.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산모 조진영(40)씨는 탄생의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정씨의 눈물은 좀처럼 멈출 줄 몰랐다. 의료진은 정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묵묵히 축하를 건넸다. 이들 부부에게 아이는 남다른 의미였던 것이다. '불임'이라는 험난한 여정 끝에 얻은 소중한 생명이었다. 그토록 원하던 소망이 새해 들어 삶의 희망으로 돌아왔다.

새해 첫둥이의 태명은 '딴딴이'다. '단단하고 건강하게 자라라'는 의미도 있지만 '자궁내막에 (수정된 배아로) 착상돼 단단하게 붙어 있어 달라'는 의미로 지은 것이다. 딴딴이는 시험관아기로 임신해 태어난 아이다. 그것도 실패를 거듭해 3전4기로 세상의 빛을 봤다.

정씨 부부는 아이를 갖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결혼이 늦었던 것도 아니다. 정씨와 조씨는 10여 년 전인 2005년 11월 가약을 맺었다. 부부가 30대에 막 접어든 때였다. 결혼 후 한동안은 자녀 생각은 하지 않고 지냈다. 맞벌이와 직장생활로 출산할 여유가 없기도 했다.

그러다 7년여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산모 조씨의 나이도 어느새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35세가 넘으면 의학적으로 고위험.고령산모로 본다. 정씨 부부는 계획임신을 하기로 했다. 혹시 서로의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검사도 받았다. 모두 정상이었다. 오히려 신체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고 건강하다는 말도 들었다. 부부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임신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산모 조씨는 "본격적으로 임신 계획을 세웠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몸이 건강하고 이상이 없는데 왜 임신이 안 될까. 불임클리닉을 찾은 부부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원인불명 불임' 진단을 받은 것이다. 조씨는 "그동안 내가 아이를 안 갖는 것이지 못 갖는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며 "불임진단을 받으니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부부가 불임치료를 받기 시작한 것이 이 무렵이다. 인공수정부터 하기로 했다. 부인 배란기에 맞춰 남편의 정액을 부인 자궁에 넣어 임신을 유도하는 과정이다. 부부는 건강한 상태인 만큼 당연히 자연임신보다 잘될 것으로 굳게 믿었다. 하지만 임신은 만만치 않았다. 인공수정에 실패했다.

6개월이 지나고 난 뒤 부부는 시험관아기 시술을 권유받았다. 시험관아기는 난자와 정자를 체외에서 수정시켜 자궁내막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그만큼 인공수정보다 임신성공률이 높다는 것이 위안이 됐다. 하지만 위안도 잠시. 고된 시련이 이어졌다. 매일 자신의 배에 배란유도제를 주삿바늘로 찔러넣어야 했다. 난자 채취도 버거웠다. 한 번 채취에 수정 가능한 난자가 4개에 불과했다. 몸은 혹사당하는 느낌이었다.

정씨 부부는 시험관아기에도 실패했다. 허탈했다. 조씨는 "몸에 이상이 없는 만큼 내 잘못이 아닌데도 죄를 짓는 듯한 느낌이 컸다"며 "희망이 줄면서 피해의식마저 생겼다"고 말했다. 시험관아기 실패 후 가족.친척.지인의 위로가 원망과 비난으로 들리기도 했다.

두 번째, 세 번째도 연달아 실패했다. 정씨는 "이쯤 되니 내가 아이를 그만큼 원하는 것인지, 임신이 안 되니까 계속 시도하는 것인지, 언제 멈춰야 하는 것인지 판단이 안 섰다"고 말했다. 평소 다툼 한 번 없던 부부는 격한 감정으로 크게 싸우는 일도 잦았다. 계속되는 실패로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네 번째 시도에서 부부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남편 정씨는 "세 번을 시도하니 이제는 계속 시도할지를 결정해야 했다"며 "경제적으로도 어려웠지만 난자 채취가 아내의 몸에 상당한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부부간에 언뜻 입양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어느덧 부부는 마음에서 임신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었다.

자포자기 상황에서 부부는 4차 시험관아기 시술에 임했다. 시술 후 한 달여가 지나자 임신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검사 결과 임신이었다. 정씨는 "임신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찡했다"고 했다. 부인 조씨는 "포기하는 마지막 순간에 임신이 되더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는 됐다' 싶었지만 난관은 계속됐다. 임신에 성공했다고 고통이 끝나지 않았다. 조씨에게 임신성 당뇨가 생겼다. 고령.고위험 산모가 많이 겪는 질환이다. 임신성 당뇨가 있는 상태에서 혈당 조절이 안 되면 태아의 당이 높아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래서 산모가 임신성 당뇨인 경우 출산 예정일을 앞당겨 제왕절개로 출산한다. 조씨가 자연분만을 하지 못한 이유다.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산전 혈액검사에서 태아의 다운증후군 가능성이 크게 나온 것. 조씨의 수치는 1대 19였다. 뒤쪽 숫자가 270보다 작으면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그만큼 태아의 다운증후군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다운증후군 확진을 위한 양수검사가 이어졌다. 조씨는 "커다란 바늘로 깊숙이 찌르는 검사여서 너무 무서웠고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지옥 같았다"고 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딴딴이'는 이런 온갖 역경을 딛고 태어난 아이다. 조씨는 병실로 옮겨진 뒤 마취가 깨고 나서야 비로소 딴딴이를 품에 안았다. 수술로 인해 몸을 거의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조씨는 아이를 보자마자 침상에서 벌떡 윗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한참을 흐느꼈다. 조씨는 "아이를 처음 마주했을 때 기분이 묘했다"며 "감격에 겨워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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