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구스만, 일대기 영화화 꿈에 숀 펜<미국 영화배우> 만났다
땅굴 파 탈옥 … 도주 후 펜과 인터뷰
멕시코 수사 당국에 은신처 들켜
자신이 현상금 건 트럼프 향해 "친구"
영화처럼 탈옥했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8)은 영화처럼 체포됐다.
미국 유명 음악잡지 '롤링스톤'은 구스만 체포 이튿날인 9일(현지시간) 구스만과 미국 영화배우 숀 펜(55)의 인터뷰 기사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롤링스톤에 따르면 숀 펜은 지난해 10월 2일 멕시코 북부 두랑고 산악지역에서 구스만과 비밀 인터뷰를 진행했다.
멕시코와 미국의 추적을 피해 6개월째 도주 중이던 구스만이 자신의 위치가 노출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진행한 건 자신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어한 허황된 꿈 때문이었다. 그의 전기영화 제작에 다리를 놓은 건 멕시코 여배우 케이트 델 카스티요였다. 델 카스티요는 지난해 트위터에 구스만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고, 이를 본 구스만이 변호사를 통해 카스티요에 연락을 했다. 이후 카스티요는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했다.
펜은 인터뷰에서 "엘 차포(El Chapo.작은 키라는 뜻으로 구스만 별칭)는 미국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정말 관심이 있는지 궁금해했다"며 "영화화된다는 사실에 상기된 표정이었다"고 적었다. 하지만 펜과의 인터뷰는 멕시코 수사당국에 구스만 행방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으며, 세 달여 뒤 생포로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멕시코 당국자는 AP통신에 "펜과의 인터뷰 때 두랑고 산악지역의 구스만 은신처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후 대규모 병력을 급파해 총격전까지 벌였으나 구스만 체포에 실패했다. 하지만 수사망을 좁힌 멕시코 당국은 지난 8일 두랑고 근처의 시날로아 주 로스모치스에 숨어 있던 구스만을 끝내 붙잡았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구스만의 허영심이 결국 자기 발목을 잡았다"고 꼬집었다.
구스만은 펜과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을 비롯해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구스만은 "15세 때 마리화나와 양귀비를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생계를 위해 그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전 세계 마약중독 실태에 책임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마약 중독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수요가 있기 때문에 파는 것"이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펜이 트럼프를 언급할 땐 웃으면서 "아, 나의 친구(Mi amigo)!"라고 빈정거렸다. 트럼프가 지난해 "멕시코 이민자들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자 구스만이 트럼프 목에 1억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구스만은 1993년 과테말라에서 마약 밀매 혐의로 처음 붙잡혀 멕시코 감옥에서 복역하다 2001년 빨래통 속에 숨어 탈옥했다. 13년 만인 2014년 체포됐지만 지난해 7월 또 다시 탈옥했다. 구스만은 두번째 탈옥 때는 부하들을 독일에 보내 3개월간 땅굴 파는 기술을 배우게 했다고도 인터뷰에서 밝혔다.
구스만은 미국 등지로 마약을 밀매한 혐의로 미 사법당국의 수배도 받고 있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멕시코에 구스만 신병 인도를 요청했지만 그가 한달 만에 탈옥하면서 허탕을 쳤다. 미국 언론은 "멕시코 당국이 이번엔 구스만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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