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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사를 기독교 빼고 말할 수 있나요"

UCLA 한국기독교학 옥성득 석좌교수

8년전 임동순·임미자씨 부부
100만달러 기부금이 발판
세계적인 대학 UCLA에서
한국학 한 분야로 자리매김


옥성득 교수에게는 늘 '선구자'라는 명칭이 붙는다. 한국 기독교가 학문으로서 그 가치를 조명받기까지는 옥 교수의 땀과 노력이 있었다. 세계적인 대학 UCLA에서는 현재 '한국 기독교(Korean Christianity)'가 한국학의 한 분야로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그는 지금 UCLA에서 한국기독교학 석좌교수로 활동한다. 강의는 물론이고 논문 발표, 연구, 세미나 주최, 펀드레이징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며 UCLA를 한국 기독교사 연구의 중심지로 만들고 있다. 새해를 앞두고 옥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그가 걸어온,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물었다.

미국 대학에서 '한국기독교학'이 개설된 것은 UCLA가 처음이다. 아니 전 세계적으로도 최초다.

신학 대학에서도 가르치지 않는 한국 기독교가 일반 대학에서, 정식 학문의 한 분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옥성득 교수가 주류 학계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며 터를 닦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요즘은 한국이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학계에서 '한국학'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관심이 덜했죠. 게다가 '한국 기독교학'은 더욱 낯설게 느껴졌을 거에요."

그는 학자로서 외로운 길을 걸었다. 분야조차 없었던 '한국기독교학'을 연구해 그 가치를 발견하고, 학계에서 정식 학문 분야로 수립하는 과정은 마치 황무지를 개간하는 것과 같았다.

"한국학에서 한국의 종교를 연구한다고 하면 대개 불교나 유교를 떠올리죠. 기독교를 연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하지만, 한국 근대사를 어떻게 기독교를 빼고 말할 수 있나요. 내가 스스로 선구자가 됐던 게 아니라, 선구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었습니다. (웃음)"

터를 닦는다는 것은 부담이었다. 옥 교수는 "부담은 곧 책임감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박사 후 과정(포닥)을 통해 2002년 UCLA에 왔다. 당시 UCLA에서는 한국학의 한 분야로 불교만 인정할 때였다. 한국기독교에 대한 학문적 인식은 전무했다.

옥 교수는 헨리루스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UCLA에서 처음으로 한국기독교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강의를 하면서 연구에 매진하고, 다양한 연구서적을 발간해 서서히 학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옥 교수에게 "그 길을 걷는 게 외롭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한국기독교를 전공한 사람이 없으니 나는 항상 혼자 연구를 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학자는 약간 고독해야 좋아요. 그 고독 속에서 원자료를 읽고 씨름하며 원전에 나오는 인물과 만나니까요. 나는 그래서 지금도 100여 년 전 사람들과 살고 있죠. (웃음) 그들이 무슨 고민을 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대화하면서 오늘의 해답을 찾다 보니 고독은 때론 도움이 됩니다."

옥 교수의 연구실적은 한국기독교학이 학문으로 자리를 잡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틀이 됐다. 결국, 그의 노력은 지난 2007년 UCLA가 한국기독교학 석좌교수직을 신설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당시 한인 임동순·임미자씨 부부가 UCLA 한국학연구소에 100만 달러를 기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세계적인 유명 대학에서 한국기독교학이 정식 학문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후 옥 교수는 한국기독교학 조교수로 재직하다가 지난 2011년 UCLA 부교수로 승진하면서 종신직에 임명됐다.

그는 미국 최초의 한국 기독교학 교수로서 현재 곳곳에서 한국교회사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기독교의 형성: 개신교와 한국 종교와의 만남, 1876-1915(원제·The Making of Korean Christianity: Protestant Encounters with Korean Religious, 1876-1915)'이라는 영문 단행본을 출간했다.

옥 교수는 450페이지에 걸쳐 한국 교회사를 지배해 온 '매우 보수적인 초기 한국의 개신교'라는 신화적 해석을 깨기 위해 방대한 1차 사료를 분석했다. 이는 새로운 한국 근대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기독교 역사 상을 제시해 학계에 찬사를 받기도 했다.

LA=장열 기자

옥성득 교수는 현재 UCLA 한국기독교학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옥 교수의 노력으로 한국기독교학은 학계에서 학문의 한 분야로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옥성득 교수의 '나의 목표'
"한국기독교학 학자 2~3명 더 만들고 싶어"


주류 학계에서 옥성득 교수의 활동은 계속된다. 아직 수많은 목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옥 교수와의 일문일답.

-왜 '한국기독교학'인가.

"한국사회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종교를 알아야 한다. 특히 한국의 근대화는 기독교와 함께 이루어졌다. 한국학 관점에서는 기독교를 모르면 한국 근대사를 이해하기 어렵다. 반면 서구의 관점에서는 '한국기독교'는 연구적 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 어느 나라보다 기독교가 성장했고, 활력있지 않았나."

-UCLA가 한국기독교학을 지원한 이유는.

"한 예로 미주 지역에 있는 '코리안-아메리칸'을 보자. 통계적으로도 70% 이상이 기독교인이다. UCLA에 다니는 한인 학생들만 봐도 절반 이상이 크리스천이다. 그만큼 한국은 기독교와 밀접하다. 그런데 한국학에서 종교를 다룰 때 불교는 언급하는데 기독교는 없었다. 여러모로 설립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명분이 됐다."

-주류 학계에서는 어떻게 보나.

"한국기독교에 대한 관심은 매우 크다. 아시아, 그것도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서구 기독교가 어떻게 토착화 됐으며 근대사와 맞물려 어떻게 흘러갔는지, 또 동시에 세계기독교라는 큰 틀 안에서 이를 조명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은 한국기독교에 대한 학문적 자료가 많이 없다. 영어로 된 책도 없다. 그래서 나는 한국기독교를 학문의 관점과 언어로 풀어서 연구하고 알린다."

-학자로서 본인의 역할은 무엇이라 보나.

"한국기독교학을 하나의 학문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국기독교에 대한 자료는 너무나 많다. 연구해서 알릴 게 많은 분야다. 그리고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쳐 한국기독교를 누군가에게 또 가르칠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기독교 관련 학술 콘퍼런스도 하고, 논문도 쓰고, 연구 결과로 책도 만들면서 아카데믹한 활동을 펼쳐나가는 것이다."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제는 UCLA에 한국기독교학이 있고, 내가 그 학문을 연구한다는 것을 많이 아는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이다. 한국기독교를 연구하는 사람은 아직 극소수다. 한국사도 공부해야 하고, 원서를 보려면 영어, 한국어, 한문 등 언어도 잘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쪽을 공부하려는 학생이 많이 없다. 또, 지원도 부족하다. 대학원 박사과정을 통해 1명을 키우려면 재정적인 뒷받침도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앞으로의 계획은.

"길게 내다보고 좋은 한국기독교학 학자를 2~3명 정도 만들고 싶다. 학자를 만들려면 장학금을 위한 펀드도 필요하다. 한국기독교학 연구가 그들을 통해 계속 이어져 나갔으면 한다. 앞으로 연구 활동과 함께 펀드레이징을 하는 게 목표다. 사람들에게 한국기독교학의 중요성을 알려 마음을 모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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