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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면 마음을 털어놓으세요"

오랜 정신적 고통이 트라우마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자책하는 태도는 증세 악화시켜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치료 필요
감정을 끄집어내는 연습해야
주변 지인에게 속마음 말할 것


이틀 후면 또 하나의 새로운 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새출발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이유는 과거에 묶여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신과의 설명이다. 우리들의 '묵은 감정들'이 기억을 통해 되살아나면서 누에가 뽑아내는 가느다란 실처럼 자신도 모르게 구속한다는 것이다. 카이저 병원의 수잔정 정신과 전문의는 "이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트라우마로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인데 많은 사람이 짐처럼 계속 짊어지고 간다. 그러나 원리를 이해하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낼 수 있다"며 한해 마무리를 하는데 도움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정신과적으로 트라우마의 정의는 무엇인가.

"자연적인 재난이나 인간과 관계된 사건이 감정과 깊이 연관되어 기억에 오래 남으면서 떠올라 정신적인 고통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홍수나 산불과 같은 자연으로 인한 것보다는 인간과 관련된 사건에 의한 트라우마가 감정과 더 깊게 연관되어 오래간다."

-나쁜 사건이 왜 더 기억되나.

"하루에도 우리는 많은 사건을 만나지만 기억에서 일일이 떠올리지 않고 그대로 스쳐 지나간다. 마치 바람결에 파도가 수면 위를 지나가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 밑의 감정 속으로 들어왔을 때는 기억력이 이것을 잡는다. 좋은 것도 남지만 부정적인 감정 특히 놀라거나 공포심은 감정 깊숙이 들어오게 되는데 이때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감정적으로 많이 연관되어 그 결과로 스트레스 조절이 '장애(disorder)'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 부른다. 뭔가가 자주 떠올려진다면 내가 그것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였구나 하며 이해하면 도움이 된다."

-트라우마를 잘 받는 사람이 따로 있나.

"예민한 성격들이 매사에 감정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 자존감이 약할수록 감정적으로 잘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마음의 상처가 많은 사람들도 트라우마에 쉽게 노출된다. 성적인 학대 경험이나 심한 모욕감을 당한 사람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트라우마는 어떻게 시작되나.

"놀란 일을 당하면 전두엽보다는 그 아래에 있는 동물뇌(감정뇌)가 더 활동을 한다. 전두엽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기능을 하는 두뇌'이다. 벌어진 상황을 감정보다는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곳이다. 그러나 충격적인 사건이 생기면 그 기능이 떨어지면서 '감정뇌(동물뇌)'의 기능이 올라온다. 미성숙된 어린이의 뇌상태로 그 순간에 일종에 뇌기능의 퇴행이 일어나게 된다. 특징은 '나 때문이야'이다.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갖는 아이들은 부모 이혼이 자신이 공부를 잘못했기 때문에, 말을 안들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전체적인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없다. 어른이라도 큰 일을 당하면 이 상태가 된다. 당시를 떠올릴 때마다 '바보같이 왜 빨리 브레이크 못 밟았지'라며 자책한다. 그러나 자책할 때마다 더 감정 속으로 깊숙이 그 사건이 파고들기 때문에 기억력이 더 강해진다. 트라우마 증세를 악화시킬 뿐 도움이 안 된다. 점점 가는 실로 자신을 그 사건에 묶어 결과적으로 스트레스 장애로 몰아간다."

-자신이 트라우마로 발전하였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보통 사건 후 3개월 정도는 감정에 낙인이 찍힌 상태이므로 계속 기억이 사건을 떠올리면서 괴롭힌다. 케이스에 따라 상태가 심해질 수도 있고 그대로 유지될 수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3개월 이후에도 그 상태로 괴로우면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트라우마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기준은 무엇인가.

"기억될 때마다 느껴지는 고통, 공포심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지장을 받느냐 아니냐로 판단하면 된다. 제일 먼저 불안해지기 때문에 잠을 푹 못 잔다. 그 결과 낮에 직장일이나 일상생활 속에서 뭔가 어수선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공포, 초조, 화 등이 대표적인 증세라 할 수 있다. 교통사고 후 운전대 잡기가 두렵고 차만 봐도 식은 땀이 난다면 전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세 가지를 병행한다. 심리적 치료로는 '나의 큰 잘못은 아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하며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때 나의 좋은 점을 상기시켜준다. 신체적 치료로는 심할 경우 항우울제를 사용한다. 불안하게 하는 이유는 몸안에 세라토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므로 약물로 보충하는 약물 치료를 한다. 그리고 환경적 치료법으로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것을 바꾸어 준다. 예로 악의적으로 자신에게 굴욕감을 주는 상사로 인해 회사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숨쉬기가 힘들면서 심한 압박감이 느껴진다면 트라우마를 일으킨 그 상사로부터 벗어나 다른 포지션을 찾아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가끔 일하던 곳을 찾아가 총기를 휘두르는 사건들도 원인은 당사자가 심한 트라우마를 가졌기 때문이다. 나의 환자 중에도 케이스가 있는데 이럴 경우 브렌치가 있어서 그곳으로 옮겨 출근하도록 도왔더니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극심한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키는 외적인 요인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치료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표출 치료법(exposal therapy)은 어떤 것인가.

"인간은 누구나 고통스러운 것은 피하려 한다. 그래서 안으로 자꾸 숨기려한다. 특히 한국사람은 문화적으로 심하다. 트라우마는 감정에 깊게 들어와 버린 부정적인 것이기 때문에 끄집어내기가 힘들어 피하려 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 수십 년을 짊어지고 간다. 감정은 끄집어내어야 정체가 밝혀지고 그것과 직면해야 해결되는 것이 특성이다. 정신과에서 의사들이 당시를 계속 떠올리게 하면서 말을 하도록 유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표출함으로써 치료하는 것이다. 말을 할 때 우리의 전두엽이 가장 깨어 있다. 말하면서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즉 내가 그것을 받아들이게 해주는 작업이 된다. 말하면 우선 내가 듣기 때문이다. '아, 그러고 보니 항상 그 지점이 트래픽이 심해서 많은 사고가 난 곳이었구나. 게다가 어두운 상태였으니' 하면서 상황을 이해해가면서 내 탓이라는 감정을 바로 잡아 교정시켜 준다. 이해가 되면 무서움은 사라진다. 자책감이나 무서움은 감정의 영역이지만 이해는 감정을 극복한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조언을 한다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면 내 감정이 정리되어야 한다. 비어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행동으로 나아갈 수 없다. 새출발이 안 된다는 뜻이다. 한 해 동안 자동차 사고를 비롯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이혼, 강도, 사업실패, 일자리 관련 등으로 크고 작게 충격으로 내 감정 안으로 들어온 것들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혼자서 할 수 있는 효과적인 트라우마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없다면 그림이나 글도 좋다. 감정을 끄집어내어 표출시켜 객관적으로 자주자주 바라볼수록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다. 우리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고 섬세하면서 약하기 때문에 잘 보호해주고 사랑해줘야 한다. 부디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지 않는 도움 안 되는 감정들을 떠나보내고 희망 찬 새해를 맞으시길 바란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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