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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는 우리 인생과 같아…호흡·융화 통해 또다른 생명력 잉태"

발효아카데미 김순양 원장
천연식초는 미네랄·유기산 풍부
누룩·엿기름·천연 당분 활용해
외부 환경에 따라 다른 맛 빚어

한국 발효아카데미 원장 김순양(사진)씨가 LA를 찾았다. '계절 담은 천연식초' 의 저자이기도 한 김순양 원장은 발효 음식과 천연 식초의 명인이 되어 발효아카데미에서 후진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이번 LA에서 가진 작은 강연회에서는 발효의 참 의미와 가정에서 쉽게 천연 식초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시연했다. 3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강의하면서도 흐트러짐 없이 자연과의 교감을 역설하는 김 원장의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이 어땠나요?"하고 김 원장이 묻자 "잘 기억이 안 나요!"하는 누군가의 대답에 웃음 바다가 되었다. "천연 발효는 인생 스토리와도 같아요. 처음엔 자연 재료로서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발효에 들어가면 서로 호흡하고 작용하며 다 녹아져서 처음의 모습을 알 수가 없죠. 하지만 승화된 생명력으로 이로움을 전해줍니다."라고 김원장은 발효의 진정한 과정을 설명했다.

식초는 '1만 년을 흘러온 물'

김원장은 식초를 빚으면서 발효의 최종 단계에서 얻어지는 식초는 인간에게 해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천연 재료와 미생물이 만나 발효의 과정을 관찰하면 뽀글뽀글 올라오는 생명 활동을 바라볼 수 있고, 소리와 냄새로 에너지의 교감을 느낀다. 곡류를 재료로 했을 때, 탄수화물이 당으로 바뀌고 당은 다시 알코올로 전환되는 과정을 거친다. 알코올은 유익한 점과 해로운 면을 다 가졌지만, 미네랄과 유기산이 풍부한 식초는 인간에게 이로운 것만 전해준다.

식초가 발효되는 동안 촉매제로 사용된 누룩과 원재료 속 방어 물질이 모두 중화가 되고, 향이나 맛, 영양 상태가 고도의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게 천연식초의 장점이다. 일반 주정식초는 발효 과정을 단축시켜 만들기 때문에 건강에 그리 유익하지는 않다. 또 천연 식초가 가진 장점은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에 따라 다른 맛을 빚는 '천연 식초'

김원장은 '내마음의 레시피'를 강조했다. 발효는 외부 환경 조건에 따라 제각각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레시피가 있을 수 없다. 기온이나 바람, 방향, 빛, 미생물까지도 다 다르므로 식초의 맛도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본적인 방법을 따라가되 수시로 관찰하면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기술적인 발효는 당을 최대한 분해해야 하는데, 당이 몸에 들어왔을 때 소비되는 에너지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조 시 설탕을 되도록 쓰지 않는다. 대신 누룩과 엿기름을 사용한다. 그리고 과일에 들어 있는 천연 당분을 최대한 활용한다. 예를 들어 잘 익은 바나나 한 개에는 설탕 100g에 해당하는 당이 있으므로 그만큼을 뺀 당을 첨가해 주면 된다. 보통 재료가 1kg일 때 당은 200g 정도가 필요하다. 누룩은 외부에 대한 방어 작용을 하기 때문에 천연 식초를 만드는 촉매제로 매우 훌륭하다.

천연 식초 만들기

천연 식초의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사과 식초를 만들 경우, 사과는 씨와 씨방을 깨끗이 제거한다. 씨방을 대충 도려내면 발효에 방해가 된다. 사과는 1cm 두께의 편으로 썬다. 볼에 사과를 담고 누룩을 잘게 부수어서 사과와 섞는다. 이 때 누룩의 양은 사과의 0.5% 미만을 사용한다. 쌀로 만든 누룩일수록 좋다. 엿기름을 사용할 때는 엿기름물을 만들어 섞거나 엿기름을 과일에 켜켜로 섞어 유리병이나 항아리에 담는다.

초기엔 랩으로 입구를 막아 산소를 차단하고 알코올화 과정이 일어나면 산소가 잘 통하는 천으로 씌운 뒤 뚜껑을 닫지말고 얹어둔다. 식초의 초산균은 산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서늘한 그늘에 두고 가끔씩 설탕이 침전되지 않도록 병을 흔들어 준다. 40일 정도가 지나면 과일과 액이 분리되는데 이때 건더기를 건져내고, 70일 정도가 될 때까지 계속 발효를 시킨다. 맑고 고급스런 식초를 원할 땐 천을 대고 걸러낸다.

김원장은 천연식초와 발효를 활용한 여러 가지 음식도 선보였다. 맛이 시원한 백김치, 과일 정과, 약과, 연잎밥 등 천연 양념으로 정성껏 만든 음식들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맛이 너무 곱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고급스러웠다.

시인으로서 인생을 노래했던 김원장은 깊은 산 속에서 천연 먹거리들을 만들어내며 암을 이겨내고,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맑음'에 생명이 있음을 강조했다.

글·사진 = 이은선 객원기자

발효아카데미 : www.balhyoacade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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