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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 휴식 같은 여행 크루즈

바하 캘리포니아의 에메랄드로 불리는 멕시코 엔세나다엘 4박5일로 다녀왔다. 롱비치항을 출발해서 카탈리나 섬을 거쳐서 남가주 해안을 따라 갖다오는 크루즈여행이었다. 엔세나다는 샌디에이고에서 차로 달리면 2시간 정도 걸리는 곳으로 80며 마일 거리다. 남가주 한인들은 중간의 국경도시 티후아나, 엔세나다를 당일에 다녀오기도 하고, 해변에서 백도미(서프 퍼치) 낚시를 하러 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 짧은 거리를 4박5일이나 걸려서 배를 탔다. 대단한 볼거는 없지만 크루즈 자체를 제대로 즐기기에는 오히려 이 여정이 더 낫겠다. 크루즈의 대표선수로 치는 카리브해의 크루즈는 물놀이, 알래스카 크루즈는 리아스식 빙하해안 순례, 지중해 크루즈는 신화의 도시 탐방이다. 그 격에는 다소 약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크루즈는 크루즈다. 편안한 내 방에서 잠자고, 언제라도 즐길 수 있는 산해진미 식당이 몇 곳이나 되고, 자고나면 다른 곳에 도착해 있으니. 어쨌든 이 여행은 다르다. 한마디로 '휴식'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여정에 한 박자 늦춰가는 '슬로 여행'의 정점을 찍는다.

아침마다 배에서 내려 옵션 관광으로 오래 걸을 걱정도 없고, 잔잔한 바다에서 천천히 항해하니 멀미도 없다. 그래서 "젊어서 놀 건 다 놀아봤다. 온갖 명승지는 이미 다 다녀봤다" 하시는 연세 있으신 분들에겐 '강추'다. 게다가 4박5일 먹여주고 재워주고도 299달러라니.

이번 일행 120여 명 중에서 90%가 70대였다. 여행업계에선 한창 대세로 떠오르는 연배들이시다. 부모님 모시고 온 가족들이 부럽다.



승선 절차를 마친 이 거대한 '수상도시'의 첫 기항지는 카탈리나 섬이다. 길이 855ft(260m), 총 층수 14층, 승선 가능한 승객 3450ㆍ선원 920명이 타는 카니발 인스퍼레이션호가 서서히 석양 속으로 미끄러진다. 옆에 정박한 '수상호텔' 퀸 메리 2호가 작게만 보인다. 선실은 아담하고 깔끔하다. 맨 위층에 꾸며진 미니어처 골프장, 탁구대, 자쿠지, 수영장 등을 돌아보는데, 선내방송이 들린다.

본격 항해를 앞두고 승객과 선원들이 이미 정해진 구역에 모여 비상탈출 요령을 익힌단다. 방 열쇠이면서 선내에서 결재용도로 쓰일 플래스틱 카드에 모일 장소가 명시돼 있다. 20여 분간의 설명에 이어 일일이 정해진 구명정까지 인도를 한다. 유사시를 대비하는 철저한 모습에 아무도 군말이 없다.

이튿날 카탈리나섬 해상에서 일출을 본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조깅트랙에서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고 있다. 식사 후 작은 연락선을 옮겨타고 카탈리나섬으로 간다. 국립공원인 채널아일랜드 제도가 있지만 남가주의 유일하다시피한 해상관광지다. 한눈에 들어오는 조그만 타운은 지중해의 어느 곳을 옮겨 놓은 듯한 평화로운 일상이 펼쳐진다. 반나절을 이곳저곳 기웃거려도 좋겠다.

일행은 잠수함 투어를 하기로 했다. 잠수함이 방파제를 돌아나가자 해초들 사이로 온갖 물고기들이 몰려든다. 다른 이들은 골프 카트를 타고 마을 언저리를 도는 산복도로(?) 일주에 나선다. 그렇게 한나절을 보내니, 출출하다. 크루즈선으로 돌아오니, 오후의 햇살을 즐기느라 수영장에도 물놀이장에도 사람들이 몰려든다. 후미에 마련된 자쿠지와 선데크는 어느 개인 해변같이 아늑하다.

드레스와 정장으로 한껏 멋을 낸 일행들이 디너 레스토랑에 모였다. 스테이크에 와인 한 잔, 행복감이 넘쳐난다. 다음날 눈을 뜨니, 멕시코 엔세나다가 평화롭게 펼쳐져 있다. 오는 일정은 바다분수 '라 부파도라' 구경이다. 한국의 70년대 같은 분위기를 띤 도심을 벗어나니, 좌우로 농지가 펼쳐진다. 30분을 달려 라 부파도라에 도착했다. 좌우로 온갖 기념품상들이 즐비하다. 피냐콜라다, 코코넛 주스를 권하는 호객꾼들이 싫지만은 않다.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라 부파도라의 높이가 달라진다는데, 가끔씩 하늘 높이 치솟는 물줄기가 시원하기 그지없다. 그럴 때마다 허공에는 무지개가 뜬다. 자연의 조화가 경이롭다.

돌아가는 길에는 시내에서 피시타코도 먹고, 테킬라도 한 잔 마셔 볼까? 챙 넓은 밀짚모자 솜브레로는 아들한테 사다줘야지.

▶취재 협조:코스타 여행사 (213)388-0777

글.사진= 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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