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수십 억 달러 베팅, "미국 경제 몰락에 건다!"

빅 쇼트 (The Big Short)
감독: 애덤 맥케이
출연: 크리스천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등
장르: 드라마
등급: R


찬찬히 살펴보면, 무시무시하고 슬프고 엄청난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 '빅 쇼트(The Big Short)'가 이를 다루는 방식은, 가볍고 코믹하며 자유롭다. 그렇다고 이야기의 본질이 흐려지느냐.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어떤 방식으로든, 영화가 그리고자 했던 현실과 말하고자 했던 메세지는 정확히 전달이 된다는 뜻이다.

제목인 '빅 쇼트'는 가치가 하락하는 경제 상품(쇼트)에 집중 투자를 해서 대박(빅)을 터뜨린다는 의미다. '머니볼'의 저자이기도 한 마이클 루이스의 동명 논픽션이 원작이다. 영화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미리 예견해 이를 통해 천문학적 돈을 벌어들인 월스트리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헤비메탈을 틀어놓은 채 사무실에만 틀어박혀 있는 외골수 마이클 버리 박사(크리스천 베일), 괴팍한 다혈질 성격의 닳고 닳은 펀드 매니저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 강한 확신과 야심으로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안간힘인 투자 전문가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 그리고 월스트리트에 막 발을 들인 치기어린 젊은이들 뒤에서 조용히 판을 까는, 은퇴 펀드 매니저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까지, 그 면면도 제각각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 모두 미국 경제의 허점을 정확히 짚고 금융 시장의 몰락을 예측했다는 점. 하지만 눈속임과 거짓, 오만으로 가득찬 월스트리트는 그들의 예견에 코웃음을 칠 뿐이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놓고 일생일대의 도박을 건 이들 또한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시장 앞에서 불안감에 떤다.파헤칠수록 그 추악함을 드러내는 투자 은행들의 비리에 충격을 받아 망연자실하고, '투자 성공'이 곧 '미국 경제 붕괴'를 의미하는 상황에서 딜레마에 마주하는 것은 물론이다.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미국의 경제 구조나 월스트리트의 붕괴 과정에 대한 고도의 이해 수준이 요구된다. 하지만, '빅 쇼트'는 짧고 경쾌한 편집과 기존의 영화 형식을 파괴하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이를 쉽게 전달한다. 심각한 순간 갑자기 배우들이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관객에게 말을 건내거나, 마고 로비, 셀레나 고메즈, 앤서니 부르댕 등의 카메오 출연자들이 중간중간 튀어나와 어려운 개념을 기가 막힌 비유로 풀어 설명하는 식이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당시에 일어난 주요 사건과 인물의 클립을 삽입해 시간의 흐름을 설명하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사실감을 한껏 끌어 올리는 동시에,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시대상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그 덕에 영화는 현실 고발과 지적 유희, 블랙 코미디가 적절히 섞인 드라마로 완성됐다.

주연 배우 4인방이 보여주는 '불꽃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각각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구현해 낸 것은 물론, 자칫 정신없고 산만해질 수도 있는 영화의 가벼운 분위기 가운데서 묵직하게 진지한 연기를 하며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다. 서로 부딪히는 장면은 별로 없지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기가 막힌 앙상블을 이뤄냈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