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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신윤식씨의 국제시장

수많은 고난과 역경.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넘어왔다. 6.25 전쟁으로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타국에서도 많은 고생을 했다. 우리에게 큰 감동과 눈물을 준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윤덕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곁의 실제 주인공인 그는 일제 강점기 시대를 거치고 해방의 기쁨도 잠시, 삼팔선을 넘어 서울로 왔다. 13살 때 전쟁으로 집 폭격을 당해 식구가 모두 무너진 집에 깔렸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혹독한 추위 속 7일이나 피난 기차를 타고 일사 후퇴 때 부산에 도착, 말을 키우는 건물 한구석을 가마니로 막고 한 가족이 사는 어려운 피난생활을 했다. 전쟁 후 대학을 졸업하고 54년전 미국 유학을 왔다. 접시닦이, 버스 보이 등으로 고생하면서도 대학원 졸업 후 부동산업으로 성공하고 딸 5명을 잘 키우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다.

지난 11월 28일 오리건 포틀랜드에서 ‘나의 제 2고향 오리건’ 출간기념회를 가진 신윤식(78) 전 오리건주 한인회장 스토리는 영화보다도 더 생생한 실화인 또 다른 국제시장이다.

어찌 이런 이야기가 신윤식씨 뿐일까? 일제 강점기, 6.25 전쟁, 보릿고개, 어려운 초기 이민생활을 겪었던 70대 후반 이상의 많은 한인들은 이보다 더한 고난과 슬픔도 겪었을 것이다.

영화 속 윤덕수가 파독 광부, 베트남 기술자 등으로 가족을 돌봤지만 초창기 이민 한인 1세들은 언어와 문화 충격 속 한인들도 별로 없던 시절에 접시닦이, 청소, 농장 일 등 온갖 고생을 했다.

이같은 희생으로 이제 한인사회가 발전하고 2세들이 신윤식씨의 딸 5처럼 각계각층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니 고령이 된 이민 1세들은 정말 자랑스럽다.

신씨는 “사람들은 돈으로, 권력으로 미모로, 지식으로 삶의 모습을 남기려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물처럼 흐르고 바람처럼 사라지며 모래처럼 흩어지기 쉽다”며 “ 다음 세대의 자녀들에게 글로 삶의 발자취들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총 328페이지 책에는 도미 유학, 신신부동산 운영, 오리건 한인회장, 회관 건축위원장, 비버튼-천안 자매도시위원장 등 54년 오리건주 생활을 해온 그 의 생생한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담겨져 있어 개인뿐만 아니라 한인 이민사의 귀한 자료도 되고 있다.

이제 한인 이민 역사도 50년이 넘어 벌써 많은 초기 이민자들이 세상을 떠나 그런 귀한 삶의 경험과 이민 자료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따라서 신씨처럼 그런 귀한 자료들을 우리 자녀들과 후손들에게 영원히 남길 수 있도록 더 많은 책들이 발간되길 바란다.

출간기념회에서 그는 결혼 50주년을 맞아 사랑하는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도 읽어 부인 신영희씨 뿐만 아니라 참석자들의 눈도 뜨겁게 했다. “마켓을 운영할 때 3번이나 강도를 당하고, 결혼 5년후 하와이 여행을 약속했는데 20년에야 지킬 수 있었을 정도로 어려운 이민생활에서도 5딸을 훌륭히 키워주고 내편이 되어준 ‘수퍼맘’ 아내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해 감동을 주었다.

딸 5, 사위 5, 손주 9명 모두가 노래와 춤, 태권도 시범 속에 “사랑하고 자랑하며 존경한다”고 축하해 그동안의 수많은 고생들이 이제 크고 아름다운 결실을 맺은 것을 확인했다.

시애틀 날씨는 더욱 비 많이 오고 춥고 어두워 가는 겨울로 향해가고 있다. 또 세상은 여러 곳에서 테러 총격 등으로 우리 마음도 어두워지고 우려되고 있다.

이럴수록 상상할 수 없는 전쟁과 피난, 유학생활의 어려움과 고난을 극복하고 중앙일보 시애틀 지사의 사회봉사상을 받을 정도로 한인사회를 위해 헌신한 신윤식씨 같은 자랑스러운 한인 1세들의 삶의 기록들이 더 많이 책으로 발간되어 꿈과 소망과 용기를 주고 사랑과 감사가 넘치는 출간 기념회들이 이곳저곳에서 열리면 좋겠다.(이동근 편집국장)


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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