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에세이] 중국 위안화의 기축통화 편입 의미
최운화/유니티 은행장
지금까지 미국 달러, 유로, 영국 파운드와 일본의 엔화 등 4개의 통화로 구성돼 있던 바스켓에 중국의 위안화가 들어가 5개로 늘어났다. 위안화의 가입은 그 자체만으로 중국경제의 부상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5개국 통화 중 그 비중이 미국과 유로 다음으로 3위를 차지해 영국과 일본을 제쳤다는 점에서 더 놀랍다.
위안화의 SDR 가입은 국제 금융시장과 통상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과 더 나아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경제권의 힘이 매우 커질 전망이다.
위안화 가입 전 중국은 이미 두 가지 면에서 국제상권을 중국중심으로 유도해 왔다. 첫째는 막대한 생산력으로 전세계 공장 역할을 맡으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더구나 달러로 표기되는 국내총생산이 아니라 실제 구매력으로 평가하는 국내총생산은 이미 미국을 능가해 중국은 이미 경제 1위 대국이라고 볼 수도 있다.
둘째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과 유럽을 잇는 해상·육상 교역로)' 개발을 기치로 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만들면서 미국·일본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들과 신흥개발국을 포함한 새로운 국제금융 조직을 성공적으로 탄생시켰다.
육·해상 교역로를 만드는 작업도 대단하지만 인프라가 완성된 후 중국과 아시아와 유럽의 상거래가 활발해진다면 미국, 유럽, 일본의 국제 경제체제와 맞먹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상권형성에 주요 거래 통화로 위안화가 자리를 잡게 되면 미국의 국제경제에서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체 생산물량 뿐만 아니라 금융마저도 중국에게 주도권을 많이 넘겨주게 된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문제는 더 복잡하다. 미국은 대외채무, 즉 외국에 진 빚이 많다. 그럼에도 달러화가 폭락하지 않고 미국이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달러가 기축통화의 기능을 해왔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는 외국 국가들이 항상 유보금으로 확보해야 하고, 기업들은 무역결제 자금으로 갖고 있어야 해서 그 만큼의 달러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쉽게 말해 미국이 외국 국가에 진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고, 그래서 미국 달러가치는 떨어지지 않았다.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위상이 크게 낮아지면 달러의 수요가 줄게 된다. 그러면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국내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를 피하기 위해 이자율 인상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미국경제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동안 달러의 기축통화 위상은 유럽과 일본의 위협을 받기는 했지만 워낙 경제규모에서 차이가 커 실현되지 못했다. 그런데 중국은 경제규모 면에서 또 앞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일대일로를 통해 충분히 미국을 앞설 수 있어 그 위협은 더 높고 실질적이다.
실제로 위안화의 통화 바스켓 가입은 미국이 미루어왔던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이 인정하게 된 것은 그만큼 IMF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투명하지 못한 금융시장과 정책, 과잉투자의 후유증에 대한 우려, 환율조작국이라는 의심 등 중국 위안화가 아직 국제통화로서의 위상을 갖추지 못하는 이유는 많다. 그럼에도 이젠 중국경제가 커졌고 미국의 만류에도 중국의 금융주도 정책에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이었던 서방국가들마저 줄서고 있다.
이번 위안화 가입은 1940년대 영국의 파운드화에서 미국의 달러화로 세계금융의 축이 넘어갔던 역사를 뒤돌아보게 한다. 막대한 인구와 생산시설 투자로 세계 무대에 등장한 중국의 힘을 인정해야만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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