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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홈리스와 하우스리스

박용필/논설고문

남북전쟁이 터진 그해의 12월은 몹시 추웠다. 버지니아주의 프레더릭스버그. 이곳 전투에서 북군은 1만2000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남군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지만 그래도 5000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어느 날인가, 전선에 어둠이 짙게 깔리면서 군악대의 연주가 밤하늘에 곱게 흩어졌다. 병사들은 애조 띤 멜로디에 가슴이 시렸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내 집 뿐이리." 감정이 북받쳤는지 곳곳에서 흐느낌도 들렸다.

노래는 강 건너 남군 진지에까지 퍼졌다.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꽃 피고 새 우는 내 집 뿐이리"하며 북군 병사들에 화답했다. "오 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벗 내 집 뿐이리." 그날 만큼은 남과 북이 하나가 돼 추위를 뜨겁게 달궜다. 다음날 북과 남의 병사들은 하루 휴전에 합의한다. 노래가 포성을 멈추게 한 기적을 빚어낸 것이다.

글로벌 애창곡 '즐거운 나의 집(Home, Sweet Home)'은 남북전쟁 때 히트한 노래다. 링컨 대통령도 죽음에 내몰린 젊은이들을 떠올리며 이 노래를 자주 불렀다고 전해진다. '모두 살아서 고향 집으로 돌아가야 할텐데' 울적한 심정이 대통령의 가슴을 저미게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얼마 안가 이 노래는 북군 남군 할 것없이 금지곡이 됐다. 병사들을 향수병에 걸리게 해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해서다. 낮에는 치열하게 싸우다가도 밤만 되면 '한마음 음악회'가 열리니 지휘관들이 보기엔 적의 대포보다 '홈 스위트 홈'이 더 무서웠을 터.

노랫말은 미국의 극작가 겸 배우로 명성을 쌓았던 존 하워드 페인(1791~1852)이 썼다. 가사에 곡을 붙인 건 헨리 비숍. 그 때가 1823년이니 남북전쟁이 터지기 40년 전이다. 페인과 관련해선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진다. 프랑스 파리에서 배고픔과 추위에 힘겨워하다가 문득 시상이 떠올라 가사를 썼다는 것. 페인은 그러나 '홈 스위트 홈'은커녕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끝내는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홈리스로 삶을 마감했다.

정작 그가 고향에 묻힌 건 남북전쟁이 끝나고 나서다. 유해를 실은 군함이 뉴욕항에 도착하자 예포가 터지면서 성대한 환영행사가 펼쳐졌다. 링컨 못지않게 그의 노래를 사랑했던 체스터 아서 대통령이 직접 행사에 참석해 영광과 굴곡진 삶을 살았던 페인을 추모했다. 그의 마지막 '홈 스위트 홈'은 워싱턴DC 인근의 오크힐 공동묘지. 연방정부 기금으로 추모비도 세워져 있다. 사적지로 지정된 이곳은 원래 남북전쟁 영웅들의 영원한 안식처여서 페인에게 걸맞은 예우를 해준 셈이다.

나라가 있다는 게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페인은 그래도 편히 쉴 곳은 세상에 딱 한 군데, 바로 꽃 피고 새 우는 내 집이라고 노래했다. 집은 넉넉한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어서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치유의 공간, 불화와 다툼을 화해로 끌어내는 소통의 장이다. 그래서 집이야 말로 국가나 민족보다 우선한다는 것이 이 노래가 주는 교훈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연말을 맞아 곳곳에서 홈리스(homeless) 돕기 봉사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어찌 보면 노숙자들은 집이 없는 사람들이어서 '하우스리스(houseless)'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홈리스'는 집은 있되 가족사랑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일 지도 모르겠다.

그 어느 때보다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되는 요즘. 100만달러 짜리 '하우스'에 살고는 있지만 혹 사랑이 없는 '홈리스'는 아닌지. 한번쯤 '홈 스위트 홈'을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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