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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학의 정석] 예습은 과정을 터득하는 공부법, 상위 과목은 기초 없으면 힘들어

존 김 수학강사
마스터프렙 / 압구정동

"12시에 만나요"라고 하면, 웬만한 40대 이상에서는 즉각적으로 따라 이야기하는(?), 아니 이어 부르는 소절이 있다. "브라보콘~"이다! 요즘 중고등학생들에게 여러 번 시도해 보지만 결코 상상도 못하는 소절이다. 학생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흑백 TV시절의 동영상을 발견하고는 "정말 이런 광고가 있었네?"라고 생각하더라도 그 광고에 나오는 여배우 정윤희씨가 누구인지도 모를 것이고, 이 광고를 수도 없이 접하면서 시절을 지나온 세대들이 느끼는 감동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좀 생뚱맞을지도 모르지만, 미국 수학에도 그런 부분들이 있다. 단지 수학만 그렇지 않을 것이고 영어나 다른 과목들도 그럴 것이다. 예를 들어 7학년 수학에서 다루는 내용 중에서 꼭 7학년 수학 수업을 들어봤어야 이해가 되는 그런 부분들이 있다. 이것을 단순히 개념이나 원리라고만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슬로프(Slope)란 단어를 수학 용어집에서 '기울기'라고 발견하고 충분히 이해했다고 하긴 어렵다. 대부분의 6학년이나 7학년 학생들에게 '슬로프'를 물어보면 "Rise over run(기울기 그래프)"이라고 답을 한다. 하지만 한국식으로 "y값의 변화량 분에 x값의 변화량"으로 설명한다고 해서, "rise over run"으로 배우면서 학생들이 터득하는 분위기나 창의성 등 전반적인 것을 대신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맘 때쯤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기초대수학(Pre-Algebra)이나 기하학(Geometry) 과정을 건너뛰어도 되는지에 대해서다. 한국의 강남지역에서는 6학년 학생들이 중학교 수학 과정을 선행하거나 심지어 고등학교 수학과정을 선행하는 것이 아주 놀랍거나 새로운 사실이 전혀 아니다. 그리고 많은 유학 준비생들의 경우 진학할 학교에서 보내오는 배치고사(Placement test)를 보고 교과를 배정받기도 하지만, 매우 많은 경우 이러한 과정을 건너뛰고 더 어려운 과정으로 배정받길 요청한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9학년에 AP미적분(Calculus)반에 들어가면 나중에 대입에서 더 유리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한국 수학으로 선행은 되어 있고 영어 학원을 열심히 다녀서 토플 시험 점수도 나쁘지 않으면 많은 부분 해결이 된다고 오해한다. 물론 한국 수학으로 선행이 되어 있는 학생들이 수학적인 개념을 더 쉽게 이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미국 수학과정을 건너뛰려는 충분한 이유는 안된다. 개념을 예습하는 이유는 수업시간에 쉽고 분명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어야 하는데 해당 과정을 건너뛰고 상위 과정을 배정을 받는다면 학생은 그 상위개념을 위해서 다시 사교육의 도움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이 되면 결국은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기보다 사교육의 도움에 의존하는 장애를 갖게 된다.

이미 예습을 해서 개념은 알더라도 해당 학년에, 해당 과목에서만 배울 수 있는 내용을 터득해야 하는데 개념 예습을 학원에서나 개인지도를 했다고 그 과정을 안 배우고 그냥 건너뛰어 버리면 예습을 한 의미가 없다. 한 예로 기하학을 건너뛰었다가 SAT1 수학에서 고전하는 학생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2016년 개정 이후에는 이런 학생들이 더 많아지리라 예측된다.

개념을 예습하고 수업시간에 관련 개념을 배우면, 해당 개념을 확실하게 통달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도 수업시간에는 마치 전혀 모르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수업을 들으라고 나는 종종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이미 아는 개념을 배우더라도 예습했다는 것을 티 내지 않고 학교 선생님의 수업을 통해서 마치 새로운 개념을 잘 배운 것과 같은 인상을 주어야, 좋은 성적(GPA)을 받기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미국 수학 선생님들은 한인 학생들처럼 과도하게 예습하고 와서 수업을 들으면서 이미 안다는 식으로 수업시간에 과시하는 것을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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