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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초대한 여자들의 11월 밤 수다 파티

'제니 문'씨의 가을 상차림

간단한 레시피라 겸손했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많은 요리
이별할 때 음식꾸러미 가득


제법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던 날, 조촐한 파티에 초대받았다. 한인타운에 사는 독자 제니 문씨의 집을 찾았다.

짙은 갈색 식탁과 겨자 색 무늬의 접시들, 작은 유리병의 가을 꽃들이 어우러져 11월의 마지막 여운을 운치 있게 그려냈다. 함께 모인 문씨의 지인들이 포틀럭으로 파이와 칩소스도 준비했다.

"늘 신문 속에서 요리들을 봤어요. 요리를 자주 하진 못하지만, 우리 집만의 간단한 레시피를 선보이고 싶어요. 오랜만에 친구들도 초대해 못 나눈 수다도 떨어보려고요." 상기된 얼굴로 분주히 주방과 식탁을 오가는 문씨의 손길이 정성스러웠다.

투명한 유리잔에 상큼한 샴페인이 채워지고 가을을 타는 여자들의 수다 파티가 시작됐다.

샴페인과 함께 에피타이저로 칩에 크림치즈를 발라 올리브를 올려 먹었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맛이 입맛을 돋우며 기분이 좋아졌다. 이 집의 안주인이 아직 주방에서 메인 요리를 준비하고 있어서 지인들은 서서 이야기를 나누며 에피타이저를 먹었다. 마치 진짜 파티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신선한 생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를 함께 먹는 '카프리제'도 특별했다.

큰 토마토 대신 여러 가지 빛깔의 방울토마토를 반으로 갈라 하얀 치즈 사이에 꽃처럼 뿌려 놓으니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초록색 바질잎도 신선했다. 별다른 소스 없이 트러플(송로버섯)솔트를 살짝 뿌려 풍미를 더했다.

진한 주황빛 수프가 인상적이었다. 큰 볼에 그득하게 담아 민트잎을 띄워내니 수프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요리가 되겠다 싶었다. 맛은 더 특별했다.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구워 껍질을 벗겨내고 갈아서 만든 '토마토파프리카수프'. 생크림이 들어가 부드럽고 맛이 깔끔했다.

이전에 알지 못했던 맛을 발견하는 일도 참 즐겁다. 그래서 요즘 온통 쿡방이다 먹방이다 난리가 아니겠는가.

메인 요리들이 속속 나왔다. 다지듯 재료를 쫑쫑 썬 '치커리피칸샐러드'의 빛깔이 고왔다.

피칸을 메이플 시럽에 조려서 식혔다가 잘게 썬 치커리와 단 맛이 덜해 전체적인 맛의 조화를 이루는 파란 사과를 넣어 만들었다.

소스는 발사믹식초와 올리브오일, 마늘 그리고 머스터드소스를 약간 넣어 버무렸다. 소스의 맛이 강하치 않아 재료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샐러드였다. 치커리의 쌉쌀한 맛과 고소한 피칸, 사각사각한 사과의 향과 맛이 가을과 잘 어울렸다.

독일식 '소시지사우어크라우트찜'도 식탁 위에 올려졌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소시지 찜이 푸짐하고 먹음직스러웠다. 조리 방법도 간단했다.

큰 냄비에 칼집을 넣은 소시지를 넣고 사우어크라우트(독일식 양배추절임)로 덮은 다음 당근과 양파를 큼직하게 썰어 넣는다.

물을 약간 넣고 뚜껑을 닫아 약불에서 1시간 반 정도 뭉근히 끓여주면 끝.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아도 소시지와 양배추절임에서 나오는 간이 재료 전체에 배어들어 구수하고 부드러운 찜이 된다.

큼직한 소시지를 잘라 양배추절임을 얹어서 먹으면 촉촉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정감 있게 입안을 맴돌았다.

메인 요리들을 맛보는 동안 문씨는 뜨끈한 파스타를 대접하기 위해 팬에 막 볶아낸 '엔초비 파스타'를 우묵한 접시에 담아왔다.

엔초비를 올리브오일에 볶다가 흐들흐들해지면 마늘을 넣어 볶고, 여기에 삶아낸 파스타를 넣어 볶는다.

마지막에 신선한 파슬리를 쫑쫑 썰어 뿌려준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엔초비의 고소한 풍미가 입맛을 개운하게 해줬다.

진한 블랙 커피를 마주하며 긴 수다의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만나 막역한 지인이 되기도 쉽진 않을 터인데, 이들의 정다움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진정한 친구를 만나기 어려운 각박한 이민 생활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차 한 잔을 나누고 음식도 돌려먹는 풍경이 참 예뻐보여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커피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작별을 고할 땐 이미 손 안에 음식꾸러미가 가득 들려 있었다….

글·사진 = 이은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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