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슬람 vs 기독교?…“바로 그게 IS<이슬람국가>가 노리는 것”

종교로 바라본 사상 최악의 파리 테러 사태

테러 이후 반이슬람 정서 거세져
각 종교인들 테러 규탄하며 비판

기독교계 중심으로 반감 높아져
난민 수용 거부 움직임 확산 중

보수층 “무슬림 난민 받지 말아야”
내년 미국 대선 주요 변수로 급부상


종교는 평화의 시작인가, 갈등의 불씨인가. 그래서 이율배반적이다. 종교는 사랑을 베풀게 하지만, 때론 유무형의 폭력과 비상식도 ‘신(神)’의 이름으로 용납할 수 있는 게 종교다.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가 피로 물들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IS(이슬람국가)’가 감행한 동시다발 테러로 120여 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전 세계가 울었고 아파했다. 과연 무엇을 위한 테러였을까. 종교적 관점에서 바라본 이번 참사는 또 다른 갈등을 낳고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종교계도 규탄의 목소리

만행에 '신(神)'의 이름이 동원됐다.

그건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명분이었을까. 테러범들은 무차별 총격을 가하며 소리쳤다.

"신(알라)은 위대하다".

수많은 생명이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생존자들은 "(테러범들이) 종교와 국적을 물은 뒤 인간 사냥을 하듯 죽였다"고 증언했다.

전세계가 분노했다. 국제사회가 테러 응징을 천명한 가운데 종교계에서도 잇따라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프란치스코 가톨릭 교황은 "그들은 신을 대량학살의 이념적 명분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신의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은 신성모독의 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종교적 신념과 민족성 사이의 피상적인 차이가 부추긴 사태"라며 "인간이 생성한 테러 문제를 신, 부처, 정부 등에게 해결해달라고 청하기 전에, 먼저 가족과 사회 안에서부터 평화를 성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프랑스침례교회연맹, 세계루터교연맹 등도 속속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교계도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어떤 경우라도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자행되는 테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도 "지구상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테러는 사라져야 한다"고 전했다.

반무슬림 정서 고조

대중의 분노는 테러리즘과 이슬람 종교에 대한 반감이 맞물려 자연스레 반무슬림 정서로 표출되고 있다.

극단에 대한 반응 역시 극단이었다. 곳곳에서는 '이슬람 포비아(이슬람 혐오증)' 분위기가 고조됐다.

테러 직후 유럽 및 북미 지역에서 반이슬람 집회가 열리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이슬람 사원을 공격하는 증오 범죄 사태도 발생했다.

특히 종교적으로 이슬람과 대립 구도에 놓인 기독교계에서는 '이슬람 포비아'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17일 공공종교연구소(PRRI)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 내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77%가 "이슬람은 미국적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가톨릭(61%), 흑인 개신교(55%) 역시 절반 이상이 무슬림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보수 기독교계의 반감은 더욱 거세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누가 테러리즘과 이슬람이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가. 이번 테러도 그들이 떠받드는 '알라'의 이름으로 자행됐다"고 비난했다.

존 파이퍼 목사(베들레헴침례교회 원로) 역시 "그들은 피의 보복으로 천국을 간다고 믿으며 자신을 기만하고 있다"고 했다. 테러 발생 직후 소셜네트워크에서도 '이슬람은 악마' '무슬림을 몰아내자' 등 종교적 감정이 묻어나는 메시지가 속속 올라왔다.

기독교인 지훈성(49ㆍLA)씨는 "뉴욕의 9·11이나, 지난 1월 세계를 경악게 했던 프랑스 풍자 잡지 '샤를리 에브도' 본사 테러 사건이나 현재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분쟁 및 테러는 대부분 이슬람과 관련 있지 않느냐"며 "특히 이슬람 이상 국가를 세우기 원하는 비이성적이고 극단적 무슬림 집단인 IS를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노한 미국 기독교

서구 기독교의 중심인 미국의 경우 기독교계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 화두인 난민 문제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이슬람 테러 세력에 대한 반발로 '난민 수용 거부' 움직임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 대선 예비 주자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내 모든 이슬람교 사원을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공화당 내 다른 후보인 벤 카슨, 테드 크루즈, 마이크 허커비, 젭 부시 등도 "당장 중동에서 쏟아져 나오는 난민을 거절하는 법안을 만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개 개신교 또는 가톨릭을 종교로 둔 후보들로서 "난민들의 종교를 구분해 무슬림은 거부하고 기독교인만 받도록 해야 한다"고 극단의 목소리까지 높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 절반이 넘는 30개 주가 "시리아 난민 수용을 거부하겠다"고 밝혀 반이슬람 정서는 계속 확산중이다.

데이브 로렌스(UCLAㆍ정치학)씨는 "이번 사태가 향후 미국 대선에서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반이슬람 정서는 보수 기독교를 중심으로 미국 대선에서 주요 변수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종교를 통한 갈등은 IS가 노리는 전략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버드대학 스테판 월트 교수는 "현재 IS는 서방에 대한 극단적 공격을 통해 적대감을 키워 기독교와 이슬람에 대한 대립 구도를 만들어 중동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려는 것"이라며 "만약 종교적으로 구도가 형성된다면 나중에는 이슬람권에서도 어쩔 수 없이 IS쪽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으므로 기독교는 그 전략에 절대로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인교계 선교 전문가들은…

“이슬람 혐오? 그럼 우리도 그들과 다를 바 없어”

난민 거부? 기독교 가치 깎는 것
“모두가 외면해도 우리는 품어야”


기독교는 ‘이슬람 포비아’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정작 교계 관계자들은 주의를 당부하며 “단편적 관점보다는 폭넓은 시각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미주 지역 선교 네트워크 단체인 GMAN 김정한 선교사는 “과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열강들은 기독교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식민지를 만들었고 역사적으로 십자군 전쟁 때문에 중동 같은 ‘제3세계’에서는 유럽에 대한 아픔과 반감이 있다”며 “선교적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기독교 제국주의적 선교는 완전히 실패했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럽과 이슬람에 대한 기독교 선교의 재접근 및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이럴때일수록 크리스천만큼은 선교적 관점에서 그들에게 사랑을 베풀며 복음의 정신을 보여주는 기회로 삼아야지, 이슬람에 대해 분노하며 전쟁을 통한 ‘멸절’을 외친다면 IS와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덧붙였다.

토런스 지역 주님세운교회는 현재 터키 내 시리아 난민 사역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미국 내에서 난민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성규 목사는 “테러를 일으킨 극소수의 이슬람 극단 세력과 난민은 분명 구별해야한다. 모두를 도매금으로 묶거나 일반화시켜 생각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며 “기독교인이라면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난민들이 왜 목숨 걸고 국경을 넘으며, 어떤 아픔을 안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박 목사는 “IS와 테러 때문에 혐오의 눈길을 받는 난민을 오히려 예수의 사랑으로 감싸고 위로해야 한다”며 “지금은 난민을 거부할 때가 아니라 정말 그들을 위해 아파하고 기도하면서 따뜻한 복음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선교 단체 관계자들은 “IS에 대한 무자비한 행보 때문에 무슬림 사이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실망과 반감이 커지고 있어 오히려 기독교에 대한 마음이 열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주지역 터키 선교 단체 실크웨이브미션 이세웅 총무는 “현재 IS는 종교의 가장 저급한 상태, 즉 사랑과 포용이 결여되고 극단성과 맹목, 종교의 이름으로 사람까지 죽이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때문에 이슬람에 실망하며 종교를 등지는 무슬림이 늘고 있다”며 “이럴 때 기독교인은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사랑하기 위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난민을 거부하는 건 기독교 가치를 스스로 깎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들은 테러리스트일 뿐”

미국 MPAC 대표 일문일답

본지는 지난 18일 미국 내 최대 이슬람 협회인 ‘무슬림퍼블릭어페어카운슬(MPAC)’의 살람 알 마라야티(사진) 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LA타임스, CNN, 워싱턴포스트 등에 이슬람 관련 칼럼을 기고하는 유명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나.

“매우 끔찍하고 비열한 공격이었다. 이슬람의 신앙적 원리와 교리에 완전히 어긋나는 행위다. 우리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며 아픔을 함께 나누길 원한다.”

-반이슬람 정서가 거세다.

“그들은 ‘테러리스트’다. 이슬람을 이용하는 극단적 정치 세력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이슬람 종교와 연결짓는 건 너무 위험한 생각이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행위는 코란의 가르침과 상관이 없다.”

-코란의 가르침은.

“올바른 종교라면 세상 어디에도 비상식과 악행을 합리화시키는 종교는 없다. 이슬람도 그렇다. 선행을 요구하고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을 정당화시키지 않는다. 이슬람법학자들은 ‘자살테러’도 범법자로 간주하며 그들을 진정한 무슬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코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MPAC은 어떤 조치를 취했나.

“파리 테러 직후 프랑스 대사관에 조의를 표명하고 곧 방문도 하기로 했다. 우리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단체다. 무엇보다 모든 네트워크와 역량을 동원해 미국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각 정부기관과 사회 단체 등과 연계해 책임감을 갖고 적극 공조하고 있다.”

MPAC은 미국 최대의 이슬람 단체로 1986년 설립됐다. 미국 정부기관들과 연계해 이슬람 관련 정책 결정에 대한 자문 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젊은 무슬림들이 정치, 사회, 종교, 문화, 언론 등에서 활동하며 이슬람의 올바른 이해와 의미를 돕는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