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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앤젤레스 → 로스 홈리스?

LA 장기 노숙자
2년 새 55% 급증
전국서 가장 많아
날씨 따뜻해 몰려와
증가율 뉴욕의 3배

# 이현구(56.가명)씨는 "실직이나 사업 파산으로 수입이 없어 각종 페이먼트나 아파트 렌트비를 내지 못하는 순간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정말 아차하는 순간에 추락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길거리에서 잠을 청했다. 먹을 곳, 잘 곳이 없었다. 그런데 노숙자 한 명이 "거긴 내 자리야!"라며 소리쳤다. 좋은 잠자리는 이미 모두 선점하고 있어 어두운 거리를 헤매야 했다. 최근엔 자리 싸움이 더욱 치열해졌고, 이로 인해 노숙자간 싸움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바람과 비를 막아줄 수 있는 처마가 있고, 경비가 없는 곳이 명당이다. 20년 이상의 이민생활을 한 이씨는 LA다운타운에서 운영하던 의류업체가 망하면서 지난해부터 노숙자 생활을 해왔다. 거리를 헤매며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봐 두려웠지만, 그 두려움은 생존의 두려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최근 이씨는 다행히 거리생활에서 벗어났다. 세인트제임스 성공회 교회의 김요한 신부의 집에서 머물고 있다. 김 신부는 2009년부터 지난 6년간 총 60여 명의 한인 노숙자들을 돌봤다.

그는 "이 가운데 한 20명 정도는 다시 일자리를 찾았지만 대다수는 노숙자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갈수록 이같은 장기 노숙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걱정했다. 현재 LA시는 이씨와 같은 장기 노숙자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 천사의 도시는 점차 홈리스의 도시로 변하고 있다.



최근 연방주택도시개발국 발표에 따르면 LA시와 LA카운티의 장기 노숙자 수가 지난 2013년보다 무려 55%나 급증한 1만2536명이다. 장기 노숙자란 1년 이상 집이 없어 길거리를 떠돌아 다니면서 생활하거나 3년 동안 여러 차례 길거리로 나앉아 생활한 노숙자다.

지난 1년 동안 LA의 장기 노숙자 증가율은 전국에서 노숙자 수가 두 번째로 많은 뉴욕시 증가율을 3대 1로 크게 앞질렀다.

지난 1년간 전국 노숙자 증가율은 1%로 큰 변화가 없는 점을 감안할 때, 결국 LA에서만 노숙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또 전국의 장기 노숙자 3분의 1 이상이 가주에, 15%가 LA에 몰려있다.

노숙자가 급증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폭증하고 있다.

주민 일레인 젠킨스는 "노숙자들로 인해 여러모로 피해가 크다. 노숙자들이 거리에서 노상방뇨를 하고 오히려 주민들을 보고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면서 "LA시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임시처방만 하니까 매년 노숙자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인은 "연말 할러데이 시즌에 한인타운으로 몰려온 노숙자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주거환경을 깨치고, 특히 어린 자녀들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하기가 참 불편하다"며 "이해는 하지만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인타운에는 3~4개월전부터 7가와 8가, 뉴햄프셔 길 등에 노숙자 집단 텐트촌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LA를 비롯해 패서디나.롱비치.글렌데일 등 남가주 일대는 '노숙자 천국'이 된 상태로 에릭 가세티 LA시장은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1억 달러를 투입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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