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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사랑, 그 정결함에 관하여

차재승 / 뉴브런스윅신학대학원 교수

사랑이 병이다. 온갖 종류의 뒤틀린 사랑이 질병의 수와 깊이만큼이나 가득하여 우리를 병들게 한다. 심지어 타자를 향한 사랑조차 사랑은 기만적이다. "남에게 베풀면 내가 행복해진다"는 주장은 가진 자들이 고난 받는 자들을 자신들의 '사랑받이'로 전락시켜 그들을 두 번 죽인다.

또한 권력을 가진 자로부터 이익을 얻어내기 위해서 그들을 따르고 사랑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과 관계를 거래와 기능에 팔아버리는 천박한 행위이다. 이런 사랑은 타자를 향하고 있는 듯해도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인간은 자신에게로 휘어져 돌아오는 존재다(homo incurvatus in se)"라고 루터는 인간을 정의했다.

그러나 사랑은 바로 자신에게서 출발해야 한다. 타자에 의해서 혹은 다른 가치에 의해서 강요 받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의무일 뿐이다. 억지로 사랑하려고 노력해 보면 그 사랑이 얼마나 일시적이고 불편한 것인지를 쉽게 깨닫게 된다. 따라서 사랑은 역설적이다. 자신 속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야 하지만 자신에게로 돌아오지 말아야 한다. '나와 타자와의 관계'를 가장 신비스럽고 아름답게 드러내고 있는 사랑은 이렇게 그 자체로서 정결한 결을 가진다. 신비스러운 일이다.

타자를 향한 인간의 사랑이 얼마나 정결할 수 있을까? 아주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고 순전하게 타자에게로만 향하는(혹은 타자에 의해서 나의 사랑이 사랑으로 규정되는) 그런 사랑이 과연 가능할까?



기독교의 사랑은 세 가지 점(하나님 타자 그리고 자신)에서 독특하다. 우선 사랑의 근원을 하나님의 사랑에서 찾는다. 이것은 일방적인 강요가 아니라 사랑이신 하나님이 그리스도로 인간이 되시어 삶과 고난과 죽음과 부활 속에 인간이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희생과 동행과 약속'으로 우리를 자신에게로 '초청하고 연합'하심으로써 인간의 본성과 사랑을 새롭게 하여 이를 믿고 따르는 자들이 이 신비한 사랑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가게 한다는 의미이다.

둘째 기독교의 사랑은 '자기 자신'에게서 사랑의 동기를 찾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가치'에서 그 동기를 찾는다. 창세기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1:26-27)과 하나님의 숨결로(2:7) 지음 받았다. 창조주와 피조물이 대립되는 이원론적 구조 속에서 피조물인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가지고 창조되었다는 이야기는 또한 남자와 여자의 차별이 그 존재 자체에 있었던 시대적 상황 속에서 '남자와 여자 모두'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이 오래된 창세기의 이야기는(1:27; 5:2) 아주 새롭고 현대적인 이야기이다.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도 신비스럽지만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거룩한 인간의 연대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나와 타자'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도 돌아오는 '무한의 반복적 자기 사랑의 비극적 운명'을 벗을 수 있는 실마리는 내 자신의 가치와 이념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자 속에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하나님의 형상에 있다.

셋째 사랑이라는 질병의 문제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신적인 모습을 발견하자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눅 5:8)라고 고백했다. 하나님을 만나면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이 드러난다. 사랑이라는 탈을 쓴 자기사랑 오만으로 가득 차 있는 거짓사랑 기만적 편파적 사랑이 교회와 사회에 넘쳐난다. 구약은 이스라엘 백성들과 지도자들을 극단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을 충격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을 만난 자들이 자신을 처절하게 돌아보면서 기록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따라서 성경은 역설적으로 그 어떤 역사책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참 진리를 선포한다. 기독교의 사랑은 아주 깊숙히 진리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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