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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선교 패러다임 바꾼다

미국 최대 남침례교단 해외 선교사 감축 사태

남침례교단 선교사 15% 감축
경기 침체ㆍ교세 감소로 재정난
주요 교단들 선교 책임자 교체해
장기 선교 줄이고 대안 마련 부심
의존형 선교에서 자립형 선교로
선교 전문성 갖추고 소수화 변화


미국 최대 개신교단인 남침례교가 해외 선교사를 대폭 감축한다. 경기침체와 교세 감소 등으로 헌금이 줄자 재정난 극복을 위해 해외 파송 선교사의 15%를 줄이기로 했다. 본지 10월27일자 A-1면> 남침례교의 현실이 오늘날 기독교계에 암시하는 바는 크다. '돈'이 없으면 교세 유지도, 선교도 어렵다. 일각에서는 "기독교가 점점 자본주의에 잠식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21세기 자본주의는 지금 선교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그 변화의 흐름을 짚어본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선교지와 교회의 괴리

재정 부족에 따른 선교사 감축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예견된 사태라는 게 기독교계의 중론이다.

LA지역 한 선교단체 간사는 "요즘 재정적으로 어렵다 보니 선교비 지원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한인교회도 많다"며 "그동안 선교사 파송과 선교지의 현실을 '숫자'로만 말했을 뿐 '실상'으로 다루지 못했던 결과"라고 꼬집었다.

미주 한인교회에서 파송된 A선교사는 "현장(선교지)에서는 이미 현실적 어려움을 인지하고 수년 전부터 자비량 또는 전문인 선교에 대한 변화와 대안을 필요로 했지만 외부에 있는 교회들은 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며 "지원 교회들이 선교지의 현실을 파악하고 전략 변화를 추구했어야 했는데 매년 일률적인 재정 지원과 정형화된 단기선교로 성과주의에 얽매인 채 생색만 내다가 선교지와 교회 간의 괴리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선교사는 "보통 교회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예산을 줄이는 게 선교 지원비"라며 "게다가 선교사들은 재정 지원을 받는 교회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보여주기 식 선교'로 인한 폐해도 많고 같은 지역 선교사끼리 보이지 않는 경쟁 의식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미국 교계도 위기를 감지했을까.

현재 미국 주요 교단들은 선교 담당 책임자를 글로벌 시각을 갖춘 30~40대의 젊은 목회자로 교체하는 추세다.

개혁주의에 기반한 미국장로교(PCA)는 지난 6월 한인 2세인 로이드 김(44) 목사를 교단 산하 해외선교 위원회인 'MTW(Mission to the world)'의 선교 총책임자로 선출했다. 목회 경력, 이민 교회 사역, 해외 선교사, 교단 기관 행정 등 젊지만 풍부한 경험이 선임 이유로 꼽혔다.

지난해 미국남침례교 역시 선교 전략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교단 산하 국제선교위원회(IMB) 수장으로 데이비드 플랫(37) 목사를 선임했다. 플랫 목사는 베스트셀러였던 '래디컬(Radical)'의 저자로 현재 미국 복음주의권에서 차세대 지도자로 떠오르는 인물이다.

데이비드 플랫 목사는 이번 감축 결정을 두고 "앞으로 현실상 남침례교 소속 선교사는 계속 줄어들 것이며 선교를 '돈'으로 지원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한 우리의 선교 역량은 계속 제한받을 것"이라며 "하지만 줄어드는 장기 선교사를 단기선교, 전문인 선교, 학생 선교 등으로 강화해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의존'에서 '자비량'으로

한인 교계의 경우 선교 전략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독교의 발목을 잡은 '돈'이 역설적으로 선교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꾸고 있는 것이다.

한인교계 선교 전문가들은 "1980~1990년대 한국 기독교의 급속한 성장을 바탕으로 막강한 재정을 앞세워 선교사를 대량 파송하던 시절은 지났다"며 "그동안 자본과 얽힐 수밖에 없었던 기독교가 그 구조에서 벗어나 이제는 새로운 선교 전략과 목표의 재설정을 통한 참신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주 지역 선교 네트워크 단체 GMAN 김정한 선교사는 "과거에는 선교를 위해 인력 동원을 하려고 'Why(왜)'를 외쳤다면 이제는 효율성을 위해 'How(어떻게)'를 고민하는 시대"라며 "예전에는 '팀' 위주로 진행됐던 선교가 요즘은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고 역동적 사역을 위해 소수화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선교사 역시 점점 외부 교회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사역에만 치중하는 '의존형 선교'에서 스스로 자립이 가능한 '자비량 선교'로 변화를 추구한다.

요즘은 실제로 선교지에서 비즈니스와 사역을 접목한 'BAM(Business As Mission)' 개념이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다.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직접 여행사 운영, 커피 재배, 공장 설립, 카페 경영 등 현지 실정에 맞춰 다양한 방법으로 자립을 시도중이다. 이는 선교사가 외부 지원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전통적 지원 형태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 예로 곽동원 선교사(러시아 연해주)의 경우 현지에서 영농 및 원예사업을 통해 기계 대여 및 수리, 정부 조경사업 등을 하며 현지에서 선교 사역을 펼치고 있다.

최근 사우스베이 지역에서 소아과 전문의로 활동해 온 윤삼혁(주님세운교회) 장로 역시 지난 9월 은퇴를 결정하고 에티오피아 지역으로 의료선교를 나가게 된다. 전문 분야를 살려 의료 활동과 선교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기독교인 제니스 류(21ㆍUCLA)씨는 "과거에는 '선교'를 떠올리면 '평생 헌신' 등 중압감부터 느꼈는데 요즘은 교회나 선교 단체 등에서 단기선교 경험이 많은 젊은층이 많다 보니 인식이 달라졌다"며 "단기라 해도 선교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많고 나 역시 잠시 휴학을 하고 아프리카 지역에서 1년 정도 머물며 영어 교사와 선교사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선교사 관리 점점 중요해져"

한인 선교사 2만 여명 시대
그만큼 각종 문제도 심각해


선교지의 상황이 어렵다 보니 '선교사 관리'에 대한 필요성 역시 대두되고 있다.

한국선교연구원(원장 문상철)은 지난달 24일 '한국 선교사 멤버케어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선교원에 따르면 현재 해외 한인 선교사는 총 2만467명(163개국)이다. 이는 1979년(93명), 1990년(1645명), 2002년(1만422명) 등 불과 30여 년 사이 해외 파송 선교사가 급격히 늘면서 그에 따른 선교사 관리, 재정 문제, 선교사의 건강 및 자녀 교육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선교사의 주요 고충으로는 ▶재정적 어려움 ▶외로움 ▶부부 갈등 ▶동료 선교사와 갈등 ▶팀 사역의 어려움이 꼽혔다.

한국선교연구원 문상철 원장은 "선교사들은 타 문화권에서 언어 및 문화 충격, 일상생활과 관계의 변화, 이해력 상실, 감정 및 가치관의 혼돈을 겪는다"며 "선교사 관리는 그들에 대한 이해와 기대감에 있어 균형을 회복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선교원은 선교사 관리를 위해 ▶시스템 구축(선교사 관리 순회 사역팀 운영 및 각종 심리검사 실시) ▶파송 전부터 선교사 관리 전문 사역자 연결 ▶안식년 준비 및 은퇴 계획 세우기 등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문 원장은 "선교사가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불신앙의 표현이 아니며 오히려 충실한 삶의 자세라는 관점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며 "아무리 좋은 계획도 교회들의 지지와 후원이 없으면 실현이 어렵기 때문에 선교사를 돌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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