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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영교 수필집 '그리고, 소중한 기억들'을 읽고

우리 각자의 인생은 이야기 한편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어떤 작가가 말했다.

김영교 시인이 최근 수필집 '그리고, 소중한 기억들'에 그동안 써온 그 만의 긴 인생 이야기 이후 남은 소중한 기억들을 엮어냈다.

책의 제목은 '그리고'로 시작된다. 나는 그것을 역설적 긍정의 지혜를 담아 자신의 삶에 기억의 흔적을 '접속'하는 언어적 표지로 읽는다.

그의 긍정적 비전은 책 전반에 드리워진 질병과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와 함께 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가령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시인은 몸을 지배하는 통증의 리듬에 따라 춤을 추고 "살맛"난다고 한다. 춤을 추는 것처럼 글쓰기는 삶의 통증과 어두운 기억을 극복하는 그 만의 방법일 것이다.

익숙한 삶의 리듬에 맞추어 글쓰기의 춤을 출 때 고통과 죽음의 자리에 생명의 리듬이 생긴다. 그래서 시인은 "원고지의 빈칸을 메꾸어 나갈 때"(18쪽) 행복하다고 한다.

김영교 시인은 자신만의 고통에 빠져있는 대신 타인에게로, 세상으로 향해서 글쓰기를 통해 사라지는 것들의 존재를 증언한다. 그의 글을 읽는 동안 독자인 나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이들의 고통과 죽음을 목도하면서 필멸의 생 앞에서 겸허해 진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필멸의 진실 앞에 힘도, 나이도, 명예와 권력도 소용없다는 냉정한 사실만큼 강력한 인간적 유대의 끈은 없을 것이다.

필멸의 숙명에 관한 시인의 성찰은 특히 '어떤 해후'에 잘 묘사되어 있다.

어린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구 딸의 넋을 기리며 작고한 모친의 98세의 묘비와의 대비를 통해 "이 짧은 생애를 걸고 얼마나 많은 생명이 천년을 살려고" 하는지 묻는다(166쪽).

나는 밤마다 모든 사라져버리고 죽어가는 것들에 대해, 영속하지 못하나 찬란한 것들을 위해 글을 쓰는 시인의 모습을 상상한다.

불시에 찾아온 암을 선물이자 축복으로 만들고 필멸의 생을 담담하게 맞고 평화를 얻을 기회로 받아들인 시인이 쉼 없이 생명의 날개 짓을 하는 나비처럼 거울 앞에서 몸의 왈츠를 계속 추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밤중 세상의 고요 속에서 그가 한 번 더 춤을 추기를. 원고지 위로 쉼 없이 훨훨 날아다니는 그의 펜 끝에서 다시 숨 쉬게 될, 매순간 사라지는 지금 이 현재를 위해.

<강수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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