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소시지·햄 등 '1군 발암물질' 분류 파장…"아이들 핫도그 찾는데 어쩌나"
불안한 주부들 "식탁에 올리기 찜찜해요"
일각선 "위협적 건강정보 난무…신뢰 안해"
소시지와 햄, 핫도그, 베이컨.
아이들이 매일 먹고 싶어하는 음식이다. 그런데 앞으로 아이들 꿈이 날아갈 판이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난 26일 소시지.햄.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가공한 붉은 고기의 섭취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주부들의 불안감이 크다. 햄과 소시지 등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초딩 반찬'이지만, WHO 발표 이후 식탁에 내놓기가 찜찜해졌다.
조혜란(토런스.45)씨는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소시지를 모두 꺼내 치웠다. 조씨는 "발암물질이 있는지 알고 있는 마당에 아이들에게 계속 소시지를 줄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며 "그동안 먹었던 육류로 인해 혹시 우리 아이가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부대찌개를 좋아한다는 김진규(LA한인타운.37)씨는 "아무래도 덜먹게 될 것 같다"며 "기사를 접하고 부대찌개에 뜬 햄, 소시지가 마치 담배꽁초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수년 새 이 같은 위협적인 건강정보가 난무하며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는 반응도 쏟아졌다.
이동규(56)씨는 "이런 발표가 괜히 건강 공포증만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 같다"며 "연구기관도 예산을 받기 위해 이런 저린 결과를 내는 것 같다. 신경 쓰지 않고 내 생활방식을 고수하겠다"고 말했다. 김윤식(62)씨는 "도대체 뭘 먹으라는 얘기냐. 연구기관이 발표한 대로 음식 조절을 하면, 병원의 밋밋한 음식밖에 더 먹겠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WHO 발표를 정설로 섣불리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호주의 버나비 조이스 농업장관은 27일 "가공육을 담배 같은 1급 발암물질과 비교하는 건 코미디"라고 비난했다. 북미육류협회(NAMI)도 "IARC의 연구 결과는 데이터를 쥐어짜 특정 결론을 조작한 것"이라며 "IARC의 발표는 요가를 즐기는 것은 괜찮지만, 공기를 들이마시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는 IARC가 대기오염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육류업계 관계자들도 "정확한 원인 규명도 안 된 연구 결과가 소비자들을 과도한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실제로 미국인들의 식단에는 베이컨과 햄, 소시지와 같은 가공육이 주식 혹은 식재료로 거의 빠지지 않는다. WHO의 발표대로라면 미국인들에겐 그야말로 안심하고 먹을 것이 없어진 셈이다.
농무부 통계에 따르면 가공육을 포함한 육류 시장은 지난 2012년 미국민 1인당 평균 32.7㎏을 소비했을 만큼 거대한 시장이다. 여기에 농무부와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말까지 5년에 한 번씩 개정되는 식품안전지침을 발표해야 한다. 학교 급식이나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품 종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식품안전지침 발표를 앞두고 나온, 이번 가공육의 발암물질 규정은 그래서 더욱 민감한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향후 육류섭취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간의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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