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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으로 비빈 해주비빔밥·북한 길거리 음식 두부밥…딱 소리 나는 맛 좀 보시라요

같은 듯 다른 북한 음식의 매력

원재료 맛 그대로 살린 북한 음식
양념 많이 넣는 남쪽 음식과 달라
북한 '셰프'가 요리하는 음식점선
냉면 등 나오는 '동무밥상' 인기
심심한데 먹을수록 끌리는 맛
북한말 '딱 소리 난다'는 '맛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통일박람회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코너는 '북한 음식 시식' 부스였다. 충북도청과 민주평통자문회 충북지역 소속 탈북자 10여 명이 만든 '두부밥'은 1시간 만에 400인분이 모두 동났다. 유부초밥을 만들 듯 두부를 적당한 두께의 삼각형 모양으로 잘라 튀긴 다음 가운데에 칼집을 내고 밥을 채워 넣은 두부밥은 북한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다.

이날 두부밥을 직접 만들었던 탈북자 홍미란(43.여)씨는 "1995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절이었다. 식량난으로 배급이 줄어들면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자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장마당에서 음식 장사를 시작했고 이때 길거리에 등장한 게 '두부밥'"이라며 "맛도 고소하고 3~4개만 먹어도 배가 든든하다"고 했다.

최근 TV 트렌드는 요리를 주제로 한 이른바 '먹방' 프로그램이다. 올해 들어 이들 먹방 프로그램에 북한 음식이 자주 소개되고 있다. 두부밥, 인조고기밥(콩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로 피를 만들고 그 안에 밥을 채운 음식), 밥만두 등이 등장했다. 서양식은 물론 태국.베트남.멕시코 음식까지 전 세계의 음식을 집 앞에서 쉽게 골라 먹을 수 있는 요즘, 냉면.불고기.김치.국밥.순대 등 낯익은 재료지만 조리법과 맛, 명칭까지 다른 북한 음식은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남과 북의 음식은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아마도 그건 '심심하다'와 '딱 소리 난다'의 차이일 것이다.

지난 2일 서울 합정동 쿠킹스튜디오 '호야쿡스'. 점심시간이 되자 한 떼의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동무밥상'을 먹기 위해서다. 메뉴는 평양냉면.오리불고기.명태식해.찹쌀순대.감자만두.돼지껍데기무침.쇠고기회무침.오리국밥.옥수수국수.양배추김치말이국수 등인데 모두 북한식으로 조리한 음식이다. 2~3개월 전부터 매주 화.수요일에 '동무밥상'을 차려내는 이는 탈북 전 북한에서 요리사로 활동했던 윤종철(58)씨다. 호야쿡스 직원들과 동무밥상 단골들은 모두 그를 요즘의 흔한 '셰프'라는 말 대신 '요리사'라고 부른다.

윤씨는 평양의 그 유명한 식당 옥류관에서 요리사 교육을 받았다. 이전까지는 요리를 배워본 적 없는 그였지만 신병훈련 때 다짜고짜 옥류관에 배치를 받은 후 '한번 폼 나게 살아보자'는 마음에 혹독하게 요리를 배웠다고 한다. 이후 10년 넘게 북한군 장성급 전용식당에서 일했다. 윤씨는 "고향이 각기 다른 장성들이 제각각 주문하는 요리들을 만들다 보니 북한 여러 지역의 음식을 모두 꿰뚫게 됐다"고 했다. 제대 뒤에는 회령경공업전문학교에서 발효 공부도 했다. 98년 탈북해 2000년 남한에 정착한 후 한동안은 요리를 멀리했다. 너무 지겨워서였다. "막노동부터 안 해본 게 없었다"는 윤씨는 2년 전 호야쿡스의 이호경 사장을 만난 뒤 다시 칼을 잡았다. '음식으로 소통하자'는 이 사장의 생각에 동의하면서다.

 처음엔 갈등도 많았다. 남한에 와서 먹어본 음식 맛이 모두 맵고 달고 짰기 때문이다. "이 맛을 따라야 하는 건가 고민했지만 결국 '내가 배운 대로의 맛을 지키자'고 결심했죠. 그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윤씨는 북한의 맛을 잊을까 싶어 외식은 물론이고 떡볶이 같은 간식조차 꺼리고 있다.

윤씨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음식의 기본은 평양 최고의 식당인 옥류관의 맛이다. 소 잡뼈와 양지를 우려낸 냉면육수를 돌과 숯.모래가 담긴 여과기에서 한 번 걸러내는 것도 옥류관에서 하는 방법이다. 식초와 소금.설탕으로만 간을 한 오리불고기는 옥류관 앞 오리불고기전문점의 맛이다.

심심하다, 담백하다, 밍밍하다. 윤씨가 차려낸 북한 음식을 처음 먹은 이들은 이렇게 표현한다. 아무 맛이 없고 싱겁다는 말이다. 하지만 먹을수록 심심하고 담백한 음식은 '느끼하지 않고 산뜻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뒷맛은 개운하고 시원하기까지 하다. 윤씨는 "북한에선 음식이 맛있다는 표현을 '딱 소리 난다'고 합니다. 두말할 것 없이 딱 부러지게 맛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2009년부터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과 식당 '능라밥상'을 운영하고 있는 이애란 원장은 "북한 음식의 경쟁력은 원재료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능라밥상의 인기 메뉴인 해주비빔밥은 닭고기.미나리.버섯.숙주나물.도라지.김 등을 밥과 함께 비벼 먹는데 고추장 대신 간장으로 간을 한다. 이 때문에 한입 떠먹으면 각종 채소 향이 입안에서 향긋하게 퍼진다. 감자를 갈아 피를 만들고 소를 넣은 감자만두는 씹을수록 쫀득쫀득하다.

이 원장은 "한국에선 동태찌개 하나를 끓여도 너무 양념이 많아서 정작 생선이 동태인지 가물치인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약재를 많이 넣어서 원재료의 맛을 알 수 없게 만드는 조리법 또한 이 원장이 남한 음식에서 아쉬워하는 점이다. 이 원장은 "남한은 탕을 좋아하지만 평양은 예부터 기방 문화가 발달한 곳이라 단품 요리가 많았다"며 "탕을 싫어하고 고추장 양념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도 경쟁력이 있는 음식"이라고 덧붙였다.

글=서정민 기자, 오경진 인턴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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