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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떨어진 사과

빨간 사과. 윤기 나는 빨간 사과들이 나무 가지에 수많이 달려 있었다. 지난번 콜럼버스 데이 휴일에 가본 스카지트 벨리 한 농장의 넓은 과수원에는 많은 사과들이 유 픽을 기다리며 매달려 있었다.

딴 사과를 먹어보니 정말 단맛이 나고 맛이 있었다. 그래서 사과밭 여러 곳을 다니며 사과를 따 담았다. 아직도 딸 사과들이 많이 달려 있었지만 사과나무들 아래에는 수북이 쌓아놓은 듯한 많은 사과들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지난번 비바람에 떨어졌는지, 귀한 사과들이 그냥 땅에 떨어지고 썩고 있는 것이 아까웠다.

유픽 한 호박과 사과들을 계산하며 농장 측에 떨어진 사과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니 그냥 둬서 자연적인 거름으로 사용한다고 대답했다.



비록 열심히 정성들여 재배한 사과들이 떨어져서 상품화되지 못했지만 떨어진 사과들이 밑거름이 되어 다음해에 더 좋은 올개닉 사과들이 열린다고 생각하니 조금 위안이 되었다.

그 떨어진 사과를 보며 지난 9월24일 시애틀 오로라 브리지 버스참사로 숨진 노스 시애틀 칼리지 한국 유학생 20세 김하람양이 생각났다.

저 빨간 사과처럼 예쁜 꽃다운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김양은 농부가 추수하지도 못하고 비바람에 그냥 떨어진 사과 같았다. 대학 공부도 못 끝내고, 장래 행복한 가정의 꿈도 이루지 못한 채 강풍에 떨어진 사과처럼.

사랑하는 자식을 졸지에 잃은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 아프다. 윤기 있고 단맛 있는 한 알의 사과가 붉게 익기까지 농부들이 가지치고 병충해를 막으며 온갖 수고를 했던 것처럼 김양의 부모들도 그처럼 착하게 잘 자라 미국에 유학 올 때까지 온갖 사랑과 정성으로 키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랑하는 자식이 참변을 당했으니 얼마나 애통하였을까? 그러나 김양의 아버지 김순원목사가 사랑하는 딸을 잃은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딸의 장기를 여러 사람들에게 기증해 새 생명을 줄 수 있게 했다고 오히려 감사해 슬픔보다 더 진한 감동을 주었다.

김목사는 그 아픔 속에서도 10가지를 감사했다. “하람이를 주시고 취하신 주님 감사합니다. 부부가 믿음으로 잘 키워 천국으로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에 와서 너무 행복해 하고 감사로 충만한 상태에서 하람이를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람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음을 앞으로 보여주실 것을 믿기에 감사합니다. 많은 이들이 아파하고 함께 울어주시는 사랑을 받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몸에 해로운 것을 입에 대지 않고 깨끗하고 건강하게 자란 하람이의 장기를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 새 생명을 얻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극심한 고통 중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감사하는 김순원 목사의 믿음은 참으로 ‘욥’처럼 우리 모두에게 큰 귀감이 되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예수님 말씀처럼 김양의 희생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또 앞으로 도로와 차량 등 안전 문제를 개선해 수많은 사람들을 위험에서 건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감동적인 아버지 김목사의 믿음이 카톡과 언론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그 비극을 통한 진정한 믿음이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하나님은 우리를 구원하기위해 독생자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피흘려 돌아가시게 한 것처럼 김목사는 딸의 희생을 통해 예수님의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떨어진 사과들은 앞으로 추운 겨울이 오면 더 썩어 추하게 되고 벌레 많은 땅속에 묻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최고의 거름이 되어 내년 가을이 되면 더 많은 사과들을 열매 맺게 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들도 현재의 어려운 상황과 환경을 보지 않고 앞으로의 영원한 것을 추구하며 꿈과 소망과 용기를 가지고 나아갈 때 더 귀한 사과 같은 삶의 열매들이 가득 추수되지 않을까? (이동근 편집국장)


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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