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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서로 만나지 못하는 기러기와 제비

한성윤 목사/나성남포교회

가을엔 달이 밝은 빛을 비춘다는 도연명의 시처럼 근래에 드문 풍성한 보름달이 지구촌 곳곳에 달빛을 뿌렸습니다.

남가주도 예외는 아니어서 밝은 달빛 아래 제법 깊어지는 가을밤을 송편과 함께 보냈습니다. 마치 달빛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하나둘씩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니, 낙엽 한 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온 것을 안다는 일엽지추(一葉知秋)가 실감이 납니다.

아무리 가을 같지 않은 따가운 볕이 한낮을 달구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밤에 내리는 이슬을 멈추지는 못합니다.

세상 속 일상에서도 우리는 한 조각구름, 낙엽 한 잎을 보면서 내일을 생각합니다. 하물며 우리의 영원한 일상에서 이러한 지혜를 흘려보낼 수는 없습니다. 아파서 신음하는 잎이 떨어지면, 위로와 사랑의 붕대를 준비하고, 탄식하는 한숨이 떨어지면 함께 울며 웃는 눈물과 미소를 꺼내야 합니다. 신앙이 제자리를 걷는 것 같으면 성령님을 따라 사는 열매를 함께 바라보아야 하고, 답답한 현실로 손을 놓으려 하면 그리스도로 만족하는 일체의 비결을 나누어야 합니다.

넘어질 듯 비틀하면, 편안히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할 의자를 내어놓는 것이고, 마음에 열이 나면 말씀의 아스피린을 준비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지혜들이 오늘날은 어리석은 일들로 밀려나나 봅니다. 대신 믿음의 갈증으로 제자리를 돌면 '성전'을 짓는 일로 바람을 몰아가고, 하나님 나라를 보려고 눈을 비비면, 땅의 것을 안약으로 내어놓습니다. 섬기며 살려고 발을 떼면, 누가 제일 잘하느냐는 경쟁의 칼을 손에 쥐여줍니다.

하나님 백성의 삶이 땅에서 시작해서 땅에서 끝난다면 하늘의 하나님과는 평행선을 그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을 그으면서 주님을 따라간다고 하면 이것이야말로 끔찍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나님도 가려 버리는 성전을 짓고, 죄조차 무마시키는 힘을 쥐고, 업적과 숫자를 앞세워 자기 자신을 높인다면, 벽돌이 아니라 사람으로 성전을 삼으시고, 죄에 대하여 죽고 자신을 부인하는 하나님 나라와 어찌 만날 수 있겠습니까.

연홍지탄 (燕鴻之歎ㆍ제비는 봄에 와서 가을에 돌아가고 기러기는 가을에 와서 봄에 돌아가니 서로 만날 수 없어 탄식한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어긋나고 있다면 이는 안타까운 탄식 정도가 아니라 땅을 치고 울며 돌이켜야 할 중대한 일입니다.

하나님과 만나지 못하고 오히려 하나님을 이용해서 자신의 배를 채우려 한다면, 이는 하나님 앞에 서게 될 날을 생각지 않는 것이요 믿지도 않는 것입니다. 호미를 빌려 간 사람이 감자를 캐 간 사람이라고, 주님을 배신하는 사람은 바로 주님을 아는 척하며, 성경을 자기 책처럼 줄줄이 꿰며, 누구보다 멋지게 기도하는 척했던 이들일 것입니다. 바울의 말처럼 "항상 배우나 끝내 진리의 지식에 이를 수 없는 사람"입니다. 교회를 위한다고 교회를 앞에 세워 자신의 죄를 숨기지 말고 하나님 앞에 서야 할 시간입니다.

sunghan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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