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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소박한 소통, 세상은 ‘쉬운 공감’ 원했다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 미국 방문…메시지를 행동으로 옮긴 교황 <하>

짧고 강렬했던 6일간 일정
모두가 교황의 행보 주목해

사회적 결핍과 아픔 인식해
공감과 감정의 연대 통한 소통

방미 기간 국빈 대접받았지만
실제 행보는 ‘빈자’들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의 낮은 행보가 미국을 끌어안았다. 울림은 컸다. 교황의 흔적은 곳곳에서 의미를 남겼다. 그건 온기를 잃어가는 시대를 향해 종교가 줄 수 있는 선물이었다. 그는 5박6일간의 미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27일 돌아갔다. 교황의 발걸음은 방향을 제시했다. 시대가 보고자 했던 종교의 몸짓이었다. 교황이 남기고 간 의미의 흔적들을 돌아봤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프란치스코 교황은 6일간 미국에 머물렀다.

짧은 시간임에도 교황의 행보를 모두가 주목했다. 언론들도 연일 그의 몸짓, 메시지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그만큼 교황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그는 미국 사회의 결핍된 부분을 꿰뚫고 있었다. 아픔이 있는 지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부재의 시대 속에 슬픔에 대한 감정적 연대의 시발이 됐다.

교황이 공식 일정에 앞서 "나도 이민자의 아들"이라며 첫 인사를 건넨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는 이민자에 대한 공감을 보였다. 외부인에 대한 포용을 강조한 셈이다. 이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 문제에 대한 관점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의 메시지는 예민한 정치적 이슈를 넘어섰다. 민감한 논란도 사랑과 관용의 정신으로 끌어안았다. 지금 미국은 동성결혼, 낙태 이슈 등의 논란이 거세다.

교황은 논란 가운데 생명에 대한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생명은 모든 단계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며 "문명 역사의 위중한 시기에 결혼과 가족이란 기관이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자본주의 국가를 대표한다. 상징성이 있다. 교황은 그런 미국 사회를 향해 부의 불평등, 이윤만 추구하는 행위 등을 직설적으로 꼬집었다.

교황은 "미국 사회는 약자를 보호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며 "차별을 거부하고 관용적이며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직설적 화법을 통해 각 현안과 이슈에 의미를 던졌다. 발언은 광범위했다. 그는 무기거래, 마약 밀매, 인신매매, 사형 문제, 기후 변화 및 환경 보호, 국제사회 분쟁, 자본주의 폐해, 빈부격차 등의 다양한 문제를 언급했다.

교황의 발언은 관용, 포용, 사랑, 정의, 존중 등의 단어로 압축된다. 종교가 순전하게 담아낼 수 있는 가치를 사회의 언어로 풀어냈다.

교황은 '메시지'를 실제 발걸음으로 옮겼다.

국빈급 대접 속에서도 그의 행보는 매번 낮은 곳으로 향했다. 워싱턴DC 성패트릭 성당에서 노숙인 들의 손을 잡고 "예수도 이 세상에올 때 집없는 노숙인 이었다"며 "하느님은 늘 우리의 고통을 아시며, 우리를 결코 버리지 않으신다"고 위로했다.

노숙자를 위한 점심 봉사를 하고 불법체류자의 자녀를 꼭 안아줬다. 펜스를 넘어 자신에게 달려온 아이들의 볼에 입을 맞추고 사람들과 '셀카(셀프카메라)'를 찍으며 유대감을 형성했다. 그가 왜 '빈자의 교황'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황의 낮은 행보는 오늘날 미국 사회를 향한 암묵의 호소였다. 갈등, 분쟁, 대립, 차별이 옭아매는 사회 곳곳에 던진 강력한 메시지인 셈이다.

교황의 언어는 쉬웠다. 간단했다. 그리고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그럼에도, 미국은 왜 교황에게 매료됐을까. 평범하게 들릴 수 있는 메시지에도 미국인들은 왜 환호했을까.

이러한 현상은 가치의 부재를 방증하는 시대적 현실로 해석된다. 달리 말하면 시대가 정작 목말라 하는 것은 물질의 가치 또는 고차원의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교황의 낮은 모습은 물질 문명에 익숙해진 현대 사회가 놓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랑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그가 머문 시간은 짧았다. 하지만, 교황이 남긴 의미는 잔잔하면서도 강렬했다. 그게 시대를 향한 종교의 힘이고 역할이다. 세상은 '쉬운 공감'을 원했다. 교황은 거기에 소박하게 응답했을 뿐이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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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문 이면에는 그늘도…

언론에 거액 자릿값 요구
“중립적이지 못했다” 평가도


교황의 영향력 때문일까. 논란도 뒤따랐다.

우선 이번 행사를 앞두고 주최측에서 교황의 필라델피아 지역 행사에 언론을 대상으로 터무니없는 돈을 요구했다. 교황 동선에 따라 1500~7500달러까지 자릿값이 책정돼 빈축을 샀다.

교황의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파격을 넘어 ‘파문’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종교인으로서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되레 해석의 여지를 남겨 논란만 더 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이를 두고 CNN은 “교황이 미국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렸다”, 월스트리저널은 “정치화된 교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교황의 발언에 공화당 인사들은 다소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가톨릭 신자인 잽 부시 공화당 대선 후보는 “교황의 발언들을 존중하고 동의하지만 교황이 과학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예민하게 여기는 환경 이슈에 대한 교황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반대한 셈이다.

무신론자들도 발끈했다. 종교로부터의자유재단(FFRF)은 교황 방문 기간 동안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에 ”종교와 정치가 결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전면광고를 싣기도 했다.

교황은 이번에 주니페로 세라 신부를 성인으로 추대했다. 세라 신부는 캘리포니아에 가톨릭을 전파한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아메리칸 원주민에게는 분노의 대상이다. 과거 세라 신부의 가혹행위 때문이다.

22일 인디언 원주민 뭇선 부족 발레틴 로페즈 족장은 “이번 성인 추대는 원주민들을 분노케 할 것이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성명까지 발표했다.

종교계에서도 다소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불교 신자인 정우섭(37)씨는 “사실 각 종교계에도 잘 보면 너무나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사회가 너무 유명 종교인에만 열광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이번 교황 방문 때문에 타종교의 가치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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