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의류업소 엘파소 이전 성공하려면…
김문호 / 경제부 부장
실사단은 엘파소 시장을 비롯한 주 상.하원 의원, 카운티 판사, 시 경제개발국 담당자들을 잇달아 만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고 고무된 상황이다. 현지 방문 중에는 새벽 2시까지 토론을 하며 '카마(KAMA) 인더스트리얼 파크를 조성해, 정말 한번 잘 해보자'는 의견이 오가기도 했다.
의류협회는 이달 말이나 10월 초 의류협회 차원의 설명회를 열어 생산지 이전을 희망하는 업체를 모집하고 2차 실사단을 파견한다는 방침이다.
LA 한인언론으로는 유일하게 실사단을 동행취재한 기자의 눈에도 엘파소는 매력적인 곳으로 비쳤다.인건비(연방 최저기준인 시간당 7.25달러)가 싸고 공장 렌트비나 종업원상해보험(워컴), 세일즈 택스 등도 LA보다 저렴해 운영비 절감효과도 두드러졌다.
LA봉제공장들이 겪는 서류미비자 고용에 따른 이민국 단속이나 임금과 관련한 노동법 단속 등도 엘파소에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높은 인건비와 인력부족으로 LA에서는 멕시칸 봉제공이 상전이다"라는 것이 한인 봉제업주들의 푸념이고 보면, 여러모로 엘파소는 대안이 될 것처럼 보인다. 엘파소 당국자들과 노동법 단속에 대한 이야기를 깊숙이 나눌 시간은 없었지만 이 또한 LA에서처럼 강력하지는 않은 듯했다. 단적으로 엘파소에서는 하루 노동 시간과 상관없이 주 5일 40시간 근무 이내라면 오버타임 적용이 안 된다. 하루 10시간을 근무해도 나머지 나흘간 30시간만 맞추면 오버타임 지급 규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LA의 노동법은 하루 8시간에서 2시간 넘친 부분에 대해서는 오버타임을 지급해야 한다.
실사단이 접한 규정이나 제안이 그대로만 적용된다면 엘파소는 의류 및 봉제공장 업주들이 제대로 사업을 해보고 싶은 곳일 수도 있다. 그런데 좀 더 신중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번 생산기지 이전이 매뉴팩처나 중간 벤더 중심으로 기획되고 있기 때문에 하청업체인 봉제업주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들이 간과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봉제업자는 "결국은 인건비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 아닌가"라며 "솔직히 매뉴팩처들이 상식선의 생산 단가만 맞춰 줘도 LA봉제공장이 겪는 국세청(IRS)이나 노동법 단속의 상당수는 개선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 업자는 "엘파소로 이전하면 인건비가 싼 만큼 생산단가 인하 압박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공장을 이전한 봉제업자들은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메이드 인 USA'의 장점도 브랜드가 먼저 인식됐을 때의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객은 H&M, 유니클로, 자라 등의 이름을 먼저 본 후 생산지를 보지, 거꾸로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사단 관계자들도 이런 내용을 잘 안다. 그래서 1박2일의 짧은 방문 기간 중 '단결'이라는 말을 더 많이 꺼냈는지도 모른다. 함께 이전할 봉제공장과 매뉴팩처나 벤더가 하나의 조합처럼 움직여 LA보다 발전된 형태의 자바시장을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는 이해였을 것이다.
지난 40년간 발전을 거듭해 온 LA자바시장이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지금의 어려움을 자초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엘파소 이전의 '키'도 결국 '이해와 화합'에 달렸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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