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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의 퓨전에세이 582]홈리스 피플 단상

미국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DC 다운타운에서 한 아름다운 여인을 보았다. 멀리서 보아도 훤칠한 키에 알맞은 몸집, 예쁜 옷을 입고 모자도 썼다. 그녀는 자꾸 땅을 내려다보며 무엇인가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바로 내 가게 앞길이기에 뭔가 도와줄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무얼 찾느냐고 물으려던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여인은 쓰레기더미를 뒤적이고 있는 것이었다. 먹을 것을 찾고 있는 것 같았
고, 옷은 있는 대로 다 입고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맨아래 바지를 입고, 그 위에 긴 스커트를, 그 위에 짧은 드레스를, 그 위에 블라우스와 스카프를 두르고, 챙이 큰 모자를 썼으니 멀리서 볼 때 특이하고 아름다운 옷으로 보였던가 보다.
하얀 피부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모습은 그대로 패션 쇼에 나서도 될 만큼 눈이 부셨다. 그레이스 켈리나 잉그리드 버그먼보다 덜 아름답다고 아무도 말할 수 없을 만큼. 그런데 어쩌다 걸인이 되었을까. 지금 생각하면 나는 그 여인처럼 될까 두려워 낯선 땅에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는지도 모른다.

아차 하는 시간에 그런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 때 배운 것 같다. 부자나라라는 미국에도 걸인이 있다는 게 내게는 충격이었다. 무엇이 그녀의 인생을 그렇게 바꾸어 놓았을까? 커다란 실망이나 좌절 아니면 자유에의 열망이 그녀로 하여금 궤도에서 벗어나게 했을지도 모른다.



걸인임에도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멋과 아름다움, 그리고 품격 같은 것이 그걸 말해주는 것 같았다. 갈고 닦아진 체취 같은 품위가 걸인에게서 더욱 빛이 날 수 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는 밤마다 음악과 횃불이 있다. 밤 10시면 횃불은 꺼지고 가로등만 아침까지 남는다. 대륙에서처럼 총이 없는 곳이라고 해서 마음이 편했다. 홈리스 피플들에게 하와이는 천국 같은 곳일 수 있다는 것을 그 때 생각해 보았다.

겨울이 없는 곳, 눈이 내리거나 얼음이 얼지 않는 곳, 총이 없고, 밤새 관광객들이 오가기도 하며, 밤늦도록 불이 환하고 문이 활짝 열려있는 상점들, 밤이 그렇게 오는 듯 가버리는 곳, 이불이 필요 없는 하와이 홈리스들이 순간 부럽기도 했다.

어느 순간 다 털어버리고 정말 가벼워지고 싶다는 욕망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나 결행하지는 못한다.

10년 전 미니애폴리스에서 거지에게 신분증을 발급하려 했던 일이 있다.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미국이 라이선스 세상이긴 하지만 거지에게도 라이선스가 필요하다면 얼마나 거추장스러울까. DC에서 만난 여인, 와이키키 해변에서 만났던 홈리스 피플들이 생각나는 건 오늘 아침 신문에 난 기사 때문이다. Muriel Bowser DC시장이 우리들에게 DC 홈리스 문제 해결을 위해 도움을 청하고 있는 광고다. ‘DC 홈리스 문제 해결을 위한 참여서약’을 바라며 서명란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해결방법이나 규모, 자금조달에 대한 얘긴 하나도 없다. 서명을 받기는 부족한 내용이다. 우리 한인 동포들이 나름대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걸 알기는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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