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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극 영화는 끝나도 우리에겐 현실이네요"

고 제임스 안 대위 아버지 안용대씨
"모범된 모습 보이고 싶다"는 아들처럼
사망 소식 듣고도 핸디맨 클래스 진행

'아들의 명예' 앞에서 아버지는 울 수 없다.

그게 아니었다면 가슴을 긁어내는 울음을 토했을 텐데. 아버지는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어…' 하고선 긴 침묵이 흐른 뒤 "솔직한 심정으로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제게, 우리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이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잖아요. 아들이 죽고, 새벽에 군인 둘이 집으로 찾아와서 아들의 사망소식을 전해줬어요. 비행기에서 아들의 시신이 있는 관을 내리는 것도 그래요. 영화에서나 보는 장면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장면이 내 앞에서 펼쳐지더라고요."

고 제임스 안(29) 미 육군 제1 특수부대 소속 대위의 아버지 안용대(58)씨가 말했다. "영화는 끝나면 되지만, 이 영화는 끝나도 우리에겐 현실 그대로네요. 이 모든 게 그냥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목이 마른 듯 침을 꿀꺽 삼킨다.



안 대위는 고도(상공 1만8000피트 높이) 공중낙하 훈련 도중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숨졌다. 안 대위는 둘째 아들이다. 형(조슈아)과 여동생(제니퍼)이 있다.

11일 아들이 죽고, 12일 아들의 사망소식을 듣고 14일 아버지는 평소 하던 대로 중앙교육문화센터 핸디맨 교실의 강의를 하러 나왔다.

"약속이니까요. 가능한 모든 일을 책임감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요. 아들이 생전 바른 모습, 모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어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요. 아들 생각에 꾹 참고 더 나왔어요."

아들이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수강생들이 "수업 안 해도 좋으니 들어가시라"고 했지만 끝까지 수업을 진행했다. 그날의 강의는 지난 7년 동안 심정적으로 가장 힘든 수업이었다(그는 2009년부터 핸디맨 교실을 가르치고 있다).

21일 하관식을 마치고 그는 또 강의를 할 계획이었다. 한국에서 온 군목인 동생 안용배씨가 말렸다. 멀리서 온 가족과 친척도 "돌아가기 전에 함께 시간을 보내고 제임스를 기억하자"고 했다. 아들의 상사·동료·부하는 "안 대위가 막중한 임무를 맡았고 능력을 인정 받았고 신뢰를 받았다. 항상 힘든 일을 먼저 나서서 불평불만 없이 했다. 어떤 일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모습을 보며 감명을 받았고 그를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아버지는 22일 새벽, 가족과 친척을 공항에 데려다주고 다시 강의실을 찾았다.

그는 다음주 월요일(28일)에도 강의를 한다. 다음날 아들이 소속된 부대의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주 포트루이스에 갔다가 그 다음주 월요일(10월 5일) 오후 7시 중앙일보 지하 강의실 101호를 찾을 것이다. 그가 버티는 힘은 '모범된 모습을 보이고 싶다'던 아들의 생전 말이다. '아들의 명예'가 아버지를 굳건하게 한다.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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